대구어장 보호 은폐용 거짓말...피로물든 캐나다 물개사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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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어장 보호 은폐용 거짓말...피로물든 캐나다 물개사냥
  • 하주용
  • 승인 2005.04.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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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동북부 래브라도 반도와 뉴펀들랜드 지역의 눈덮인 바닷가는 올해도 어김없이 피로 물들고 있다. 정부가 허가한 물개 포획 기간이 지난달 22일 시작됐기 때문이다. 잔혹한 물개 학살에 항의하는 세계 각국의 동물보호단체와 사냥꾼간 공방은 이미 뜨겁게 달아올랐고 물개포획 반대 운동은 캐나다 수산품 불매운동으로 번질 기세다.
캐나다 정부가 이 지역의 물개잡이를 허가한 것은 2003년부터. 침체에 빠진 이 지역의 수산업을 활성화하고, 물개가 대구를 잡아먹는 바람에 쇠퇴해가는 대구 어장을 보호한다는 명분에서였다. 캐나다 정부가 올해까지 모두 97만5천 마리의 물개를 잡을 수 있도록 한시적으로 허가하면서 래브라도 반도와 뉴펀들랜드 지역은 세계 최대의 야생동물 학살지역으로 변했다. 지난해 이 일대에서 잡힌 물개는 모두 28만여 마리에 이른다. 동물보호단체들은 이중 96%가 태어난지 12주 미만의 어린 물개이며 정부가 정한 사냥 할당량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고 비난하고 있다.
특히 산 채로 가죽을 벗겨내거나 몽둥이로 잔혹하게 때려잡는 포획방법은 집중적인 비난의 대상이다. 캐나다 정부는 물개를 고통없이 포획하도록 권장하고 있지만 이는 의무규정이 아니어서 대다수 사냥꾼들은 전통적인 사냥법을 고수하고 있다. 물개 사냥은 수세기에 걸쳐 이 지역 어업인들의 주요 생계수단으로 이어져 오다가 1980년대 각국의 비난여론이 들끓자 한동안 금지됐다. 캐나다 정부는 그러나 최근 이 지역의 어획고가 줄어들고 물개의 개체수가 지나치게 증가했다는 이유로 사냥을 다시 허가했다.
물개 가죽으로 만든 외투나 모자 등은 한때 최고의 상품으로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서유럽과 미국에서 물개 사냥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물개는 수입금지 품목이 됐고 물개 가공품의 수요도 많이 줄었다. 이 때문에 캐나다는 동유럽과 중국이라는 새로운 시장에 눈을 돌리고 있다.
케리 브래넌 국제동물보호기금 대변인은 “대구 어장을 보호한다는 명분은 상업적 물개 학살을 은폐하기 위한 거짓말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대구 어장을 황폐화시킨 주범은 대형 저인망 어선들에 의한 남획이지 물개가 아니라는 설명이다. 해양학자들은 물개가 대구의 천적도 먹어치우는 만큼, 물개를 잡는 것은 오히려 대구 어장 회복을 불가능하게 만든다고 지적하고 있다.
동물 및 환경보호 운동가들은 과거에 그랬듯이 이번에도 캐나다 상품, 특히 수산물 불매운동으로 캐나다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세계적 수산업국가인 캐나다는 해마다 30억 달러를 수산물 수출로 벌어들이고 있다. 반면 물개잡이로 얻는 이익은 연간 1천6백50만 달러에 불과하다.
미국 인도주의사회(HSUS)의 팻 레이건씨는 “미국의 슈퍼마켓과 레스토랑 등을 대상으로 ‘물개사냥이 중단될 때까지 캐나다산 수산품을 취급하지 말라’는 캠페인을 벌여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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