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산업·어업인 정의 재정립의 중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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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산업·어업인 정의 재정립의 중요성
  • 탁희업 기자
  • 승인 2024.03.18 09: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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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산업계는 수산·어업인을 100만 명으로 규정하고 있다. 정부는 어업인 수를 10만 명 이하로 집계하고 있으나 수산업계는 실제 어촌에서 어업에 종사하는 어업인부터 유통, 가공 등 관련 산업 종사자와 가족들을 포함해 ‘100만 수산·어업인’으로 부르고 있다. 이러한 차이는 수산업과 어업인의 정의를 어떻게 규정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특히 기술 혁신과 산업 융합이 진행되면서 정의의 모호성이 두드러진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이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수산업·어업인에 대한 정의 재정립에 나선다. 다양한 기술과 분야의 접목이 이뤄지는 수산업도 산업 경계의 모호성이 높아져 정의 재정립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수산업·어업인의 정의는 정책사업의 대상자이기 때문에 경계의 모호성이 높아질 경우 정책의 혼선도 초래할 수 있다.

지난해 8월 미국에서 때 아닌 K-김밥 열풍이 불었다. 미국에서는 냉동김밥이 없어서 못 팔 정도로 품절 대란이 발생했다. 수출 확대를 위해서는 정부의 정책이 확대·강화돼야 하지만 어느 선까지 정책의 대상자로 포함해야 하는지가 모호해졌다.

냉동김밥의 주원료는 쌀이다. 김은 재료 중 하나일 뿐이다. 냉동김밥의 수출을 위해서는 냉동시설은 물론 대량생산을 위한 시설과 해상, 항공 등 운송·유통망이 갖춰져야 한다. 냉동김밥의 열풍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정부의 정책적 뒷받침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산업 경계가 모호한 상황이어서 정책 수혜자를 결정하기가 쉽지 않다. 모든 산업 분야를 정책 대상자로 포함할 경우 이중 지원이나 누락의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무작정 대상자를 확대하기도 쉽지 않다.

수산인이란 수산물 생산에 종사하는 어업인 및 어획물운반업인, 수산물 가공 및 유통 등 수산물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활동에 참여하는 모든 사람들과 그 가족 구성원을 의미한다. 수산업법상 어업인 정의는 어업자(경영자)와 어업종사자(피고용자) 모두를 포함하는 개념이다.

지난 3월 해양수산 초격차 포럼에서는 수산물 유래 기능성 식품은 전체 수산물 함량이 낮아 수출 시 HS코드가 비수산물로 잡혀 수출 지원 대상에서 제외됐다는 주장도 나왔다. 기술 혁신 등으로 새로운 제품이 개발될 경우 이러한 정책 대상자 확정 문제가 두드러질 우려도 있다.

송어 정자를 이용한 세포 재생용 제품을 생산하는 바이오기업, 수산배양육이나 블루푸드테크 역시 수산정책 대상자로 규정하기는 쉽지 않은 실정이다.

미국에서는 냉동김밥 열풍이 이어지는 가운데 김말이튀김, 오징어튀김, 붕어빵 등 스트리트 푸드 전체로 인기가 이어지는 분위기다. 수출 1조 원을 달성하며 검은 반도체로 불리는 김은 스낵 제품으로 수출상품이 다변화될 조짐이다. 해조류를 이용한 기능성 식품도 개발에 속도가 붙어 다양하게 출시되고 있다. 이들 제품을 생산하고 유통·가공하는 관계인들도 수산업·어업인으로 포함할지는 명확한 자료가 없다. 당연히 정책 대상자로 포함하기도 모호하다.

최근 농업과 마찬가지로 수산업·어촌에도 직불제가 확대되고 있다. 수산직불제는 어업인과 어업경영체가 정책의 대상이지만 정의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정책 수혜자에서 제외될 수도 있다.

새로운 수산업 환경과 공익직불제의 확대 등으로 수산업과 어업인을 어느 범위까지 인정해야 할 것인지는 반드시 공론화가 필요하며 명확하게 규정할 필요가 있다. 특히 수산업·어업인 정의를 재정립할 때는 그동안 누락됐던 대상들에 대한 철저한 분석이 이뤄져야 한다.

그동안 농림어업조사상 어가 인구는 경영자 가구만 조사하고 종사자(피고용자) 가구는 제외하고 있어 수산업법과 통계청 조사에 차이가 발생했다. 원양어업, 염업 등 여타 어업인은 경영자 및 피고용자 가구 모두 어가 인구 조사에서 제외돼 있다. ‘100만 수산·어업인’과 10만 어업인의 차이는 여기서 발생한다.

어촌을 협소하게 정의하는 경우 어촌을 찾거나 어촌과의 협력을 유지하는 관계인들에 대한 정책 누락도 발생할 수 있다.

이번에 KMI가 수산업·어업인 정의를 재정립키로 한 것은 미래 수산업 발전의 초석이 될 전망이어서 시의적절하면서도 시급히 진행돼야 할 과제이기도 하다.

따라서 이번 연구를 통해 수산인 및 새로운 정책 대상자들에 대한 다양한 분석과 함께 문제를 파악하고 이들의 요구를 폭 넓게 수용해야 한다. 새로운 기술이 개발되고 다양한 산업이 접목·융합하는 현상에 정책이 능동적으로 대처하고, 정책 대상자들이 혜택을 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번 정의 재정립이 정책 대상자들의 다양한 요구를 반영할 수 있는 초석이 될 수 있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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