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답
갑작스레 쌀쌀해진 늦가을 아침
어제도 그제도 종이 상자 줍는 할머니
궂은 날씨에도 어김없이 종이를 줍는다
장갑도 끼지 않고 일하시기에
안쓰러워 따뜻한 믹스커피 한 잔 드렸는데
고맙다고 몇 번이나 절을 하신다
오늘 아침도 변함없이 집 앞에 오셨는데 글쎄
검은 봉지 하나 들고 오더니
맛깔스런 귤 다섯 개나 가져오셨네요
손녀가 사다 준 거라며 얼른 건네주시곤
잰걸음으로 일터로 가신다
내가 귤 좋아하는 걸 어찌 아시고
한껏 물든 가로수 단풍나무 위로
하늘이 유난히 높고 아름답다
시인 이승룡
·제주 출생
·제주대학교 행정학과 졸업
·건국대학교 행정학 석사
·2018년 계간 <서울문학> 시 부문 ‘신인상’으로 등단
·前 수협중앙회 준법감시실장
·現 (주)수협유통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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