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식수산물 육성방안 성공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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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식수산물 육성방안 성공하려면
  • 탁희업 기자
  • 승인 2024.02.05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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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식수산물을 둘러싼 대외환경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하기 위해 양식수산물 핵심 품목에 대한 전 주기 육성방안이 마련됐다. 더 많이, 더 자주 먹는 양식수산물로 키우면서 국제 경쟁력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해양수산부가 선정한 4대 핵심 품목은 김, 굴, 전복, 넙치다. 이들 품목에 대해서는 소비량과 수출 증대에 초점을 두고 생산부터 유통·수출까지 전 주기를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7억9000만 달러를 수출해 세계 시장 점유율 1위로 수출 효자 상품으로 자리매김한 김은 2030년까지 수출 10억 달러 돌파를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굴은 미국, 유럽 소비자가 선호하는 개체굴(껍데기 단위로 파는 굴) 양식 비중을 2030년까지 30%로 늘려(현재 1%) 프리미엄 굴 수출을 확대하고, 가격 경쟁력이 높은 국산 알굴(깐 굴)과 프리미엄 개체굴을 동시 수출하면서 가공상품 제작을 통해 세계시장 1위 달성을 목표로 삼았다.

전복은 2030년까지 20개의 가공전복 유망상품을 개발해 전복 소비시장의 외연을 확대해 세계인의 건강식품으로 도약한다는 목표다. 활어로 소비되고 있는 넙치는 스테이크, 샐러드 등 일상 식품으로 가공·판매해 범용성 높은 상품으로 도약할 수 있게 한다는 계획이다.

강도형 해양수산부 장관은 “이번 양식수산물 핵심 품목 전 주기 육성방안을 통해 ‘더 많이, 더 자주 먹는 양식수산물, 더 높이 뛰는 양식산업’을 실현하고, 핵심 품목의 성과가 양식산업 전반의 혁신과 국내 수산물 수출 확대로 이어질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장관이 직접 나서 양식산업의 혁신과 지속 발전 계획을 밝힌 것은 양식업계로서는 반가운 일이다. 생산원가 상승과 소비 감소, 가격 하락 등으로 생산성과 수익성이 감소하고 일부 품목은 성장세가 크게 둔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의 전방위적 지원은 새로운 활력소가 될 것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이러한 계획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해당 품목에 종사하는 어업인들의 요구에 걸맞은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

해양수산부는 이번 육성방안을 발표하면서 품목별 업·단체를 대상으로 육성방안 수립 취지와 주요 내용을 설명하고, 현장에서 필요한 지원사항을 발굴해 올해 신규사업으로 편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즉, 양식수산물 핵심 품목 전 주기 육성방안을 먼저 만들고 현장 어업인들의 요구나 현안은 나중에 발굴하고 사업을 편성하겠다는 것이다. 앞뒤가 바뀐 것이다. 이럴 경우 사업 수행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고 사업 추진 방향도 달라질 우려가 크다. 

지난 2011년 농림수산식품부는 2020년까지 전체 수산물 수출 100억 달러 달성을 목표로 하는 ‘수산 분야 10대 전략품목 육성계획’을 확정·발표했다. 갯벌참굴, 해삼, 전복, 넙치, 참치, 김·미역, 새우, 뱀장어, 능성어, 관상어 등 수산 분야에서 성장 잠재력이 큰 10개 품목을 집중적으로 육성한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해양수산부로 정부조직이 개편되면서 수산과학원으로 업무가 이관됐다. 사업 명칭도 10대 수출 전략품목으로 바뀌고 품목도 넙치, 전복, 참다랑어, 해조류, 해삼, 갯벌참굴, 새우, 민물장어, 관상어, 능성어로 바뀌었다.

해양수산부의 핵심 정책의 하나였으며, 수산과학원의 연구개발비(40억 원)와 해양수산부 정책연구비 166억 원 등이 투입되기도 했다. 그러나 10대 수출 전략품목은 2020년대에 주요 정책에서 흔적조차 없어졌다. 품목별 산업화를 위한 연구개발(R&D), 전복보급센터 건립, 인프라 구축 등의 사업도 중단됐다.

현장의 목소리를 외면하고 탁상에서 만들어진 계획은 목표를 달성하기가 아주 어렵다. 특히 정부의 정책 구상이나 지원만으로 관련 산업의 고도화를 달성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특히 장기 프로젝트는 계획 입안자가 결과물에 대한 평가에서 자유롭기 때문에 탁상행정에 그칠 우려가 높다.

현장에서의 연구 경력을 바탕으로 양식산업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강도형 장관의 야심찬 프로젝트는 양식산업 발전의 마중물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앞뒤가 바뀐 정책이나 현장의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는 계획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이번에 선정된 4대 품목이 안고 있는 현안은 수두룩하다. 지난해 사상 최고 수출을 달성한 김은 기후변화 등으로 원초 생산에 막대한 피해가 발생하고 있으며 마른김, 조미김 생산업계와의 협력에도 균열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개체굴 생산을 위한 종자 공급, 개체굴 생산시설, 넙치 양식장의 폐사율 증가, 전복 가격 폭락 등으로 어업인들의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업계 현안과 숙원사항이 반영되지 않는다면 핵심 품목 전 주기 육성방안은 언제 주요 정책에서 사라질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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