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신어장 개척과 안정적 수산물 공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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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신어장 개척과 안정적 수산물 공급
  • 탁희업 기자
  • 승인 2024.01.22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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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수산부가 해외 대체어장 찾기에 나섰다. 이번에는 자원이 비교적 풍부하다고 알려진 동아프리카 수역을 대상으로 추진된다. 올해 예산도 전년 대비 10억 원이 늘어난 24억 원이 투입된다.

지난 2001년부터 수산과학원의 조사선을 이용해 북태평양어장 자원조사에 나선 이후 2005년부터는 상업어선까지 투입돼 새로운 어장 조사를 진행해왔다. 2022년까지 북태평양 꽁치, 대서양 오징어, 남빙양 이빨고기(메로) 등 11개의 새로운 해외어장이 개척됐다.

공해상의 규제 및 연안국의 자원자국화 정책 강화로 원양어업은 기존 어장에서 쫓겨나거나 막대한 입어료를 지불하는 등 어업환경이 변화해 자원이 풍부한 어장 확보는 해당 어업인들의 지속 가능한 생산 활동의 전제 조건으로 작용해왔다.

북태평양은 물론 베트남, 아프리카, 인도양, 러시아 등 자원이 풍부한 곳은 해마다 조사가 이뤄졌다. 트롤을 비롯해 저연승, 채낚기, 참치 연승, 봉수망 등의 업종에, 대상어종 또한 꽁치와 전갱이, 오징어, 메로, 조기류, 민대구 등 다양하다.

올해는 최근 오징어 어획량 감소 추세에 따라 오징어 자원이 풍부한 것으로 알려진 케냐 등 동아프리카 수역을 대상으로 조사가 추진된다. 

해외 어장 자원조사는 갈수록 좁아지는 어장을 찾아 헤매는 해당 업계에 지속 가능한 생산 활동을 제공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국내 수산물 공급 안정에도 기여할 수 있다.
지난해 러시아 수역의 명태와 오징어, 서아프리카 수역의 조기와 민어 자원조사도 이러한 관점에서 추진됐다. 

올해 역시 국내 어획량이 크게 줄어든 오징어가 케냐 등 동아프리카 수역에 비교적 풍부하다는 평가에 따라 어장 자원조사에 나서게 된 것이다. 업계의 의견이나 요청에 부응해 정부가 적극적인 지원과 예산 확대에 나선 것은 크게 반길 일이다.

그러나 해외에서 새로운 어장을 찾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공해상에서조차 어업 행위에 대한 규범이 강화되고 있는 분위기라 자원이 풍부한 연안국내 입어는 상당한 어려움을 겪게 된다.

안정적인 수급을 유지해줄 수 있는 해외 생산기지 확보는 우리의 필요에 따라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해당 지역의 자원량부터 해당국의 관련 법과 제도는 물론 우리 어업인들의 진출 가능성과 수익성까지 철저하게 분석해야 한다.

올해 실시되는 동아프리카 자원조사는 오징어업계의 요구사항을 그대로 수용한 결과로 보인다. 그러나 의견 수렴 과정이 충분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지난해부터 해외어장 자원조사 사업자로 기존 원양어업인(단체) 외에 연근해어업인까지 확대했다. 사업대상자 확대는 기존의 대상자를 제외하거나 배제하라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의견 수렴과 사업자 참여를 위함이다.

특히 전 세계 바다를 대상으로 어업활동을 해 누구보다 해당 지역의 자원이나 어업 여건을 잘 알고 있는 원양업계가 자원조사 논의 대상에서 제외됐다는 것은 이해하기 힘든 점이다.

지난해 서아프리카 기니비사우에서 실시된 자원조사 역시 연안국의 법이나 제도, 기반시설을 파악하지 못해 진출 가능성을 재검토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조사에서 민어류와 조기, 능성어, 서대류, 왕새우 등 자원량은 풍부한 것으로 파악됐다. 해외 대체어장은 물론 안정적인 수산물 공급처로서의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평가됐다.

하지만 어획물의 보관, 운반 등 기반시설이 턱없이 부족해 새로운 어장으로 활용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특히 서부 아프리카 수역은 자원 남획에 따라 저층 트롤 허가를 제한하는 등 규제가 강화됐다. 이 때문에 정치망 등 전통 어법만이 진출 가능성이 있다. 이 어법으로 사업성이 있을지는 검토해봐야 하는 실정이다.

최근 기후변화 등으로 어장 상황이 급변함에 따라 주대상어종의 어획량이 급격히 감소하거나 새로운 어종이 등장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오징어가 사라지고 있는 동해안 어업인들 속은 절박함이 더해지고 있다. 그런 만큼 해외 자원조사 예산이 전년보다 두 배 이상 늘어나고, 사전에 준비하고 검토해야 할 사항도 늘어났다.

이러한 사업이 성과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정책담당자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단기 성과나 단순한 지원에 그쳐서는 안된다. 해외에서의 생산량 증대와 수산물 수급 안정도 필요하지만 해외어장이 해외의 우리 영토라는 인식 아래 정책을 실행해야 한다. 특히 국제 수산 관련 기구의 규범이나 활동은 물론 목적 달성에 필요하다면 해양수산부 내 담당부서의 조직 개편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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