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인생2막 어촌 이야기] 이지상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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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인생2막 어촌 이야기] 이지상 씨
  • 한국수산경제
  • 승인 2024.01.22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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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령 바다에서 꿈꾸던 인생 2막을…

현실과 타협하며 살아온 지난날들. 바쁜 일상 탓에 잊고 지낸 바다. 언젠가 바다로 돌아오겠다는 생각을 가슴속에 품고 있었던 이지상 씨는 2018년 그 꿈을 실현했다. 도시에서 직원 8명의 제법 큰 부동산 중개업소를 운영하던 그는 귀어 후 4년째 통발어업을 하고 있다. 꿈을 찾아 바다로 떠난 이 씨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현실에 부딪혀 잊고 지낸 바다
이 씨는 어렸을 때부터 바다와 인연이 깊었다. 그는 전남 여수에서 1시간 거리에 위치해 있는 ‘초도’라는 섬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부터 소라와 해삼을 잡고 바다와 함께 지내왔다. 
바다와 둘도 없는 친구가 된 그는 전남대학교 어업 관련학과를 졸업한 후 캐나다, 뉴질랜드, 아프리카 가나 등 전 세계를 누비며 15년 정도 원양어선 항해사와 선장으로 일했다.
바다 위에서 10년 넘게 생활했지만 결혼 후에는 안정적인 생활을 위해 바다를 떠나기로 결심했고, 그 길로 부동산중개업에 뛰어들었다. 가정을 책임져야 했던 이 씨는 자연스럽게 바다와 멀어졌다. 바다와 한 몸처럼 지내왔지만 부동산 중개업을 시작하며 바다에 작별을 고했다.

귀어귀촌 준비를 시작하다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부동산 중개업에 매진하며 가정을 책임졌던 이 씨. 그는 바다를 떠났음에도 바다가 풍기는 냄새와 바람, 풍경이 주는 아늑함이 좋아 바다로 낚시를 자주 다녔다. 
그러다 우연히 충남 보령에 위치한 섬, 호도에 낚시를 하러 갔다가 마주한 통발어업. 호도에서 마주한 통발어업 체험으로 통발의 매력에 빠지게 됐다. 통발을 들어 올릴 때마다 놀래미, 조피볼락, 장어 등 수산물들이 다양하게 올라오는 모습을 보며 마음이 가득 찬 느낌을 받았고, 바다가 주는 풍요로움과 아늑함이 주는 선물은 바다로의 삶으로 이 씨를 이끌었다.
특히 이곳저곳으로 바다낚시를 다녔지만 보령이라는 지역이 주는 정겨움과 따뜻함은 이 씨가 귀어 지역으로 선택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게다가 보령은 자녀들이 살고 있는 서울과 가까웠기에 선택하는 데 어려움이 없었다.
“결혼 후 부동산 일에 전념했는데 자꾸 바다가 생각나고 향수가 느껴지더군요. 자녀들이 크고 취업 문제까지 해결되면 언젠가는 바다로 가야겠다고 계속 생각해왔습니다. 여기에 아내와도 함께 보령에 방문했습니다. 아내도 보령에서의 따뜻함을 느꼈는지 귀어는 생각보다 순조로웠습니다.”
귀어를 결심하고 나서 이 씨는 바다에서의 새로운 삶을 위해 시장조사부터 어업에 대한 공부까지 차근차근 준비해나갔다. 이 씨는 귀어 후 고기를 잡는 것뿐 아니라 유통사업까지 계획하고 있었기 때문에 판매 시장이 어느 정도 형성돼 있는지도 꼼꼼하게 살펴봤다. 귀어학교에서 교육과정을 이수하며 어업에 대한 기초지식 습득과 실습을 했고, 그 후 6개월간 현지에서 선원으로 근무하며 어업에 대한 노하우와 경험을 쌓았다. 원양어선 선장으로 근무했던 경험이 있어 항해에는 자신이 있었지만 물고기를 잡는 방법이나 사용하는 도구에 대해서는 전혀 몰랐기에 ‘내가 아는 것이 다가 아니다’라는 생각으로 임했다.
“통발어업을 쉽게 선택할 수 있었던 이유는 적은 인원으로 할 수 있는 어업이기 때문이었습니다. 다른 어구를 사용할 경우 잔업이 많은 편이지만 통발어업은 정리가 간단한 편이라 상대적으로 초보 선장들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어업의 종류라고 생각해요. 어선어업은 초기 자본이 많이 들어가고 인건비와 잔업의 유무도 중요한 것 같아요.”

진정한 보령 주민으로 거듭나다
25년간 해오던 부동산 중개업을 마무리하고 본격적으로 귀어한 이 씨. 선장 경험이 있는 그에게도 귀어가 쉬운 일은 아니었다. 보령은 이 씨에게 연고도 없는 지역이었고 아는 사람도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처음 보령에 이주를 결심했을 때만 해도 마음을 터놓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나 어업을 하다가도 모르는 부분이 생기면 깊이 있는 질문을 할 사람이 이 씨에게는 존재하지 않았다. 
“처음에는 상당히 힘들었죠. 밑바닥부터 다시 시작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정말 열심히 노력했습니다.” 그래서 이 씨는 먼저 마을 주민들과 친분을 쌓았다. “바다에 나가 고기를 잡으면 잡은 고기를 어업인들과 나누며 인사하러 다녔어요. 보령에 와서 일만 할 때와는 다르게 주민분들과 친해지니 더 많이 배우게 되더라고요. 먼저 다가가니 인사도 해주시고, 점점 사람들의 정을 느꼈어요. 그 외에도 보령에 있는 통발협회에 가입해 회원으로서 열심히 봉사한 결과 귀어 1년 만에 협회의 총무도 맡게 됐습니다.” 
그는 마을 공동체 활동도 마다하지 않았다. 어르신 섬김 잔치에 참여해 음식을 대접했고, 해양쓰레기도 여러 번 수거하며 보령 바다의 깨끗한 환경을 위해 앞장섰다.
이 씨는 적극적으로 마음을 열고 진심으로 사람들을 대하며 깊은 관계를 형성해나갔다. 사람들과의 관계가 좋아지면서 그의 귀어생활도 점차 안정을 찾아갈 수 있었다고 한다.

통통배 아저씨의 삶
어업의 노하우를 배우고, 마을 사람들과 정을 나누며 보령에 정착한 이 씨. 그의 하루는 바다로 가득 차 있다. 
“보령 바다는 보통 꽃게철, 낙지철, 소라·잡어철로 나눠지는데 시기별로 시간을 조금씩 바꿔가며 출어하고 있어요.” 시기마다 정확한 시간은 다르지만 이 씨는 보통 새벽 1시에서 3시 사이에 출어를 나간다. 
“어획물의 약 70%는 수협에 위판하고 나머지는 인터넷, 주변 식당, 거래처 등에 판매하고 있습니다.” 

이 씨는 ‘통통배 아저씨’라는 이름으로 온라인 판매(https://smartstore.naver.com/tongtongship)도 하고 있다. 
“온라인 쇼핑몰 운영 과정이 복잡하지는 않아요. 온라인 쇼핑몰 운영 관련 교육을 여러 번 수강하면서 큰 욕심 없이 하나하나 적응하고 배워나가고 있습니다.”

예비 귀어귀촌인을 위한 조언
이 씨는 예비 귀어귀촌인을 위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귀어를 결심했으면 지역을 확실하게 선택하세요. 그리고 해당 지역에 대한 충분한 조사가 선행돼야 합니다. 국가에서 진행하는 지원 정책, 내가 받을 수 있는 지원이나 혜택도 잘 숙지하고 귀어를 시작하세요.”
이 밖에도 나에게 맞는 업종을 선택한 후 어업 노하우를 배울 수 있는 멘토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 분야의 전문가를 롤 모델로 삼아 일을 손에 익혀야 한다는 것이다. 
“충분히 가서 일을 배운 다음 귀어를 시작해도 늦지 않습니다. 저는 어설프게 시작해서 굉장히 어려움을 많이 겪었어요. 로프에 발목이 감겨 죽을 뻔한 고비도 있었습니다. 철저한 준비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분명 큰 어려움을 겪게 될 겁니다.” 
이 씨는 본인이 겪었던 어려움들을 후배 귀어귀촌인들이 겪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진심 어린 조언들을 전했다. “지역과 업종에 대한 조사를 꼼꼼하게 하시고 귀어하시면 3~5년이면 충분히 자신만의 꿈을 이룬 귀어귀촌인이 될 수 있으실 겁니다.”
그렇다면 지금의 이 씨가 이루고자 하는 꿈은 무엇일까? 
“제가 마지막으로 이루고 싶은 목표는 바로 우리 마을에 실버타운을 설립하는 것이에요. 아직은 시작 단계입니다. 설립 기간을 3년 정도 생각하고 있는데 그 기간 동안 잘 준비해서 저의 마지막 꿈을 꼭 이루고 싶습니다.” 
이 씨를 따뜻하게 맞이해준 보령에 마을 주민들과 함께 실버타운을 건립해 더 좋은 마을을 만들 계획을 세우고 있다. 그 마지막 꿈을 실현하기까지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지만 연고가 없는 보령 지역에서 제2의 인생을 시작해 안정적인 정착을 한 이 씨라면 분명히 그 꿈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 기대된다. 귀어 5년차를 맞이한 통통배 아저씨 이 씨의 멋진 미래를 기대해본다.
 

<자료 제공=한국어촌어항공단 귀어귀촌종합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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