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산물 생산량 변화 대응방안 강구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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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산물 생산량 변화 대응방안 강구해야
  • 탁희업 기자
  • 승인 2024.01.15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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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산물 생산량 변화가 심상찮다. 기후변화에 따라 달라진 자원의 서식 환경 때문인지, 어획 강도에 따른 변화인지는 좀 더 구체적인 연구를 진행해봐야 하겠지만 변화의 결과가 나타나기 시작한 만큼 대응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전국 수협 산지위판장 214개소의 실적을 잠정 집계한 결과 동해안 생산량은 줄어든 반면 서해안은 늘어났으며 격차가 심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르면 강원, 경북지역 위판량은 2022년 11만4086톤이었으나 지난해에는 10만3281톤으로 10% 정도 줄었다. 위판금액도 930억 원이 감소한 4741억 원에 그쳤다.

반면 서해안의 경기, 충남, 전북지역 위판량은 15만4368톤으로 전년보다 6188톤이 증가했으며 위판금액도 409억 원이 늘어났다. 남해안의 전남지역은 위판량과 위판금액 모두 광역 지자체 중 가장 높은 실적을 기록해 남해안에서의 생산활동은 아직은 비교적 활발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협의 위판량 조사에서 나타난 가장 특징적인 것은 동해안 어업 활동이 극히 부진하고 자원의 변동도 심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동해안 생산량 중 오징어의 경우 극심한 부진을 보여 동해안 오징어 어업인들이 정부로부터 긴급 자금을 지원받을 만큼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는 것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지난해 위판량은 2만4660톤으로 전년보다 1만3365톤이나 줄었다. 오징어 어획 부진으로 오징어 위판의 중심지역인 후포, 구룡포, 울릉군수협의 위판 감소가 두드러졌다.

국립수산과학원 서해수산연구소는 지난해 서해 중부해역 40개 정점을 대상으로 알과 어린 물고기 조사를 실시해 서해 바다가 난류성 어류의 산란장임을 밝혀냈다. 서해 연안에 유입되는 56종의 어류 알과 물고기 분포 조사에서 서해의 정착성 어류인 넙치, 서대류(참서대, 개서대 등) 외에 대표적 난류성 어류인 멸치, 삼치, 갈치, 고등어, 가라지 등의 알과 어린 물고기도 확인했다.

조사 결과 난류성 어류인 멸치 알은 5월부터 8월까지, 삼치 알은 5~6월, 갈치 알은 8~9월, 가라지의 알은 6~8월, 고등어 알은 6월에 확인됐다. 멸치(5~9월)와 갈치(8월), 가라지(7~8월)는 어린 물고기도 함께 발견됐다. 예상치 못한 난류성 어류 알과 어린 물고기 확인은 서해안 서식 환경이 변화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도 비슷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근해 표층 수온의 지속적 상승으로 기초생산력이 10년 전보다 60% 낮아진 것으로 파악됐다. 또한 연근해 수온 상승으로 난류성 어종의 어획이 증가하고 한류성 어종의 어획은 감소했으며 아열대성 어종의 발생빈도도 증가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남해안은 제외하더라도, 동해와 서해의 자원 변화는 이미 나타나고 있다. 동해안에서 명태가 사라진 지 오래다. 오징어 어획 부진이 나타난 것도 5년 이상 됐다.

반면 서해안에서의 오징어 조업이 성행한지도 오래전 일이다. 동해안 오징어채낚기어선들이 서해 연안 일대에서 환하게 불을 밝히고 오징어를 잡는 일이 더 이상 낯선 일이 아니다. 울릉도 오징어가 동해안 특산어종 자리를 지킬 수 없을 만큼 어획량은 매년 감소하고 있다. 동해안은 오징어 어획이 부진한 반면 방어나 고등어 어획량이 늘어나고 있다. 동해안 정치망에는 방어나 참치가 대량 어획되기도 한다.

동·서해안의 수산물 생산 변동의 원인은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기후변화에 따른 어족자원의 서식지 변화가 주 원인으로 꼽히고 있지만 과학적인 연구 결과는 지켜봐야 한다. 하지만 기후변화에 따른 어종의 변화와 어획량 변화는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2027년부터 모든 연근해어선에 TAC를 적용하고 어획물 양륙항 지정, 어획증명서 제도 시행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동·서해안에 나타나고 있는 어획량 변화와 자원 변동에 대한 연구 결과가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정책 효과는 기대하기 어렵다. 정착성뿐만 아니라 고도회유성 어종의 회유경로가 바뀌면 어업 현장이 달라지고 어업활동도 달라지게 된다.

특히 해역별 자원량과 어종의 변화는 직접 어업활동에 나서는 어업인뿐만 아니라 지역 어촌 사회에도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오랜 기간 어업인들이 축적해온 어획 경험과 기술을 무용지물로 만들고, 어촌사회의 인구 감소를 심화시킬 수 있다.

기후변화로 급변하는 생태계와 어업 환경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대상 어장과 어종에 대한 정보 수집과 분석을 실시하고 수온 변화에 따른 자원의 이동 경로 등도 파악해야 한다. 지역별 생산량 변화가 해당 어촌 사회의 소멸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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