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기 어구(漁具) 순환관리체제로의 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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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기 어구(漁具) 순환관리체제로의 전환
  • 한국수산경제
  • 승인 2024.01.15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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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양 해양수산부 어구순환관리과장

그동안 정부는 어업을 관리하는 구성요소 대부분을 각각의 개별 법률로 운영해 왔으나, 어구는 ‘수산업법’에서 사용량과 규모 등에 관한 일부분을 제외하고는 사용한 폐어구의 회수 등을 위한 사후관리 측면에서 사각지대에 있었다. 어장은 ‘수산업법’, ‘수산자원관리’ 및 ‘어장관리법’에서, 어선은 ‘어선법’에서, 어항은 ‘어항법’에서 관리해 왔던 것에 비하면 너무나 비교된다.

어구는 생산·제작·판매에서 사용·폐기에 이르는 전 과정을 관리하는 법률적 체계가 없어 어구의 연간 생산량뿐만 아니라 어업인이 얼마나 사용하는지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으며, 어구의 적정 사용량이나 폐어구의 수거를 전적으로 어업인의 자율적 준수에만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매년 우리나라 해역에서 4만여 톤의 폐어구가 발생하고 있으며, 이 중 1만여 톤은 수거되지만, 나머지 3만여 톤은 수거되지 못하고 그대로 바다에 쌓여가고 있다. 이러한 폐어구로 물고기가 걸려 죽는 유령어업으로 수천억 원의 수산자원에 피해를 주고, 선박 사고도 종종 발생하고 있다. 더욱 큰 문제는 수백 년간 분해되지 않는 폐어구가 미세플라스틱화되어 인간과 해양생태계에 커다란 위해(危害)를 주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로 해양수산부는 2022년 1월 ‘수산업법’을 개정해 어구의 사용량과 폐어구의 발생량을 줄이기 위해 어구 생산·판매업 신고제와 어구 보증금제 도입을 골자로 어구의 생산에서부터 사용 이후 수거·처리에 이르는 전주기 어구 순환관리체계를 마련했다.

어구의 생산·수입·판매업 신고제는 어구를 직접 생산·수입해 판매하거나, 무상으로 유통·공급하는 것을 업으로 하려는 자와 생산된 어구를 납품받아 판매하려는 자가 주 사업장이 소재하는 시장, 군수, 구청장에게 영업을 신고하는 제도로, 어업인에게 어구를 생산·판매한 정보를 기록하고 이를 3년간 보존해야 한다. 이를 통해 국내에서 유통되는 단계에서부터 체계적으로 어구를 관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2024년 1월부터 본격 시행하는 어구 보증금제는 해상 폐기 또는 투기에 따른 폐어구의 발생을 사전 예방하기 위한 것으로, 일정 금액의 보증금이 포함된 어구가 어업인에게 판매되고, 어업 현장에서 더 이상 사용할 수 없게 된 폐어구를 육상의 지정된 장소로 가져오면 판매 당시 어구에 포함된 보증금을 다시 돌려줌으로써 어업인들의 자발적인 회수를 유도하는 제도이다. 우선 통발부터 시행하며 자망과 양식장 부표로 단계적으로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그간 제도 수립 과정 중 현장 설명회에서 만난 어업인들의 대부분은 폐어구의 발생량을 줄이는 이 제도의 취지에는 공감하고 있다. 다만, 특정 어업부터 먼저 시행하는 불만과 새로운 제도 도입에 따른 불편함에 대한 의견도 있다. 이러한 부분은 제도에 참여하는 어업인에게 불필요한 규제 개선, 수산직불제 점수 부여 등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시행 과정에서의 문제점을 파악해 최소화되도록 보완해나갈 계획이다. 
어장이 깨끗해지면, 직접적으로 어업인에게는 조업하는 과정에서 폐어구가 걸려 발생하는 어업 피해가 줄어들게 된다. 이를 금액으로 환산하기는 어렵지만 안전하고 효율적인 조업에는 분명 도움이 될 것이다. 또한 유령어업으로 발생하는 수천억 원의 수산업 피해를 예방하고, 폐어구 발생량이 줄어드는 만큼 수거에 들어가는 수백억 원의 국가 예산이 절감됨과 동시에 미세플라스틱 저감으로 안전한 수산물 생산과 통행하는 선박의 안전사고 예방에도 많은 부분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간 우리는 플라스틱이라는 성능 좋은 어구를 통해 바다로부터 해양식량자원을 확보해왔다. 그러나 바다는 인간의 욕심 때문에 스스로 회복하기 불가능한 수준으로 병들어가고 있다. 바다를 되살리는 것은 이제 우리 모두의 생존 문제로 인식해야 한다. 다음 세대까지 물려줄 건강한 바다로 만들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불편과 폐어구의 회수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우리의 바다를 깨끗하게 관리하자는 데 누구도 이견이 없을 것이다. 무엇보다 지금의 바다를 그대로 방치할 수는 없다. 나 자신이 발생시킨 쓰레기 즉, 폐어구는 본인이 가져오는 것은 당연한 의무이다. 우리의 바다를 깨끗하고 건강하게 되살리는 일에 바다를 직접 이용하는 어업인뿐만 아니라, 우리 모든 국민이 함께 참여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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