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인생2막 어촌 이야기] 전정훈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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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인생2막 어촌 이야기] 전정훈 씨
  • 한국수산경제
  • 승인 2024.01.08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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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 삼촌의 관상어 이야기

어릴 적부터 물고기와 함께하며 물고기에 관심을 갖던 전정훈 씨. 울진에서 태어나 마트, 물류센터, 조선소, 설계사무소 등에서 안 해본 일이 없을 정도로 다양한 일을 해봤지만 결국 그가 최종적으로 선택한 삶은 어릴 적부터 관심 있던 물고기와 함께하는 삶. 현재 관상어 양식, 민물고기 종묘 생산, 관상어 용품 판매 등 물고기와 함께하며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는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물고기, 인생의 동반자가 되다

경상북도 울진군에서 태어나 초·중·고 시절을 보낸 전정훈 씨. 그는 어릴 적 어머니가 집에서 관상어를 기르는 모습을 보며 어린 시절을 보냈다. 어머니의 영향으로 어렸을 때부터 물고기와 함께 자란 전 씨는 자연스레 물고기에 관심을 갖게 됐고, 물고기와 함께하는 삶을 선택하게 됐다고 한다. 

하지만 그가 처음부터 관상어 양식업을 한 것은 아니다. 마트, 물류센터, 조선소, 설계사무소 등 다양한 분야에서 근무하던 전 씨는 어린 시절 어머니가 키우던 물고기를 바쁜 일상 속에서도 항상 반려동물로 기르며 관상어에 더 많은 애정을 갖게 됐다. 게다가 가깝게 지낸 대학 선배가 양식업에 종사하며 전 씨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줬다. 관상어를 단순히 집에서 키우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규모를 키워 사업을 시작하는 것에 욕심이 생기게 된 것. 

결정적으로 국내에 유통되는 관상어의 70%가 수입 관상어라는 것을 알게 된 후 국내 관상어 개체를 늘리고자 양식업을 해보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2016년 그는 대학 시절을 함께 보낸 선배와 수족관을 운영하는 지인의 도움을 통해 관상어 양식업에 첫발을 내디뎠다. 

“물고기를 기르는 일은 매우 부지런하게 움직여야 합니다. 일정한 시기에 밥을 주고 조명을 켜주며, 물을 갈아주고 적절한 시기에 선별과 출하를 해야 하는 아주 계획적인 일이에요. 오히려 그런 점이 제 성격과 잘 맞아서 더 행복하게 일할 수 있었습니다.”

귀어귀촌을 결심한 그가 양식업을 시작한 장소는 그가 나고 자란 경북 울진. 어릴 적부터 나고 자란 울진을 누구보다 사랑했던 전 씨는 고향에서 환경을 보호하며 지속 가능한 양식업을 하고자 포부를 다졌다. “환경을 보호하며 지속 가능한 사업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자란 울진에서 그런 의미 있는 일을 한다면 더 뜻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죠. 그래서 울진에 다시 발을 디디게 됐습니다.” 

전 씨는 고향으로 귀어를 한 뒤 철저한 사전 조사를 바탕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귀어 초반에는 무리하게 크게 사업을 운영하기보다는 작은 어항 여러 개를 설치해 물고기를 키웠다. “관상어는 자연조건을 분석해 적절한 장소에서 양식을 해야 합니다. 요즘에는 배송 시스템이 체계적으로 잘 갖춰져 있잖아요. 그래서 지역 조건을 잘 파악할 수 있다면 지방에서 양식을 하더라도 경쟁력 있는 사업이 가능하다고 판단했어요.”

지역 조사뿐만 아니라 양식업 성공을 위해 여러 관련 기관을 돌아다니며 발품을 팔았다. 군청에 가서 각 과를 돌아다니다가 귀어귀촌종합센터와 정부 지원사업을 알게 됐다. 덕분에 귀어귀촌종합센터에서 귀어귀촌 교육도 받고 귀어귀촌 관련 정부 지원도 받을 수 있었다.

전 씨는 귀어귀촌종합센터의 교육이 실제로 양식업에 도전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됐다고 회상한다. 무조건 물고기의 수와 체형이 크고 건강하게 잘 키우는 것이 실력이라고 생각한 그에게 귀어귀촌 교육이 반성의 계기가 된 것. 또한 교육을 통해 양식의 기초와 운영방법 등 기존에 부족했던 부분들을 보완할 수 있었고 시설의 종류와 양식에 대한 전반적인 것들을 배울 수 있었다. 귀어 전 다양한 사회 경험을 쌓은 것도 그의 귀어귀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대학 시절부터 안 해본 일이 없었어요. 사회경험을 쌓아야겠다고 생각해서 식당 아르바이트부터 마트 행사, 물류센터, 플라스틱 공장, 조선소, 제철소, 설계, 디자인 등 정말 많은 분야의 일을 경험했습니다. 이 외에도 대형운전, 중장비 운전, 컴퓨터 프로그램 등 여러 자격증을 취득했어요. 많은 분들이 제가 경험한 일들과 보유한 자격증들이 관상어와 무슨 상관인지 궁금해하실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관상어 양식은 유전적인 지식과 양어 기술뿐만 아니라 미적 감각과 세밀한 관리, 배치가 필요한 사업입니다. 귀어하기 전 쌓은 경험들을 통해 다양한 업계의 분들을 알게 됐고, 체계적인 유통 구조를 갖출 수 있었습니다. 귀어 전에 여러 가지 일을 해본 것이 결과적으로 제게 큰 도움이 된 거죠.”

긍정적 에너지로 어려움 헤쳐나가

누구보다 물고기를 사랑하고, 관상어 양식에 대해 자부심이 넘치는 전 씨. 하지만 그런 그도 처음부터 창업이 쉬웠던 것은 아니라고 회상한다. 

“처음 시작은 솔직히 너무 막막했죠. 호기롭게 울진으로 왔는데 쉬운 일이 없더라고요. 게다가 울진에는 넓은 평야가 없어서 더 많은 개발비용이 필요했습니다.” 양어장으로 적합한 장소를 찾기 위해 밤낮으로 발품을 팔았다. 전 씨는 직접 장소를 방문하며 일조량, 해가 넘어가는 위치, 바람의 방향, 기온, 수량 등 다양한 정보를 분석했다. 특히 물고기들은 진동이나 충격에 약하기 때문에 완충 지역이 필요했다. 

이 밖에도 양어장 배수와 급수 문제 또한 신경을 써야 했다. “당시에는 재정도 넉넉하지 않았기 때문에 더 부지런하게 장소를 알아봤죠. 아침 일찍 일어나 밤늦게까지 일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전 씨는 그 당시를 회상했다.

장소 문제가 해결되고 나니 양어장 건립에 어려움을 겪게 됐다. 산의 계곡에서 내려오는 배수로가 막혀 주민들에게 피해가 갈까 걱정돼 사비로 배수로 공사를 하고 도로 포장까지 해야 했다. 공사를 하던 도중에는 태풍이 지나가서 미처 완공되지 못한 배수로를 통해 무려 토사 200톤이 양식장으로 내려오고 주변 민가까지 덮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도 생겨났다. 

전 씨는 그 일을 겪은 당시에는 모든 것이 막막하고 어려웠다고 회상했다. “끝없는 삽질과 물청소를 하며 피해 현장을 복구하려고 노력했어요. 다행히 제가 굴착기 면허가 있어서 직접 굴착기를 이용해 흙을 퍼내고 토사에 묻힌 자재들을 복구하며 더더욱 성공의 의지를 다졌습니다.”

그리고 다양한 문제에 직면했을 때 전 씨는 혼자 독단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하기보다 지역 주민들과 적극적으로 대화하며 주민들의 조언을 구했다. 이뿐만 아니라 지역 주민들과 하나가 되기 위해 노력했다. 주민들에게 먼저 다가가서 연락과 대화를 통해 호감을 쌓았고, 주민들의 일에도 발 벗고 나섰다. 이 같은 노력으로 양식장 완공 후 축하를 받는 돈독한 사이로 거듭났다. 그 가운데 소중한 인연도 만나 평생을 함께 약속하는 부부가 됐다. 

“마을 이장님과 어르신들의 진심 어린 조언 덕분에 공사를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었어요. 물론 앞으로 어려운 일이 아예 없지는 않겠죠. 그러나 또 어려운 일들과 부딪치더라도 지난날을 생각하며 더욱 힘을 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지역 발전에 이바지하는 물고기 삼촌

전 씨는 양식장을 운영하며 단순히 물고기를 양식하고 판매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자신의 사업을 통해 사회적 기여를 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첫 번째로 마을 내의 어린이집에 관상어와 사료를 공급하며 더 많은 아이들이 물고기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앞장섰다. 전 씨가 그랬듯이 어린 시절 쌓은 물고기와의 긍정적인 기억은 어린아이들의 정서 발달 등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두 번째로 교육청 교육과장실 내에 아쿠아리움을 설치해 각 학교장들에게 어항설치 사업을 권장하고 교육적 효과를 설명했다. 아쿠아리움 관람 및 교육 체험이 초·중등 학생들에게 과학 지식, 창의성 등에 바람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저도 어린 시절 어머니께서 관상어를 기르는 모습을 보고 꿈을 키운 것처럼, 자라나는 아이들도 이 물고기들을 보며 멋진 미래를 꿈꿨으면 좋겠습니다.” 전 씨가 밝은 표정으로 말했다. 

전 씨는 지금의 사업에 만족하지 않고 사업을 더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 중이다. 현재 가장 큰 목표는 관상어를 생산해 전국 수족관에 택배로 납품하는 것이다. 우수한 종자를 육성하는 것뿐만 아니라 한국의 관상어를 알릴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해외 심사와 품평회에도 출전해 장기적인 수출 시장을 만들 계획이다. 

“로드숍도 운영해 건강한 관상어가 함께하는 울진의 명소로 만들어 지역 경제를 살리기 위해 노력할 겁니다. 마지막으로는 현재 판매하는 사료와 용품을 더욱 적극적으로 홍보해 다양한 브랜드를 취합해 유통하는 세계적인 기업이 되고 싶어요.”

그는 관상어로 귀어귀촌을 고민하는 예비 귀어귀촌인들에게도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하시기 전에 관상어를 집에서 미리 키워보시는 것을 추천드려요. 집에서 나만의 노하우를 익히면 많은 도움이 될 겁니다. 이 밖에도 귀어귀촌종합센터나 지역의 귀어학교 등에서 진행하는 교육도 함께 들으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거예요.” 

오랜 시간 관상어를 키워온 만큼 진심이 느껴지는 조언이었다. 당찬 포부를 갖고 앞으로 나아갈 전 씨의 미래가 기대된다.

 

<자료 제공=한국어촌어항공단 귀어귀촌종합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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