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수출 1조 원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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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수출 1조 원 시대
  • 탁희업 기자
  • 승인 2023.12.25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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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수출이 사상 처음으로 1조 원대를 달성했다.

수산식품 수출 역사상 단일품목으로 최고의 실적이며 올해 11월 현재 농수축산식품 전체에서도 2위를 기록하고 있다. 담배, 라면같이 인위적인 가공을 하지 않은 순수 원료만을 기준으로 한다면 어떤 품목도 따라올 수 없는 독보적인 1위다.

세계 김 시장규모 91억8000만 달러 중 70% 이상을 차지해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수출 대상국도 올해는 124개국에 이른다. K-푸드의 영향을 받았지만 이제는 K-시푸드, K-김(GIM)으로 불릴 만큼 김이 우리나라 대표 브랜드로 떠올랐다.

이에 해양수산부는 지난 9월 제1차 김산업진흥 기본계획을 수립해 체계적인 산업 육성 기반을 마련했다. 2027년까지 김 수출액 10억 달러를 달성하고 김 시장 점유율 1위를 굳건히 지킨다는 목표를 설정한 것이다. 고품질 원료 공급, 고부가가치 창출, 미래 지속성장형 산업, 국제적 수요 창출이라는 4대 과제 12대 세부 실천계획까지 마련해 추진 중이다.

김 수출 1조 원 시대는 우리나라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동시에 김을 비롯한 수산식품에 대한 이미지 제고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농수축산식품 수출 상위 10위 품목 중 김을 비롯한 참치, 명태 등이 포함돼 있으며 전복과 굴, 넙치 등도 단일품목으로는 1억 달러 수출에 근접해 있을 만큼 해외 시장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다.

지난 2000년 3000만 달러에 불과하던 김 수출은 2010년 5400만 달러로 증가했고 마침내 2015년 사상 처음으로 1억 달러를 달성했다. 10년간 연평균 8% 수준으로 수출이 늘어나 올해 수출액 7억7000만 달러(1조 원)를 넘어서게 된 것이다.

넙치는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가 본격화되면서, 전복은 중국 경제 상황 악화 등으로 주춤한 상황이지만 신시장 개척 등으로 상황이 호전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굴의 경우 패각이 있는 각굴의 수출이 증가하고 유럽 등지에서의 수요도 늘어나고 있어 수출 확대가 기대되고 있다.

그러나 2027년 10억 달러 수출 달성을 위해서는 장애가 되는 현안들을 먼저 해소해야 한다. 우선 생산체제에 대한 전반적인 시스템 점검이 필요하다. 해외시장에는 국내에서 볼 수 없는 많은 제품들이 경쟁하고 있다는 소식도 있다. 해외시장에서 국내 업체들 간 경쟁이 가열되면 시장 가격 하락은 물론 품질 하락과 시장 퇴출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수도 있다.

누구도 예상치 못해던 김 수출이 급속하게 세계시장으로 진출하게 된 것은 물김 생산에서부터 마른김, 조미김 등 상품화를 이룩한 업계의 노력 덕분이다. 하지만 이제는 기후변화 등에 대비해 새로운 신품종 종자를 개발하고 위생, 안전 등 품질관리를 강화해야 하며 세계시장의 요구에 부응할 수 있는 규격화와 홍보 등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김 생산시설과 어업인에 대한 점검과 교육,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 기후변화에 따른 생산 어장의 변화에 맞는 신어장을 조성해야 하며 수출 확대에 걸맞은 시설 전환과 함께 생산 증대 기술도 보급돼야 한다.

특히 물김 생산업계와 마른김, 조미김, 스낵김업계가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가는 시스템을 조성해야 한다. 가격에 따라 서로 경쟁한다면 미래 성장을 담보할 수 없다. 해외시장에서의 출혈경쟁을 피하고 새로운 국제 수요 창출을 위해 국내 업체의 전문성 강화도 고려해볼 일이다.

물김이 전혀 생산되지 않은 태국이 세계 김 스낵시장을 장악하고 있으나 우리나라의 김 스낵시장 점유율은 초보 수준에 머물러 있다. 스낵 제품 개발과 해외시장 경쟁력 강화를 위해 국내 김 가공업체들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 강화도 검토해봐야 한다. 

최근 해조류에 대한 인식이 전환되면서 유럽을 비롯한 전 세계의 해조류 시장규모가 증가 추세에 있다. 독보적인 해조류 양식 기술을 보유한 우리나라가 미래 신상품을 개발한다면 해조류 시장까지 석권할 수 있을 것이다. 글로벌 시장 창출을 김 단일품목에 국한할 것이 아니라 미역, 다시마 등 해조류 전체를 대상으로 확대하고 국가별 맞춤형 전략으로 추진한다면 10억 달러 달성도 어렵지 않을 것이다.

전 세계적인 경기 둔화로 올해 수출 여건은 매우 어려웠으며, 자원 감소와 기후변화등으로 국내 수산물 생산 여건 또한 부진한 상황이었으나, 김 수출이 역대 최대 성과를 올린 것은 정부를 비롯한 업계의 지원과 노력 덕분이다.

국내 김 산업이 미래 지속성장형 산업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1조 원 수출 달성에 만족해서는 안 된다. 체계적인 산업 육성을 위한 전략과 과제들을 계획한 대로 실천해야 한다. 특히 업계의 현안을 해소하고 발전적 전환을 위해 정부의 관심과 지원이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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