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 없어 복어 잡았는데… 산지가격 ‘휘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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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 없어 복어 잡았는데… 산지가격 ‘휘청’
  • 안현선 기자
  • 승인 2023.12.18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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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 근해채낚기 등 복어잡이에 나서며 위판량 급증
산지수협, 자체 수매 나섰지만 가격 지지 어려운 상황
자원 변동 큰 만큼 수매·비축사업 유연하게 운영돼야

강원지역 어업인들이 최근 복어(밀복)가 많이 잡혀 산지가격 지지가 어렵다며 수협중앙회와 해양수산부에 수매·비축에 나서달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올해 동해안 오징어 자원 씨가 마르면서 근해채낚기어선이 복어 조업에 주력하고 있는 영향이다. 

실제 강릉시수협의 최근 5년 복어 위판량을 보면 2019년 476톤, 2020년 264톤, 2021년 372톤, 2022년 430톤, 2023년 542톤(12월 12일 기준)으로 올해 생산량이 가장 많다. 복어는 11월부터 다음 해 2월까지 조업이 이뤄지므로 앞으로 어획량은 더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복어가 많이 잡히면서 산지가격은 예년보다 약세를 보이고 있다. 12월 13일 현재 강릉시수협의 복어 위판가격은 활어가 kg당 1만 원, 선어가 kg당 4200~5500원 선이다. 예년 평균 위판가는 활어가 kg당 1만5000원, 선어가 kg당 6000~7000원이었다.

강릉시수협 현장사무소 김용덕 소장은 “관내 근해채낚기어선들이 올해 오징어가 안 잡히자 복어 조업으로 빠르게 전환했다”며 “현재 13척의 근해채낚기어선이 복어 조업에 나서고 있으며, 어선 1척이 6~7일(1항차) 동안 많이 잡을 때는 6000~7000kg가량의 복어를 어획해온다”고 말했다.

김 소장은 “복어가 많이 잡혀 산지가격이 떨어지면 중도매인 등 매수인의 구매가 늘어나긴 하지만 이들도 사들일 수 있는 물량이 정해져 있어 언젠간 포화 상태에 다다르게 되는데 이때가 가장 위험한 시점”이라며 “어가 지지를 위해 강원 관내 수협 자체적으로 수매사업에 나서기도 하지만 물량이 계속 늘어나면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특히 선어로 거래되는 복어는 앞으로 산지가격 지지가 더 위태로울 수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제주지역에서 복어를 잡는 어선들이 국내 전 항구를 돌며 냉동복어(10kg)를 위판하기 때문에 가격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

이에 강원지역 어업인들은 복어 가격 하락과 판로 확보 등에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수협중앙회와 해양수산부가 지금이라도 복어 수매·비축사업에 나서야 한다고 요청하고 있다. 주 생산시기에 대량 어획된 수산물의 가격 안정과 어업인 소득 증대를 위해 정부는 수매·비축사업을 실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강릉시수협 조광운 조합장은 “수협중앙회와 해양수산부에 복어 수매·비축을 건의했지만 중앙회에선 아직까지 아무런 답변을 듣지 못했고, 해수부에선 밀키트 등의 가공제품을 만들어 공급해보자는 제안을 받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조 조합장은 “과거 밀키트 제품을 만들어 판매해봤지만 결과는 성공적이지 못했다”며 “복어가 수매·비축품목에 해당하는 대중성 어종은 아니지만 동해안 어업인들이 올해 오징어 실종으로 복어를 잡아 생계를 꾸리고 있는 만큼 강원도 수산업이 지속 가능할 수 있도록 정부가 정책의 유연성을 발휘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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