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인생2막 어촌 이야기] 정도철 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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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인생2막 어촌 이야기] 정도철 선장
  • 한국수산경제
  • 승인 2023.12.18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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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친 삶 벗고 속초 바다에서 희망을 낚는다

 

운명처럼 귀어귀촌을 접하고 돌아간 고향

“원래 저는 아이들을 가르쳤어요. 강사로 일하다가 직접 학원을 운영하기까지 했죠.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제가 가르치는 아이들이 돈으로 보이기 시작하더라고요.” 
서울과 경기도에서 수학 강사로 근무했던 정도철 씨.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이 좋아 학원까지 운영하며 오랜 시간 학원 강사로 근무해왔다. 그러나 어느 새부터 아이들이 돈으로 보이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런 마음으로 학원 운영을 하던 것에 회의감이 생기게 된 그는 결국 운영하던 학원을 접게 됐다. 
“그때 제 눈에 딱 들어온 게 바로 귀어귀촌 다큐멘터리였어요. 제가 낚시와 바다를 좋아하니까 귀어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연히 접한 귀어 다큐멘터리에서 정도철 씨는 운명의 짝을 만난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속초에서 태어난 정도철 씨는 어릴 적부터 바다와 낚시를 좋아해 학원 강사로 일하면서도 휴일이면 종종 바다를 찾곤 했다. 그런 그가 제2의 인생을 ‘귀어’로 결정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그래서일까, 귀어를 하겠다고 마음먹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사업 포기로 위로와 치유가 필요했던 정도철 씨에게 바다는 도시를 벗어나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는 희망의 장소로 보였다. 
귀어를 결심한 정도철 씨는 옛 친구들이 있고, 연고지가 조금이라도 있는 고향 속초를 새로운 보금자리로 선택했다. 자신이 떠나왔던 고향으로 다시 돌아가기로 한 것. “삶에 지치니 저도 모르게 바다와 고향을 찾게 되더군요. 1톤 트럭에 자그마한 짐만 싣고 무작정 내려왔어요.” 그렇게 2017년, 속초에서의 새로운 인생이 정도철 씨에게 펼쳐지게 됐다.

형의 도움으로 지혜롭게 극복하다
무작정 속초로 귀어를 결심하고 내려온 정도철 씨에게 바다에서의 삶은 쉽지만은 않았다. 처음 귀어귀촌한 그가 가장 어려운 점으로 꼽은 것은 정보 부족과 재정적 어려움이었다. 귀어를 결심하고 속초로 오기 전 귀어귀촌종합센터와 귀어귀촌박람회를 통해 상담을 받고 정보를 얻은 후 속초로 이주했으나 해당 지역과 관련된 구체적인 지역 정보는 부족했다고 회상한다. 
또한 부족한 재정 상태로 귀어귀촌하다 보니 배나 면허 구매 등 힘든 것들이 많았다. 그러나 사나이가 한번 칼을 뽑았으면 무라도 베야 하는 법. 쉽게 귀어귀촌을 포기할 수는 없었다. 무작정 무리한 대출을 받아 어장이나 어선을 구매하기보다 그가 선택한 길은 어업과 관련된 ‘취업’이었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을 좋아해서 학원 사업을 했지만 제 욕심으로 결국 좋아했던 일을 그만둬야 했습니다. 이번에 귀어를 하면서는 조급해하지 않고 바다를 좋아하고 바다를 즐길 수 있는 어업인이 되고 싶었어요. 귀어귀촌을 위한 정보를 얻고 경제적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어업과 관련된 취업을 해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운 좋게 일을 알아보기 시작한 지 보름 만에 어업인으로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고, 처음에는 양식장에서 바다 일을 시작했습니다.” 
바다를 취미로만 즐겼던 정도철 씨는 바다에서의 생활을 제대로 느끼고 배운다는 마음으로 어업 현장에 취업해 기초부터 차근차근 배워나갔다. 양식장에서 3개월간 양식업을 배우고 나서는 배를 타보며 어업에 대해 배우고 싶어 통발로 꽃새우를 잡는 어선에서 선원으로 일을 하기도 했다. 사실 어업 시작 초기에는 경제적 여유가 없어 월세를 제외하고 나면 생활비가 부족했다. 
이러다가는 본인만의 어선을 구입하기 위한 비용 마련이 어려울 것 같아 지인의 학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며 생활비를 충당하기도 했다. 
“생활비 문제 때문에 다시는 하지 않으려 했던 학원 강사 일을 시작한 것인데, 주변에서 학원 강사로 다시 일을 하면 어떻겠냐는 제안을 받았어요.” 
그러나 학원 강사가 아닌 어업인으로서의 삶을 살고 싶었던 정도철 씨는 자신의 꿈과 미래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고, 형의 도움을 받아 차근차근 문제를 해결해나갔다. 그는 귀어귀촌을 준비하면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를 주변 사람들과의 소통이라고 자신 있게 말한다. 
“어려움을 겪을 때는 혼자 끙끙 앓기보다 가족이든 지인이든 고민을 함께 나눠야 길이 보이는 것 같아요.”

철산호를 운영하며 마을에 녹아들다
배를 구입하게 되면서 꿈꾸던 ‘선장 정도철’로서의 삶을 제대로 시작할 수 있게 됐다. 2019년에 자신만의 배 ‘철산호’를 갖게 된 정도철 씨는 누구보다도 열심히 어업에 전념했다.
그는 현재 긴 낚싯줄에 여러 개의 낚시를 달아 고기를 잡는 ‘연승’으로 문어와 대구를 잡고 있다. 미끼를 수심 30m에 맞춰 45개씩 던져서 수산물을 잡는데, 조류나 바닥 지형에 따라 약간씩의 차이는 있지만 보통 수산물이 잡히기까지는 30분 정도가 소요된다. 정도철 씨는 계절마다 잡히는 어종이 다르기 때문에, 어종에 맞게 채비를 변경해가며 작업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어느덧 귀어 6년차에 접어들었다는 그의 모습에서 베테랑의 기운이 느껴졌다.
정도철 씨는 주로 문어나 대구를 잡으며 오전 시간을 보낸다. 선원 없이 혼자 일하지만 축적된 노하우로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남의 배가 아닌 제 배로는 거의 3년째 어업 일을 하고 있어요. 선원으로 일하면서 어업 관련 지식을 쌓을 수 있었고, 선장으로 일하면서 저만의 노하우가 많이 생겼죠. 이제는 조업이 잘되는 저만의 장소들도 생겼어요.” 어업 일을 하면서 도시에서의 조급함을 느끼지 않게 안정감을 찾을 수 있게 됐다고 이야기하는 정도철 씨는 이러한 마음가짐 또한 그가 가진 어업 노하우라고 말했다. 철산호와 함께 보낸 시간만큼 한 뼘 더 성장해 있는 그의 모습이 느껴졌다.
또한 정도철 씨는 귀어귀촌한 청호마을의 공동체 활동에도 빠지지 않고 참여하며 마을 주민들과의 교류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마을에서 진행하는 환경정화활동에 2020년에만 무려 4번을 참가하며 청호마을 해안가와 낚시터를 깨끗하게 만드는 데 일조했다. 해맞이 떡국 나눔 행사에도 참여해 청호마을을 방문하는 해맞이 관광객들에게 떡국을 배식하며 음식뿐만 아니라 따듯한 정을 나눴다. 
이 밖에도 마을에서 실시하는 주민 역량 강화교육, 선진지 견학 등 주민교육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마을 주민들과 화합하기 위해 노력했다. 정도철 씨가 귀어귀촌한 강원도 속초의 청호마을은 정도철 씨와 같은 귀어귀촌인을 잘 받아들여줘 2021년 漁울림마을로 선정된 마을이다. 
정도철 씨는 “제가 귀어귀촌한 청호마을은 정이 넘치는 마을입니다. 어촌계장님과 사무장님 모두 귀어귀촌인들의 정착을 적극적으로 도와주십니다”라고 말했다.

귀어귀촌인과 함께 나아가는 마을을 꿈꾸며
이제는 자신만의 배에서 어업을 통해 안정적인 소득을 올리는 것에 성공한 정도철 씨는 그동안 자신이 받은 도움을 다시 베풀며 귀어귀촌인과 예비 귀어귀촌인을 위해 앞장서고 있다. 정도철 씨의 마을에는 이제 그를 보고 귀어를 희망하는 청년들까지 있다고 한다. 
정도철 씨는 누군가가 귀어를 결심하는 데 롤 모델이 됐다는 것이 뿌듯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걱정이 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제대로 된 준비 없이 귀어귀촌을 실행했다가 경제적 어려움을 겪거나 몸이 다칠까 봐 걱정된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걱정을 내비치면서도 한편으로는 청년들의 어촌 유입률 증가는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실 저는 젊은 분들도 귀어를 고민해봤으면 좋겠어요. 많은 사람들이 1차 산업이 무너질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저는 오히려 미래의 1차 산업이 발전 할 거라고 믿거든요. 철저한 준비를 통해 귀어귀촌을 한다면 오히려 도시에서보다 더 큰 소득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자신뿐만 아니라 다른 귀어귀촌인까지 생각하며 미래를 그려나가고 있는 정도철 씨는 자신이 겪은 문제들을 또 다른 귀어귀촌인들이 겪지 않길 바라는 진정한 선배 귀어귀촌인으로서의 면모를 보여줬다. “저에게 조언을 구하는 귀어귀촌인들에게 언제든지 상담을 제공하며 제가 겪었던 어려운 점들을 어떻게 해결했는지 나누고자 고민 중입니다.”
현재 정도철 씨는 강원 귀어귀촌지원센터에서 예비 귀어귀촌인들을 위해 현장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다. 예비 귀어귀촌인들에게 귀어 준비 과정 등을 설명하며 귀어의 기초에 대해 설명해준다. “저와 같이 상담을 진행하시는 분들의 직업이 정말 다양해요. 저처럼 귀어귀촌한 사람도 있고, 어촌계장님이나 사무장님, 또는 연승협회 등의 협회장님도 계세요. 예비 귀어귀촌인 분들은 자신에게 적합한 분야의 상담을 통해 자세한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겁니다. 저는 상담을 통해 제가 알고 있는 정보를 공유하고, 귀어귀촌인분들의 정착을 돕는 것에 정말 보람을 느껴요.” 정도철 씨는 선배 귀어귀촌인으로서 상담자가 희망하는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 위해 노력 중이다. 뱃자리나 창고 등 미리 준비가 필요한 부분과 더불어 조업까지 도우며 귀어귀촌인들의 정착을 돕고 있다. “귀어 후 안정된 분들을 보면 오히려 제가 본받을 점도 많아요. 같은 귀어귀촌인으로서 서로 소통하며 지내고 있습니다.” 언제나 배우려는 모습을 보이며 겸손한 자세로 임하는 그의 모습에서 그가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정도철 씨는 현재 강원도 귀어귀촌인들의 연합 모임을 추진 중이다. 강원도에 약 6개의 권역이 있는데, 현재 속초 지역에서는 귀어귀촌인들의 연합 모임이 진행되고 있다. 속초에서 시작된 이 모임이 안정화되면 강원도 전체로 모임을 확장할 계획이다. 귀어귀촌인들의 연합 모임을 통해 더 많은 귀어귀촌인들과 지역 어업인들이 교류하며 서로에게 도움이 되기를 희망하는 정도철 씨는 속초 지역의 귀어귀촌인 모임에서 앞으로 어떤 좋은 의견이 나올지 기대된다며 밝은 웃음을 지어 보였다.

<자료 제공=한국어촌어항공단 귀어귀촌종합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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