엇박자 통화
출근길 사나흘에 한 번씩
고향에 홀로 계신 어머니께 전화를 한다
안부를 여쭈면 당신은 늘 괜찮다며
아들 안부를 되레 묻던 어무니
잘 계시냐고, 큰아들이라고
추워지니까 보일러 켜시라고
아무리 큰 소리로 얘기해도
여보세요? 수현 애비라고?
추우니까 내려온다고?
아들 목소리 같긴 한데 차츰
보청기를 해도 잘 들리지 않으시는 게다
휴대폰으로 들려오는 목소리만으로
어디 편찮으신가보다, 잘 계시구나
엄니 컨디션을 어림짐작할 뿐이다
언제부터인가 익숙해진 엇박자 전화
-엄니, 아들 이번 주말 제주도 내려감쑤다
-뭐 이번 주 제사라고?
-네, 엄니
속울음 꾹꾹 목젖에 넘기며
아무렇지 않은 척
난 오늘도 어무니와 엇박자 통화를 한다
시인 이승룡
·제주 출생
·제주대학교 행정학과 졸업
·건국대학교 행정학 석사
·2018년 계간 <서울문학> 시 부문 ‘신인상’으로 등단
·前 수협중앙회 준법감시실장
·現 (주)수협유통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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