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인생 2막 어촌 이야기] 김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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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인생 2막 어촌 이야기] 김태현
  • 한국수산경제
  • 승인 2023.12.11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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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으로 양식업의 새로운 페러다임을 꿈꾸다


대학교의 연구원에서 스마트양식장의 어업인으로, 180도 바뀐 삶을 살고 있는 김태현 씨.

2016년 경남 통영에서 새로운 도전을 하게 된 그는 자신만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귀어 전에 가지고 있던 지식을 활용해 스마트양식을 시작했다. 체계적이고 꼼꼼한 관리로 질 좋은 물고기들을 키워내고 있는 김태현 씨.

이제는 물고기를 잘 키워내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소비자의 수산물에 대한 인식 변화를 이끌고 친환경 수산물을 생산하는 것이 목표다. 기존에 하던 일과 전혀 다른 어업 분야에서 자신이 갖고 있던 지식을 접목해 성공적인 결과를 얻어내고 있는 김태현 씨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연구원에서 어업인으로…

연구원으로 근무하며 매일 똑같은 일상을 보내고 있던 김태현 씨.

귀어한 선배의 초대를 받아 통영으로 향한 그는 통영을 처음 방문했을 때만 해도 전혀 귀어를 염두에 두고 있지 않았다. 그저 친한 선배가 거주하고 있는 곳이기에 가벼운 마음으로 통영을 방문했다.

그렇게 별다른 생각 없이 향했던 통영에서 김태현 씨는 통영의 바다 환경과 양식업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됐다. 선배는 김태현 씨에게 통영에서 함께 양식업을 체계적으로 운영한다면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며 귀어를 적극 권유했다.

통영에 연고가 있는 것도, 어업을 경험해본 적도 없었지만 선배가 소개한 가두리 양식 산업이 김태현 씨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양식업은 김태현 씨가 기존에 연구하던 4차 산업과는 완전히 다른 1차 산업임에도 불구하고 발전 가능성을 본 것이다.

김태현 씨가 가지고 있는 인공지능 기술과 정보통신 기술을 활용한다면 양식업에서 김태현 씨만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통영의 아름답고 푸른 바다도 김태현 씨의 마음을 움직이는데 한몫했다.

김태현 씨는 2016년에 통영으로 전입한 후 2017년부터 본격적으로 양식업을 시작했다. 그도 처음부터 무작정 자신만의 양식장을 운영한 것은 아니었다. 차근차근 양식업을 운영하기 위한 준비를 했다. 약 1년 동안 마을 사람들과 함께 어울리고, 마을 주민분의 양식장에서 직원으로 일하며 현장에서 직접 양식업을 배웠다. 

“바로 양식장을 운영하지는 않았어요. 마을 주민분들께 먼저 일을 배우면서 현장에 나가 함께 일했습니다. 현장에서 일하며 인터넷이나 책에서는 배울 수 없는 정보들을 얻을 수 있었어요.”

김태현 씨는 주민들과 양식장에서 직접 일하며 현장에서 그들만의 노하우를 배우며 자신만의 자산을 쌓아갔다고 말한다. 또한 물고기를 누구보다 잘 키우고 싶었던 김태현 씨는 양질의 이론 정보를 더 많이 수집하고자 했다.

“그때 경남에 귀어학교가 신설돼 제가 경남 귀어학교 1기생으로 입학했습니다. 8주간의 교육을 통해 이론과 현장 지식을 좀 더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었죠. 귀어학교 덕분에 어업과 관련된 전문적인 정보들을 많이 얻을 수 있었어요.”

김태현 씨는 어업활동 외에 마을 사람들과의 유대관계도 탄탄하게 형성했다. 마을의 다른 어장 일도 내 일처럼 생각하며 도왔고, 마을 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마을 주민들과의 친분을 쌓아나갔다. 어장을 운영하는 어업인들과의 사료 공동구매도 주도적으로 진행했다. 마을 주민들이 공동구매를 통해 사료를 더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었던 것도 김태현 씨의 노력 덕분이다. 

“옛날 전통 중에 품앗이가 있잖아요. 힘든 일은 도와드리고 저도 문제가 생기면 도움이나 조언을 받고 서로서로 돕는 것이 어촌이라고 생각해요.”

이뿐만 아니라 김태현 씨는 이후 영어조합법인 설립에도 앞장섰다. 김태현 씨가 속한 ‘블루오션영어조합법인’은 약 20명의 조합원으로 구성돼 있는 영어조합법인이다. 김태현 씨와 같은 어업인들이 함께 상부상조하기 위해 설립했다.

블루오션영어조합 소유의 ‘블루오션호’는 작년 10월에 새로 구입한 배로, 어장관리선으로는 김태현 씨의 마을에서 제일 큰 24톤이다. 블루오션영어조합법인의 조합원이 되면 양식장의 일부나 배를 빌려 조업을 할 수 있고, 함께 여러 가지 사업들을 진행해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스마트양식 도입해 물고기 효율적 관리

김태현 씨는 현재 스마트양식을 도입해 돌돔과 조피볼락을 키우고 있다. 자동급이기를 이용해 사료를 급이한다. 

“양식업은 노동력이 많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힘을 써야 하는 작업들이 많거든요. 그런 일들을 어떻게 하면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을까 고민을 했죠. 양식업은 어류에 사료를 줘서 성장을 잘 시키는 것이 기본입니다. 먹이를 잘 줘야 잘 성장할 수 있는 거죠. 문득 나 대신 누군가가 사료를 줄 수 있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수량만큼 사료를 줄 수 있다면 굳이 양식장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지 않아도 되니까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잖아요. 다만, 문제는 물고기들이 사료를 먹고 싶지 않아 하는 때도 있다는 거죠.” 

이러한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김태현 씨는 카메라를 물 밖과 동시에 물속에 설치해 물고기를 관리하기 시작했다. 여러 대의 카메라를 설치해 직접 양식장에 있는 것처럼 꼼꼼하고 효과적인 관리를 이어나갔다. 카메라 외에도 자동급이기를 설치해 직접 양식장에 나가지 않고도 효율적으로 사료를 급이했다.

양식장에 설치된 카메라를 통해 물고기의 상태를 확인하고, 물고기가 배가 고픈 것으로 판단되면 자동으로 사료가 급이된다. 남들과 같은 방법으로 물고기를 키운 것이 아니라 자동화를 도입시킴으로써 좀 더 효과적으로 물고기들을 관리해나간 것이 김태현 씨만의 비결이다. 

자동으로 사료가 급이되는 것뿐만 아니라 김태현 씨는 사무실 모니터를 통해 물고기들의 건강 상태까지 확인할 수 있다. 인공지능 시스템이 도입된 센서가 바다의 수온, pH 농도, 용존 산소량 등을 점검할 뿐만 아니라 물고기의 건강을 체크하는 것.

인공지능이 병 들었거나 상태가 좋지 않은 물고기가 있다고 알려주면 김태현 씨는 즉각적인 처치를 내린다. 물고기도 사람처럼 병에 걸리거나 컨디션이 나쁠 수 있기 때문에 수시로 확인이 필요하다.

만약 스마트양식이 아니었다면 오랜 시간을 양식장에서 보내며 끊임없이 직접 물고기를 육안으로 확인해야 했을 것이다. 그러나 김태현 씨는 스마트양식을 도입하고 수중 카메라를 설치해 물고기들을 효과적으로 관리하고 키울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했다. 물론 인공지능도 지속적인 학습이 필요하다. 

“여름에 고수온 현상이 발생하면 변온동물인 물고기들은 스트레스를 받아서 죽을 수 있습니다. 수온이 높아지면 비교적 수온이 낮은 바다 깊은 곳에서 생활을 하는데, 이때 사료를 주면 수온이 높은 곳으로 올라오게 되고 맞지 않는 수온이 물고기들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거죠. 따라서 환경적 요소가 적합할 때 사료를 줘야 한다는 데이터를 AI가 학습해야 합니다.”

김태현 씨는 양식업에 대한 경험이 없었지만 기존의 방법만을 고수하지 않았다. 자신이 배웠던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전혀 다른 분야임에도 불구하고 성공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양식업 첨단 산업화 꿈꾸는 청년 귀어귀촌인

김태현 씨의 목표는 스마트양식으로 친환경 수산물을 키워내는 것이다.

“유기농에 대한 정보는 많은 반면 친환경 수산물에 대한 정보는 많이 부족한 것이 현실입니다. 소비자들은 유기농에 관심이 많고 유기농을 선호하는 추세입니다. 친환경으로 물고기들을 키우기 위해서는 세부적인 기록과 데이터들이 필요한데, 제가 하는 스마트양식으로는 몇 시에 사료를 줬는지, 사료를 얼마나 분배했고 물고기들이 사료를 얼마나 먹었는지 이런 세세한 정보들의 기록이 가능합니다. 손쉽게 체계적으로 데이터를 쌓고 이용할 수 있게 되는 거죠.” 

김태현 씨는 데이터의 중요성에 대해서 강조했다. “앞서 말했듯이 인공지능도 계속해서 학습이 필요합니다. 데이터가 많을수록 더 많은 것을 배우고, 더 할 수 있는 일이 많아지는거죠.”

더불어 소비자의 인식 변화에 대해서도 노력하고 싶다고 언급했다.

“양식으로 키워낸 물고기들이 안 좋다는 인식을 바꾸고 싶어요. 물고기들에게 더 좋은 사료를 급이할 뿐만 아니라 항상 좋은 환경을 제공하려고 정말 많이 노력하거든요.” 소비자들이 믿고 먹을 수 있는 수산물을 생산하기 위해 노력 중인 김태현 씨.

김태현 씨는 더 많은 사람들이 생선을 다양하게 즐겼으면 하는 마음에 직접 밀키트도 개발했다.

“밀키트를 통해 물고기를 활어회 말고도 여러 방식으로 즐길 수 있다는 것을 알려드리고 싶었죠. 그리고 집에서도 간편하게 요리할 수 있으면 더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희 밀키트는 정말 데우기만 하면 끝이거든요.” 

소비자들을 위한 더 좋은 상품을 개발하기 위해 고민하고 노력하는 모습에서 김태현 씨의 진심을 느낄 수 있었다. 김태현 씨가 생산 중인 싱싱한 수산물과 밀키트는 프레시씨푸드(freshseafood.kr)에서 구매할 수 있다.
 

<자료 제공=한국어촌어항공단 귀어귀촌종합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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