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 위기 동해안 어업인 위한 특단조치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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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사 위기 동해안 어업인 위한 특단조치 필요하다
  • 탁희업 기자
  • 승인 2023.11.20 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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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안 어업인들이 최악의 어획 부진으로 고사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강원도 최북단 고성에서부터 경북 감포에 이르기까지 수협위판장의 활기는 어디에도 찾을 수 없다. 오징어가 몇 년째 잡히지 않고 있어 동해안 전 바다가 암흑에 잠길 때가 많다. 러시아로 출어했던 근해채낚기어선들은 어기를 채우기도 전에 철망해 돌아왔다. 비싼 입어료를 내고 러시아수역에 갔지만 이곳의 사정도 동해안과 다를 바 없어 적자만 보고 돌아왔다. 대구철을 맞이했지만 예년보다 어획량은 감소해 어업인들의 한숨소리만 높아지고 있다. 한 어업인은 30년 넘게 동해에서 어선어업을 하고 있지만 올해와 같은 경험은 처음이라며 울분을 토했다.

경북과 강원도의 오징어 어획량은 10년 내 최저를 기록했다. 최고 97%까지 줄어들었다는 조사결과도 나온다.
경북과 강원도 항·포구에는 일년 중 최고 성어기를 맞았지만 출항하지 않고 정박해 있는 어선들로 가득하다. 지난 1월부터 10월 말 현재까지 오징어잡이에 나서고 있지만 조업일수가 10일 남짓에 불과한 연안채낚기어선이 있는가 하면 동해구트롤의 경우 올해 아직 첫 출항조차 나서지 못한 어선이 수두룩한 상황이다.

경북도에 따르면 경북지역의 올해 오징어 생산량은 최근 10년 내 최저 수준이다. 2014년 5만9730톤에 달하던 어획량은 매년 증감을 반복하다 올해 9월 기준 97% 급감한 1823톤을 기록했다. 강원지역도 2014년 오징어 생산량은 9846톤이었으나 올해 10월 기준 어획량은 87% 줄어든 1262톤에 불과했다.

3∼4개월 조업해 1년을 버티는 어업인들은 한계에 직면해 있다며 정부만 바라보고 있다. 영어자금 대출 이자를 연체하는 어선들이 속출하고 경매나 파산이라는 단어가 곳곳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이번 겨울이 지나면 50%의 어업인들이 파산할 것이라는 소문이 자자하다.

동해안 어업인들의 경영 위기를 반영하듯 해양수산부는 지난 8월 근해채낚기어업인들에 이어 최근 울릉군 연안복합 어업인들에게 긴급경영안정자금 지원에 나섰다.

하지만 몇년째 이어지고 있는 오징어 어획부진으로 경영 상태가 이미 악화돼 대출 조건을 충족시킬 수 있는 어업인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 8월 지원된 근해채낚기어업인 긴급경영개선자금도 140여억 원 중 실제 지원된 규모는 20%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울릉도 연안복합 어업인들의 사정은 더욱 열악하다. 이번 지원 대상은 10톤 미만 무동력어선 또는 동력어선 1척으로 하는 낚시, 문어단지, 손꽁치, 패류껍질, 패류미끼망 어업 등 114척이다.

오징어 어획량이 해마다 줄어들어 어업인의 누적 부채가 늘어 진짜 생계가 막막한 어업인들조차 지원에서 배제되고 있다. 담보 여력이 없어 정부가 지원하는 긴급경영안정자금이 ‘그림의 떡’이 되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보증을 서지 않는 한 대출금을 이용하지 못하는 것이다. 상환기간 역시 1년으로 짧아 어획 부진으로 조업에 나서지 못할 경우 적자폭이 감당할 수 없을 지경에 이르게 된다.

동해안 주어종인 오징어 실종사건의 책임은 누구한테 있는가라는 책임 문제는 접어두더라도 벼랑 끝에 내몰린 동해안 어업인들을 살려내는 문제에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겨우 목숨을 부지하고 있는 상황을 벗어날 수 있는 긴급처방이라도 정부가 내놔야 한다.

한국수산업경영인중앙연합회는 최근 정부와 국회, 관계기관에 동해안 오징어잡이 어선에 대한 융자금 이자와 공제금을 6개월~1년간 정부에서 지원해줄 것과 신용·담보대출이 아닌 저금리의 특별대출 실시, 현실을 반영한 특별감척 시행, 해외 신어장 개척을 위한 예산 편성, 국내외 선원 생계비·급료 지원, 근해어선의 낚시 허가 취득 허용 등을 요구했다.

북한 수역에 중국 어선들이 몰려와 동해안의 자원을 싹쓸이하고 있어도 어업인들은 정부의 정책을 말없이 따랐다. 1999년 한일 어업협정 당시 어장 30%가 감소해도 보상도 없이 피해를 감수했다. 코로나19 시기에도 어업인들은 소상공인으로 분류되지 않아 재난지원금조차 받지 못했다. 일본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를 방류할 때도 묵묵히 우리 수산물 소비 확대에 동참했다.

동해안 어업인들은 특산어종이라는 오징어가 몇 년째 잡히지 않고 물고기 씨가 마르면서 한계에 직면해 있다. 이제는 어업인들을 정부가 감싸안아야 한다. 벼랑 끝에 내몰린 동해안 어업인들을 살려내는 문제에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이 소상공인의 고금리 대출을 저금리로 전환하기 위한 지원책으로 4조 원을 투입할 계획을 밝힌 바 있다. 당연히 동해안 어업인들이 포함돼야 하며 특단의 조치가 강구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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