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변하는 농수산물 유통 환경 변화와 소비자 요구에 대응하기 위해 다수의 농수산물도매시장과 산지위판장이 현대화 및 이전을 추진하거나 준비하고 있다. 최근 도매시장과 산지위판장의 현대화 사업 목적은 노후시설 재건축을 통한 시설 본연의 기능 확보뿐만 아니라, 향후 농수산물 유통에 있어서 위생과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콜드체인과 경매장 정온시설 등이 검토되고 있으며 물류비 절감을 위한 효율적인 물류동선 확보 등이 반영되고 있다.
1985년 개장한 서울 가락동농수산물도매시장의 경우 2009년부터 시작된 시설현대화사업이 2031년을 목표로 순환 재건축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현재는 올해 준공을 목표로 채소2동에 대한 공사가 진행 중이다. 화물차 전용 공동배송장이 조성돼 IT기술을 접목한 입·출차 관리와 물류관리 효율성을 극대화할 계획이며 출하차량과 구매차량의 동선을 분리해 극도로 혼잡한 도매시장 내 물류동선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계획이다.
대표적인 산지 수산물 유통의 한 축인 부산공동어시장은 경우 50년 이상을 수산물위판장 역할을 하고 있으면서 2012년부터 추진한 현대화사업이 각고의 노력 끝에 이해관계자와의 합의를 도출하고 사업비를 추가 확보하는 등 가시적인 성과를 보이고 있으며 현 부지 내 순환 재건축 방식의 3단계 현대화 첫 삽을 뜰 예정이다. 부산공동어시장은 향후 선별·하역 인원의 노령화와 인력 부족에 대응하기 위해 선별·포장기 시범운영을 올 11월 중 실시할 계획이다.
산지위판장과 도매시장의 시설 현대화를 통해 노후화된 시설을 개선하고 소비자 니즈에 최적화된 시설을 구비하려는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최근 들어 수산물을 포함한 농식품의 온라인 소비가 급증하고 있으며 편의점 등 소비자 접근성이 높은 소매유통의 성장은 전통적인 농수산물 도매유통의 위기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국내외 대형마트의 경우 최근 들어 시설의 대폭적인 리뉴얼을 통해 판매 공간을 축소하고 다양한 외식 공간 및 소비자가 체험할 수 있는 전시 공간 등을 대폭 확충하는 등 소비 트렌드 변화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
과거 대형 유통업체에서는 상품을 구매하기 위해 내점한 고객이 푸드코트 등을 이용해 추가적인 소비를 유인하는 방식이었다고 하면 현재는 인지도 있는 다양한 맛집을 유치하고 이를 이용하려는 고객들에게 상품 구매를 유도하는 방식으로 전환하고 있다. 아울러 1인 가구 확산과 편리함을 추구하는 소비자의 니즈를 반영해 수박, 멜론 등 과일 커팅 서비스를 제공하고 새벽·당일배송 등 고객편의 서비스의 적극적인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물류 분야에서는 빅데이터와 로봇 등을 활용한 물류센터의 운영으로 효율을 극대화하고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시설 현대화를 추진하는 수산물도매시장과 산지 위판장의 관계자는 현대화를 추진하는 인식에 있어 획기적인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 다양한 경로에서 생성되고 있는 수산물 유통 관련 빅데이터를 적극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 물류효율을 개선하고 마케팅에 활용해야 하며, 다양한 로봇 기술과 드론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적극적으로 물류 및 수산물 유통에 활용해 생산성을 향상하고 물류효율을 극대화해야 한다. 아울러 MZ세대로 대변되는 새로운 소비층의 요구에 대응할 수 있는 소분, 전처리, HMR 상품 개발 등 혁신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점차 소비자가 외면하는 수산물 유통의 한축으로서의 도매시장과 위판장이 아닌, 50년 뒤 100년 뒤의 소비자가 언제나 기쁘게 찾을 수 있고 믿을 수 있는 명소화된 유통채널로 자리매김해야 한다. 산지위판장과 수산물도매시장이 향후에도 수산물 유통의 가장 중요한 축을 담당하기 위해서 혁신적인 패러다임의 전환을 더 이상은 미룰 수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