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중물
어린 시절 마당 옆 우물가
샘물 길어 올릴 적
뻠뿌에 먼저 붓던 한 바가지 마중물
밭 갈고 땀 흠뻑 잦은 아부지
콸콸콸 쏟아지는 지하수로
등목시켜 주시던
어무니의 사랑스런 속삭임
-여보, 시원허우꽈*
-어이구, 잘도 시원허다**
마중물 손 맞잡고 솟구치는 새 샘물
온 마당 촉촉이 적셔줄 때
잠시나마 세상 시름 잊게 해주던
아, 그리웁다 한 바가지 마중물
한 여름날 그 시원한 등목 세례
*시원허우꽈: ‘시원하세요?’의 제주 사투리
**잘도 시원허다: ‘너무 시원하다’의 제주 사투리
시인 이승룡
·제주 출생
·제주대학교 행정학과 졸업
·건국대학교 행정학 석사
·2018년 계간 <서울문학> 시 부문 ‘신인상’으로 등단
·前 수협중앙회 준법감시실장
·現 (주)수협유통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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