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위한 간편 시스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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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를 위한 간편 시스템인가"
  • 안현선 기자
  • 승인 2023.11.06 10: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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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권 환급과정 복잡… 불편 지적 잇따라
인력도 부족, 회사 직원 일주일 내내 동원
현장 편의성에 중점 두고 시스템 개선해야

온누리상품권 환급 과정을 과감하게 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현장에서 높아지고 있다. 정부 예산의 불법 사용을 막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용자 편의성도 무시해선 안 된다는 주장이다.

정부는 국내산 수산물 소비 촉진의 일환으로 전통시장 온누리상품권 환급행사를 추진하면서 판매자(점포주)와 진행자(상품권을 환급해주는 사람)에게 행사 주관기관인 한국수산회에서 운영하는 해누리 앱을 사용하도록 했다. 

하지만 사용의 간편성을 위해 개발됐다는 해당 앱은 판매자에게 전혀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 노량진수산시장 활어 판매상인은 “수산물을 취급하는 상인들은 장갑을 끼거나, 젖은 손으로 일하기 마련인데 앱에 판매정보를 등록하기 위해 장갑을 벗고 손을 닦는 번거로움을 감내해야 한다”며 “또 손님들에게 일일이 휴대폰 번호를 물어보고 판매금액을 기입하는 등 굳이 상인들이 하지 않아도 될 행위를 하도록 강요받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앱 완성도가 부실하다는 지적도 있다.

가락시장의 한 관계자는 “판매자가 판매정보를 등록할 때 구매 품목을 적는 기입란이 없고, 진행자는 신분증을 확인하는 과정을 거치지만 앱에는 고객 이름을 적는 공간이 없다”면서 “기존엔 온누리상품권 환급행사가 명절 등에만 추진되던 단기행사였는데, 일본 원전 오염수 방류 이후 지금과 같이 전국적으로 시행하는 장기행사로 바뀌면서 정부가 준비하는 과정이 다소 부족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온누리상품권을 환급해주는 인력 운용에도 문제가 불거졌다.

행사를 주관하는 한국수산회는 시행사를 통해 행사 참여시장에 인력(알바생)을 파견하고 온누리상품권 환급을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일당 개념의 인력이기에 같은 시장이라도 매일 파견되는 사람 숫자가 들쑥날쑥하다. 이러한 이유로 고객이 많이 몰리는 시장은 회사 직원들이 행사에 장기간 대거 투입되기도 한다.

가락시장은 도매권역과 소매권역에 각각 2명씩 4명의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직원들이 하루도 빠짐없이 상주해야 했으며, 이마저도 상품권 환급을 원활히 처리하기에는 부족해 도매시장법인과 중도매인조합에서 인력을 충원하기도 했다.

노량진수산시장의 상황은 더욱 심각했다. 소비자가 몰리는 상황에 따라 적게는 4명, 많게는 15명의 직원이 투입되기도 했으며 토요일과 일요일 주말엔 각각 4명의 직원이 상주했다. 이 때문에 직원들은 평일 주말 할 것 없이 환급행사에 동원돼야 했으며, 본업을 하지 못해 반복되는 야근을 하기 일쑤였다. 

수도권 도매시장 관계자는 “해당 사업을 주최·주관·시행하는 기관과 단체가 명확히 정해져 있음에도 본연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해 소비자는 상품권을 받으려고 몇 시간이고 줄을 서야 했고, 직원들은 일주일 내내 상품권 행사에 투입돼야 했다”면서 “정부가 수산물 소비 촉진 행사를 장기적으로 진행할 계획이라면 충분한 예산 편성을 통해 전국 시장에 부족함 없이 인력을 파견·운영하는 등 전반적인 시스템 개선에 나서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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