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연근해어업 재도약, 무엇이 필요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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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연근해어업 재도약, 무엇이 필요한가?
  • 한국수산경제
  • 승인 2023.11.06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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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진 수협중앙회장
노동진 수협중앙회장

정부의 연근해어업 선진화 방안이 수산업 재도약할 계기 되길
TAC 자원관리 철저히 하되 불필요한 규제는 과감히 철폐해야
TAC 전면 확대 시 양륙장을 지정위판장으로 통일하는 것 필요


연근해어업은 국내 수산물 총생산량의 30%를 차지하며 양식업과 함께 국민들에게 안정적으로 먹거리를 공급하는 국가 식량산업의 한 축으로 수산업의 생산력 증강과 일자리 창출을 통해 국가 경제에 큰 기여를 해왔다. 

그러나 지속되는 바다 개발과 기후변화 등으로 한때 200만 톤에 육박했던 연근해어업 생산량은 지난해 89만여 톤으로 절반 이상 감소했다. 이는 1970년 관련 통계가 작성된 이래 역대 최저치다.

특히 어촌 인구 감소와 고령화는 연근해어업 생산성을 더욱 저하시키고 있고, 여기에 더해 중국 어선 불법조업, 한일 어업협정 지연, 해상풍력 난개발 등으로 조업구역 축소와 업종 간 경쟁조업이 심화돼 어업 경영은 날이 갈수록 악화일로다.

연근해어업이 이와 같은 위기를 돌파하고,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첫걸음은 적극적인 수산자원관리다. 그러나 어업인 주도의 수산자원관리가 가진 한계는 분명하다. 한 어업인이 적극적으로 수산자원관리를 하더라도 그 수혜자는 자신이 아닐 수 있어 개인의 참여 의지를 저하시키는 디커플링(탈동조화) 현상이 발생하기 쉽다. 

또한 지금 자원관리 노력을 기하더라도 먼 미래에 이르러서야 그 효과가 나타나는 문제도 있다. 자원관리의 필요성을 느껴도 어업인들이 당장의 생계를 이어나가기 위해 실천으로 옮기기 어려운 구조라는 뜻이다.

따라서 이러한 구조적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필요성과 실천의 간극을 메워줄 정부의 결단력 있는 대책이 절실하다. 그동안의 수산정책과 같이 단기적이고 소극적인 정책의 변화보다는 과감한 정책 혁신이 필요한 것이다. 

그리고 이제 어업 현장에서도 어업경영 안정, 규제 완화 등 연근해어업의 재도약을 위한 정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이와 같은 어업인들의 목소리를 반영하고, 연근해어업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얼마 전 정부는 ‘115년 만의 대변혁, 5년간의 담대한 도전’이라는 캐치프레이즈하에 ‘지속 가능한 연근해어업 선진화 방안’이라는 정책을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연근해어업 선진화 방안은 2027년까지 모든 어선에 대한 총허용어획량제도(TAC) 확대 적용과 한국형 어획증명제도의 도입 그리고 중복규제 완화를 통해 어업인 불편을 최소화한다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어업 현장에 이 방안이 제대로 정착된다면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하는 산출량 중심의 자원관리 제도로의 획기적인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정책 효과성을 높이기 위해선 선결요건이 있다. 먼저 정부가 자원량 조사와 평가를 강화해 자원량 변화를 좀 더 정확히 조사하고 이를 바탕으로 자원관리정책을 수립하고 시행함으로써 어업인들의 정책 수용성을 제고해야 한다. 어업인들 역시 정부의 정책을 신뢰하고 어획량에 대한 철저한 보고 의무를 이행해야 할 것이다. 

과학적이고 정확한 자원평가에 기반해 설정된 할당량만 어획하는 TAC 관리체계가 잘 갖춰진다면 어떤 방법으로 어획할 것인지를 정부에서 세세하게 규제할 필요는 없다. 

TAC 제도로 자원관리를 철저히 하되 그 외의 불필요한 규제들은 과감히 철폐해야 한다. 특히 오랫동안 TAC를 적용해온 어종에 대해서는 금지체장을 과감히 없애고 그물코, 어선의 마력, 선복량 제한 등 기존의 규제도 대폭 완화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정책 실행 과정에서는 업종별, 지역별 어업 현장의 목소리가 정확하게 반영돼야 할 것이다.

또한 TAC 제도를 전면 확대하려면 체계적인 제도 관리를 위해 정확한 어획실적 산출은 물론 불법어획물 유통 차단이 필수적인데, 이를 위해선 현행 제도와 동일하게 양륙장을 지정위판장으로 통일하는 것이 필요하다. 

원칙적으로 TAC 적용 어선의 어획물을 지정위판장을 통해 위판하도록 유도하되 현실적으로 위판이 어려운 소규모 영세어선에 대해서는 예외를 두어 어업인 불편을 최소화하고 수산자원관리 정책의 실효성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다. 

동시에 TAC 제도의 성공적인 정착을 위해 단기간, 대규모 특별감척을 실시해 어선세력을 과감하게 조정해야 한다. 

특히 감척사업을 통한 어업구조 개편은 폐업지원금 상향 등 실효성 있는 어업인 탈출전략이 필수적으로 마련돼야 하지만 잔존 어업인의 경영도 동시에 개선해나갈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다양한 수산자원관리 정책들이 추진됐으나 어업구조의 악순환 등 여전히 동일한 문제들이 수십 년간 반복되고 있다. 따라서 이번 기회에 과감한 연근해어업 혁신을 통해 미래의 새로운 성장산업으로 발전을 도모해 나가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옛것을 물들여 새로운 것을 만드는 것을 뜻하는 염구작신(染舊作新)처럼 연근해어업은 정부의 이번 발표로 변화와 혁신의 길에 들어서고 있다. 정부, 수협, 어업인 모두가 힘을 모아 연근해어업 선진화 방안을 단계적으로 이행해나감으로써 수산업이 다시 한번 부흥기를 맞이할 수 있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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