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국정감사가 해양수산정책의 나침판 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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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국정감사가 해양수산정책의 나침판 돼야
  • 탁희업 기자
  • 승인 2023.10.3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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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수산부에 대한 국회 국정감사가 끝났다. 이번 국정감사를 끝으로 21대 국회의원들의 국정감사 활동은 종료된 것이다. 물론 내년도 예산안과 그동안 미뤄뒀던 법률 제·개정 등 국회 본연의 활동이 이어지겠지만 정부의 정책을 감시·견제하는 활동은 차기 국회로 미뤄지게 됐다.

국회 국정감사는 국정 통제를 유효 적절하게 행사하기 위한 활동으로 가장 국회다운 모습이라 할 수 있다. 때로는 정치공방이나 폭로 등의 해프닝이 발생하기도 하지만 국회의원들의 가장 신성한 의무이기도 하다.
행정부와 산하기관 등이 정책을 제대로 수행하는지 파악하고 국가예산이 제대로 사용되고 있는지를 검증하는 것으로 국민들이 위임한 가장 중요한 일이기도 하다.

한데 21대 국회 마지막 국정감사는 또다시 속 빈 국감, 맹탕국감이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지난 12일의 해양수산부 국정감사를 시작으로 산하기관, 관련단체에 이어 종합국감이 진행됐지만 일본 원전 오염수 문제만이 부각됐을 뿐 정책 감사는 실종됐다는 평가가 나돌고 있다.

이번 국감에서 산하기관이나 공공기관장을 출석시켜두고 감사가 끝날 때까지 단 한 번의 질의도 하지 않는 경우도 발생했다. 증인으로 출석시키고는 호통을 치거나 서류를 던지는 쇼(?)를 연출하는 의원도 있었다.

5개월 앞으로 다가온 총선을 고려해 의원들이 국민적인 관심사를 지적하면서 자신을 알리겠다는 마음은 충분히 이해가 간다. 국정감사장에서 한 건을 올린다면 차기 총선의 공천을 확보할 수 있는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수 있기 때문에 탓만 할 수도 없다.

전 국민은 물론 세계적인 이목을 집중시킨 일본의 원전 오염수 해상 방류가 2차례 진행된 가운데 열린 국정감사이기 때문에 언론이나 국민들의 관심을 불러모으기에는 더 없이 좋은 기회이기도 했다.

하지만 국가 정책을 감시·견제할 의무를 저버리고 정쟁에만 집중하는 모습은 비판의 대상이 될 수 있다. 
해양수산부의 해양수산정책은 어느 산업분야보다 현안이 많은 게 사실이다. 특히 수산 분야의 경우 현안이 산적해 있다.

동해안의 특산어종인 오징어가 동해 바다에서 잡히지 않은 지 오래다. 항·포구의 오징어잡이 배들이 조업을 포기하고 정박해 있다. 면세유 가격이 천정부지로 올라 출어를 해도 경비를 맞추기 어려운 지경이다. 오징어뿐만 아니라 가자미, 문어, 복어 등의 어획도 예년보다 적어 항·포구에는 외지인들의 발길이 크게 줄었다.

경남 마산만에서는 지난해에 이어 정어리떼가 집단폐사했다. 매년 자원이 감소되고 있는 와중에 떼죽음이 발생한 이유가 산소 부족으로 발표됐다. 하지만 이에 동의하는 이가 많지 않다.

조업에 나서려고 해도 선원이 없어 출어를 포기하거나 고수온으로 양식생물이 피해가 발생하고, 어업지도선 35%가 노령화돼도 정부 정책을 지적하는 국회의원은 드물다. 금지된 지 오래된 오염물질의 해양 투기는 지금도 이뤄지고 있으며, 연구기관들의 연구 성과 정책반영률이 50%에도 미치지 못해도 제도 개선이나 실질적인 성과 향상방안을 촉구하는 목소리는 극히 미미한 실정이다.

동해안에 오징어가 왜 잡히지 않는지, 대책은 무엇이며 어업인들을 위한 지원대책이 무엇인지 따져 물어야 한다. 부족한 선원은 어떻게 수급하고 면세유 가격이 오른 만큼 경영 개선책을 해양수산부에 요구해야 한다. 정어리가 대량 회유하거나 서식한다면 자원으로 활용할 가능성도 타진해봐야 한다.

수산 분야의 현안이 해소되지 않은 것은 국회 국정감사가 나침판 역할을 제대로 못 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국정감사 자리에서 정부의 정책을 심도 있게 검증한다면 정책의 효율성을 높이고 현장의 현안도 비교적 용이하게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현안이 산적한 수산 분야는 국정감사의 중요성이 어느 분야보다 높다. 현장을 접하지 않고 경험하지 않을 경우 문제점 파악은 물론 대책을 강구하기가 쉽지 않다. 업종 간, 지역 간, 타산업과의 관계까지 연계된다면 현안을 해소하기가 쉽지 않다. 힘의 논리에 밀리는 경우도 허다하다. 해상풍력 시설만 하더라도 해당 어업인이 배제된 채 추진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 때문에 국회 국정감사가 해양수산정책의 나침판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21대 국회의 마지막 국정감사는 막을 내렸다. 일본 원전 오염수 방류라는 대형 악재에 휩쓸려 중요한 정책 감시와 검증이 부족한 채 종료돼 아쉬움이 크다. 차기 국회에서는 정부의 입법과 예산, 정책이 유효 적절하게 집행되는지 감시하는, 가장 국회다운 국정감사 활동이 이뤄지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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