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이 된 외국인 어선원, 제도 개선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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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이 된 외국인 어선원, 제도 개선 시급하다
  • 탁희업 기자
  • 승인 2023.10.23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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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어촌의 고령화와 인구 감소로 일손이 부족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힘들고 어려운 3D 산업은 외국인 노동자들의 차지가 됐다. 특히 육지보다 작업 환경이 열악한 수산업, 특히 잡는 어업은 이제 이들 외국인 어선원들이 없을 경우 조업조차 할 수 없는 지경이다.

수산업의 경우 원양어선에서부터 근해, 연안어선은 물론 양식장에서도 외국인 노동자들의 힘을 빌리고 있다. 최근에는 수산물 가공 현장에도 단기 체류가 가능한 계절근로자들이 밀려오고 있다. 건설 현장에서는 우리나라 사람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외국인들로 채워져 있다.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체류 외국인은 260만 명으로 추정되고 있다.

비록 우리에게는 힘들고 어려운, 기피하는 일자리이지만 동남아 저개발 국가 국민들에겐 팔자를 고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어 외국인 노동자 유입은 매년 증가하고 있다. 최근 최저임금이 오르고 수요가 늘면서 외국인 노동자 유입은 더욱 증가되고 있는 상황이다. 수산업 현장에 종사하는 외국인 인력은 파악조차 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수산업계는 외국인어선원제(E10), 고용허가제(E9), 계절근로자 등 세 가지 형태로 입국해 현장에서 일을 하게 된다. E10 비자의 경우 수협중앙회가 사용자측 대표로서 전체 수급을 조정하고 있으며 계절근로자는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운용되고 있다. E9 비자의 경우 고용노동부의 방침에 따라 정해지는데 올해의 경우 16만 명 정도가 들어올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처럼 국내 산업에서 외국인 노동자들이 필수인력으로 자리 잡으면서 산업 현장의 실핏줄이 되고 있으며 이들이 을(乙)이 아닌 갑(甲)의 입장으로 상황이 바뀌고 있다. 현장을 무단으로 이탈하거나, 계약에도 없는 임금 인상, 처우 개선 등을 요구하기도 한다.

조업 성수기만 되면 선원들이 기존 급여보다 더 많은 급여를 요구하기도 하고 심지어 출항을 앞두고 승선 거부를 일삼기도 한다. 무단으로 근무지를 이탈해 급여가 많은 곳으로 옮겨가기도 해, 조업에 막대한 지장을 주기도 한다. 노동 인력을 구하지 못한 어선주는 울며 겨자 먹기로 급여를 인상해주기도 한다.

외국인 계절근로자 제도로 입국한 근로자들도 중도 이탈하는 사례가 발생한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윤준병 의원(더불어민주당, 전북 정읍·고창)이 법무부로부터 제출받은 ‘농어업 분야 외국인 계절근로자 입국 및 이탈 현황(2018~2023년 6월)’ 자료에 따르면, 2018년부터 국내에 입국한 농축산 및 어업 분야 외국인 계절근로자(E-8 자격) 3만5300명 중 총 1766명이 이탈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체 계절근로 입국자 중 5%에 해당하는 수치로, 지역별로는 강원 830명, 전북 350명, 경북 219명에 이어 전남이 147명이었다. 분야별로는 농축산업이 95.5%를 차지하지만 어업도 4.5% 비중을 차지했다. 어업 분야 이탈자(79명) 중에서는 77.2%가 전남 지역에서 이탈했으며, 13.9%인 경남 지역이 뒤를 이었다.

계절근로자의 이탈률이 높아지면 현장에서는 불법 체류자들을 고용해야 하는 사태도 발생한다. 인력난으로 임금까지 올려줘야 한다. 불법 체류자를 고용할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정책의 실패로 이어지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 나아가 불법 체류자가 법적 사각지대에 놓이게 되면서 인권 문제 등 다양한 사회문제로 이어질 수 있는 실정이다.

외국인 인력이 산업 현장의 필수 요소로 자리하면서 외국인 인력의 수급과 관리, 운용방안에 대한 개선의 목소리가 높다. 출어를 앞두고 무단 이탈하거나 임금 인상을 요구하고 있지만 어선주나 양식장 대표들은 대응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외국인 노동자들의 인권이나 지위도 달라졌다. 이들을 대변해주는 사회단체나 기관의 활동도 확대돼 거주, 의료, 실업 등 여건도 상당히 개선됐다.

하지만 이들의 힘이 꼭 필요한 사용자나 고용주들에 대한 배려나 정책은 변화가 없다. 일할 사람이 없어 출어를 포기하고 양식장 관리도 부실해지고 있다. 무단 이탈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을 고발하면 도입단계부터 소명자료까지 사용자가 작성해 제출해야 한다.

이마저도 외국인 근로자보다는 관리업체나 사용자측에 불리한 경우가 발생한다. 체류 비자가 지나도 불법으로 노동할 일자리가 많다. 외국인 어선원들이 무단 이탈자가 돼도 사용자들만 애를 태우고 있는 실정이다.

외국인 인력들이 국내 산업에 기여하는 필수 인력인 것은 사실이다. 4년여 동안 숙련기술자가 돼 재취업의 기회를 부여할 필요도 있다. 하지만 부족한 일손을 대체하기 위해 불법을 눈감아 줘서는 안 된다. 불법에 대해서는 단호한 제재가 있어야 한다.

체류기간동안 근무처를 변경하는 횟수를 제한하거나 관리업체를 통한 강제출국조치, 불법 체류에 대한 단속 강화 등의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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