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입춘에
새해 아침, 새로운 다짐을 못 하면 어떠리
살다 보면
새해 첫날 몸져누워 꼼짝달싹 못 할 수도
때론 부부싸움으로 기분 망칠 수도 또는
새해 첫날인지조차 모르고 지날 수도 있지
누군들, 새해 첫 출발 떠오르는 일출 보며
희망찬 포부 가슴에 담고 싶지 않으리
이른 아침 법당에서 혹은 산 정상에서
정갈한 마음으로 기도하고 싶지 않으리
살다 보면
뜻한 대로 맘먹은 대로 되지 않기도 하지
암만, 내 맘대로 술술 굴러가지 않는 게
인생이라지 그런 게 인생이라지
정신없이 살다 보면 아차 하고 잊을 수도
알면서도 그냥 건너뛸 수도 있지
하여 어떤 이는 인생 삼세번이라 하지 않았더냐
누군가에는 새해 기도가 일출 다짐 따위가
한낱 사치일 수도 불공평일 수도 있어
그 옛날 선조들은 천년 혜안으로 다시
음력으로 정월 초하루도
새봄 알리는 입춘절도 만들어 놓았을 게다
그러니 늦은 게 늦은 게 아니다
음력 초하루에도 마음 새로이 하고 그 또한 아니 되면
봄기운 듬뿍 입춘절에도 맘 다시 가다듬는 거다
그래서 새봄과 함께 다시 힘차게 뛰는 것이다
시인 이승룡
·제주 출생
·제주대학교 행정학과 졸업
·건국대학교 행정학 석사
·2018년 계간 <서울문학> 시 부문 ‘신인상’으로 등단
·前 수협중앙회 준법감시실장
·現 (주)수협유통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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