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산어류양식에서의 기후변화 위기 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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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산어류양식에서의 기후변화 위기 대응
  • 한국수산경제
  • 승인 2023.10.16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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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순택 (전)한국어촌어항공단 귀어귀촌종합센터 전문위원 
홍순택 (전)한국어촌어항공단 귀어귀촌종합센터 전문위원 

지난 9월 12일 열린 “수산분야 주요 CEO 초청 세미나”에서 “기후변화가 수산업에 미치는 영향과 대응방안” 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 해양수산부(박성훈 차관)의 대응방안은 기후변화에 적응 가능한 양식품종의 개발과 보급, 탄소배출 저감을 위한 노후어선 현재화, 탄소 흡수를 위한 바다숲 조성 등 다양하고 적극적인 노력을 강조하였다.

국내에서의 해산어류양식생산량(2022년 기준)은 91,000톤, 생산금액으로는 1조3,000억원에 이르며, 어종별로 보면 광어(50.5%), 우럭(17.6%), 참돔(8.8%), 강도다리(8.8%), 숭어(7.7%), 기타어종(6.6%)의 순이다. 광어와 강도다리는 육상수조식 양식방법으로 생산하지만 두 어종을 제외한 대부분의 해산어류는 가두리양식방법으로 생산되고 있다.

특히 가두리양식장은 주변 해양환경에 완전히 노출된 상태에서 양식함으로 세계적인 지구온난화와 이상기후로 인한 자연재해로 직접적인 피해를 보고 있다. 육상수조식양식장의 경우에도 사육시설은 재해방지를 위한 적절한 대응이 가능하지만 대부분 연안의 해수를 직접 취수해서 사육수로 사용함으로 취수원의 수온변화나 수질의 변화는 양식어류에 심각한 피해를 유발 할 수 있다. 어류는 변온동물이어서 양식대상종에 따라 대사적수온이나 서식수온 및 한계수온의 차이는 있으나 지구온난화에 의한 해수온의 급격한 수온변화는 생산성을 장애하는 가장 큰 요소이다.    

예를 들면 국내 광어양식의 주산지(국내 생산의 44.7%)인 제주도 광어양식장은 취수원으로 직수 취수와 함께 지하해수(연중 18℃±2℃)를 사용할 수 있어 관리가 잘되는 양어장의 경우 연중 광어의 대사적수온을 유지하면서 12개월 전후에 출하가 가능한 1kg까지 키운다. 하지만 제주보다 광어양식업체 수가 많은 완도주변 연안의 광어양식장 취수원은 여름에는 최대 25℃∼27℃, 겨울에는 최저 2℃∼4℃까지 내려가면서 16∼18개월이 지나야 1kg까지 성장한다. 엄청난 생산원가 경쟁력의 차이다

우리나라 해산어류양식의 경쟁력을 저하시키는 요소들을 짚어보면 첫째, 사계절이 뚜렷하고 리아스식 해안이 잘 발달한 서해안이나 남해안의 경우 조수간만의 차이가 크고 수심이 낮아 기온의 변화에 따라 해수의 수온이 쉽게 변한다. 사육대상어종에 따라 대사적수온과 적응 가능한 한계수온을 가지고 있어 양식장의 사육수온은 생산성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이다. 대사적수온의 범위를 벗어나면 대사량 감소에 의한 성장의 둔화(상품규격까지의 사육기간 연장)와 더불어 항병력 저하에 따른 대사 장애 및 질병의 발생으로 생산성을 낮춘다. 우리나라는 사계절이 뚜렷하고 동해, 서해, 남해가 각기 다른 해역별 특성을 가지고 있어 양식장의 해역 환경(수심, 해류, 날씨 등)에 따라 수온의 계절별 편차가 크다. 국내 대부분 양식대상 어종의 성장 적수온은 15℃ 이상이나 가두리양식의 주산지인 남해 연안에서 15℃ 이상이 유지되는 기간은 6월~11월 사이의 6개월 정도밖에 되지 않아 지속적인 성장에 제한을 받는다.

둘째는 바람이나 파도의 영향이 적고 수심이 낮아 해류의 소통이 원만하지 못한 내만에 육상으로부터의 오염물질이 지속적으로 유입되어 양식장 환경이 오염되는 것이다. 또한 연작에 의한 자가 오염도 심화되고 있는 추세이다. 대표적인 육상오염 기인 재해는 적조발생이다. 영양염의 과다 유입으로 식물성플랑크톤이 대량 발생하여 인근 해역에 용존산소의 급격한 감소와, 심하면 무산소 상태로 진행되어 양식 어류의 대량폐사를 유발한다. 1995년 이후로 2017년을 제외하고 매년 14일부터 최대 87일까지 적조가 발생(2020년 6월 3일 해수부 보도자료)하여 연간 최대 764억원(1995년)의 피해를 입었다.

셋째는 세계적인 지구온난화와 이상기후로 인하여 양식장에 심각한 피해를 주는 자연재해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이다. 현재까지 국내 양식장에서의 자연재해에 의한 피해는 피해정도에 따라 태풍과 폭풍, 적조, 집중호우, 고수온 및 저수온, 냉수대 등이다. 
 넷째는 국내 고급 수산물 식자재인 해산어류 양식어종이 수입 활어에 비하여 가격이나 상품규격에서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더불어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 사태 이후 외식시장의 침체와 식품안전성 관련 소비자의 다양한 요구변화로 인하여 활어시장의 수요는 감소하는 추세이다.

상기의 세계적인 지구 온난화와 이상 기후로 인한 생산에서의 불확실성 발생요소 및 시장의 변화에 따른 해산어류양식업계의 보다 구체적이고 신속한 대응방안이 요구된다.  


기후변화 대응방안 : 기후변화에 적응 가능한 양식품종의 개발과 보급

모든 생물은 기후변화에 적응하면서 진화한다. 예를 들면 국내에 무지개송어가 처음 이식되었던 1970년대 초에 무지개송어의 대사적수온은 13℃±2℃ 정도였으나 국내 송어양식장의 하절기 고수온에 점차 적응하면서 50년이 지난 지금은 18℃ 전후에서 가장 높은 사료섭취율을 보이고 있다. 대사적수온이 높아지면서 성성숙 가입연령이 4∼5세에서 2세 전후로 앞당겨져 상품가입규격까지 성장하기 전에 성성숙이 시작되어 성장이 멈추고 상품가치가 떨어지는 부작용이 발생하기도 했다. 

어종에 따라 한계수온(생존 가능한 수온의 범위)의 범위가 넓으면 광온성어류(숭어: 0℃∼31℃, 강도다리: 0℃∼27℃)라고 한다. 국내 양식대상 해산어류 중 돔류(돌돔, 참돔, 강성돔)는 저온 한계수온이 낮아(6℃∼7℃) 동절기 저수온 피해가 가장 많은 어종이다.

폐사로 이어지지 않더라도 수온상승기에 면역능력(항병력) 저하에 의한 질병발생 피해가 크다. 변온동물인 어류 중 고수온이나 저수온에서 모두 잘 먹고 잘 크는 어종은 없다. 국립수산과학원 및 지자체 연구기관에서 소비자선호도가 높은 바리과 어종(능성어, 자바리, 다금바리, 붉바리)과 잿방어의 종자생산 및 사육시험을 진행하고 있으나 저수온기에 대사적수온을 유지하기 위한 적극적인 대안(저비용의 열원, 효율적인 친환경 사육시설 등)이 있어야한다. 

기후변화 대응방안 : 가두리양식

가두리양식은 기후변화와 해양환경변화에 의한 피해가 가장 많은 양식방법이면서 인위적으로 환경을 개선하기 어려운 양식방법이다. 특히 가두리양식장이 바람이나 파도의 영향을 적게 받는 내만에 수심이 낮고 저질이 오염된 해역에 편중되고 밀집되어있어 해류의 흐름에 의한 자정능력으로 어장환경을 개선하기 어려운 구조이다. 서해 천수만의 우럭 가두리양식장들은 이미 가두리낚시터로 업종전환을 하였다. 우리나라 해산어류 가두리양식의 메카라고 불리는 한산만의 가두리업체 중 휴업 중이거나 매물로 나온 양어장이 늘어만 간다.

양식산업발전법을 개정하면서까지 가두리양식장의 어장환경 개선을 위한 강제규정을 만들었지만 빠른 시간 안에 개선되기는 어려울 것 같다. 당장 양식대상종을 변경하기도 마땅치 않다. 정부와 지자체가 협력하여 해류소통이 원만하고 바람이나 파도의 영향이 적으면서 접근성이나 인프라 시설이 용이한 외만 연안의 적지를 찾아 가두리양식 클러스터를 조성하여 내만의 어업권을 이주 대체할 수는 없을까? 물론 내파성가두리시설로 교체하고 효율적인 관리시스텡을 구축할 수 있는 업체의 자금여력이나, 단지 내 공동 인프라시설(진출입어항, 동력전기 인입, 활어와 사료의 입출고 설비 등)에 대한 설비투자가 전제되어야한다.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적 지원과 생산자단체의 의지를 기대해본다.

기후변화 대응방안: 육상수조식양식

육상수조식양식장은 기후변화와 해양환경변화에 인위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대안을 가능하게 한다. 사육수도 연안의 해수를 취수 후 해적생물 및 어병 원인생물을 걸러서 사용하거나 집수정을 통한 침출수만을 사용하거나 경우에 따라 병행하여 사용할 수 있다. 인근 연안 해역에 갑자기 이상해황(적조, 이상수온, 무산소층 등)이 발생하여도 사육수의 재순환으로 응급처치가 가능하다.

하지만 사육대상종의 대사적수온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면서 사육수의 수질기준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많은 설비투자와 관리비용(열에너지, 동력전기, 수질관리 및 방재관리 설비운용 등)을 요구한다. 양식산업에서의 불확실성 대응을 위한 시스템 엔지니어링이나 불확실성 배제표준(매뉴얼) 설정은 이미 세계적인 추세이다. 정부에서도 스마트양식, 친환경양식, 양식 시설∙설비 표준화 등의 적극적인 정책지원을 시작하였다. 다만 육상양식장이 요구하는 적지로서의 요구조건을 갖추고 있으면서 값싼 예정지를 확보해야하는 어려움이나 해양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취수원의 방재, 방역 설비는 생산자의 몫이다.

기후변화위기에 대응하는 일은 지루하고 긴 여정이다. 우선 구체적이고 실현 가능한 방법으로 대응하면서 경쟁력을 키우고 소비시장을 창출한다면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해산어류 양식산업의 발전을 기대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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