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비(竹篦) 맞다
어느 날 소파에 누워 TV 보는데
아들 녀석 모습에서 나를 보았네
머리통이 큰 것부터
다리통에 털 많은 거 하며
낄낄대며 웃는 모습까지 닮았다
런닝구 차림에
비딱하게 드러누운 모양마저
영락없이 빼닮아 혼자 빙긋이 웃었는데
그날 저녁 반찬 투정하며
엄마에게 대놓고 짜증 부리는 모습에서도
고스란히 나를 보아버렸네
아, 살아온 날 부끄럼이어라
날 쏙 빼닮은 네 모습에 한 방 얻어맞고야
번뜩 나를 다시 흔들어 깨운다
시인 이승룡
·제주 출생
·제주대학교 행정학과 졸업
·건국대학교 행정학 석사
·2018년 계간 <서울문학> 시 부문 ‘신인상’으로 등단
·前 수협중앙회 준법감시실장
·現 (주)수협유통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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