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룡 시인의 ‘시(詩)를 멈추다’
상태바
이승룡 시인의 ‘시(詩)를 멈추다’
  • 이승룡
  • 승인 2023.10.16 08:3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죽비(竹篦) 맞다

어느 날 소파에 누워 TV 보는데
아들 녀석 모습에서 나를 보았네

머리통이 큰 것부터
다리통에 털 많은 거 하며
낄낄대며 웃는 모습까지 닮았다

런닝구 차림에
비딱하게 드러누운 모양마저
영락없이 빼닮아 혼자 빙긋이 웃었는데

그날 저녁 반찬 투정하며
엄마에게 대놓고 짜증 부리는 모습에서도
고스란히 나를 보아버렸네

아, 살아온 날 부끄럼이어라
날 쏙 빼닮은 네 모습에 한 방 얻어맞고야
번뜩 나를 다시 흔들어 깨운다

 

시인 이승룡

·제주 출생
·제주대학교 행정학과 졸업
·건국대학교 행정학 석사
·2018년 계간 <서울문학> 시 부문 ‘신인상’으로 등단
·前 수협중앙회 준법감시실장
·現 (주)수협유통 대표이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