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합
봄을 알리려 앞다투며 움트는 건
남도에 어디 산수유 홍매뿐이랴
산과 들에 어디 쑥 미나리뿐이랴
바다에도 주꾸미 도다리들 저마다
몸집 통통 살찌우고 혹은 한가득 알을 품고
새봄 입맛 돋울 채비에 모두 다 분주하다
움츠렸던 갯것들 뭍으로 뛰쳐 나와
향기 가득 봄나물과 짝짓기에 나서는데 글쎄
주꾸미와 미나리 몰래 눈 맞아 손잡은 사이
도다리는 쑥을 점 찍어 합방에 드는 것이다
첨엔 동침하고도 무심한 갯것들은 몰랐으리
지가 풍겨내는 비릿한 내음 잠재우려
봄나물 향 뿜으며 제 짝 품었던 내조의 시간들
서로 뒤엉켜 뜨거운 시간 보내고 나서야
네 홍건한 체액 스미어 비로소
내 살점 속까지 적셨음을 알아차렸으리
누가 간택 잘했는지는 두고 볼 일이지만
저녁상 도다리쑥국에서 주꾸미무침에서
봄 향기 입안까지 가득 퍼져갈 것이다
시인 이승룡
·제주 출생
·제주대학교 행정학과 졸업
·건국대학교 행정학 석사
·2018년 계간 <서울문학> 시 부문 ‘신인상’으로 등단
·前 수협중앙회 준법감시실장
·現 (주)수협유통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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