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코노미’ 시대, 지역 수산물의 숙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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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코노미’ 시대, 지역 수산물의 숙제
  • 한국수산경제
  • 승인 2023.09.11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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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헌동 부경대학교 해양수산경영경제학부 교수
이헌동 부경대학교 해양수산경영경제학부 교수

‘부가가치’란 뉴스에서뿐만 아니라 일상에서도 가끔 사용되는 경제용어다. 사전적으로 ‘제품의 총 판매액에서 생산을 위해 매입한 원자재 등 중간생산물의 투입액을 뺀 가치’로 정의된다. 알다시피, 농어업 분야에서는 이 부가가치를 높이자는 이야기가 정부의 법정계획이나 정책목표 설정에 있어서 빠지지 않는 단골 메뉴였다.

그런데 수산업에서 부가가치를 높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다양한 논의가 있을 수 있으나 크게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첫째, 생산에 투입되는 원자재 구입비를 줄이면 된다. 한 마디로 생산비를 절감하자는 것인데, 계속 오르기만 하는 원자재 물가를 생각하면 결코, 쉽지 않은 문제다.

두 번째 방법은 생산된 수산물을 좀 더 비싸게 팔아 총 판매액을 늘리는 것이다. 생산비를 줄이기는 쉽지 않으므로 결국 헐값에 넘기던 수산물을 좀 더 비싸게 사주는 수요처에 팔아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다. 이것이 경제학에서 말하는 ‘부가가치 제고’의 본질이다.

문제는 말이 쉽지, 어업인이 수산물을 현재 수준보다 더 비싸게 팔기가 현실에서는 녹록치 않다는 것이다. 기존에 거래하던 판로가 아니라, 더 비싸게 사주는 고정적이고, 안정적인 수요처를 만나야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결국 직거래를 통해 중간 유통단계에서 발생하던 유통비용을 사이좋게 나누면, 생산자는 좀 더 비싸게 팔고 구매자는 좀 더 저렴하게 살 수 있다.

이같이 생산자와 구매자가 모두 만족하는 거래가 최근 지역농산물을 중심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식품업계와 농가가 상생협력 협약을 맺고, 지역특산물을 다양한 형태로 상품화한 것이다.

한국 맥도날드는 몇 년 전부터 ‘한국의 맛(Taste of Korea)’ 프로젝트를 통해 창녕 마늘 버거, 진도 대파 버거, 보성 녹돈 버거를 선보였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지난 3년간 버거 생산에 사용된 창녕 마늘만 무려 132톤에 달하며, 이 프로젝트를 통해 마늘의 수급 안정, 지역농가의 소득 창출에 크게 도움이 됐다고 한다. 스타벅스코리아는 문경 오미자, 광양 황매실, 이천 햅쌀을 활용한 음료 메뉴를 선보였으며, 파리바게뜨는 논산 생딸기 케이크, 강원도 알감자빵, 무안 햇양파빵을 출시했다.

시장에서 소비자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소비자들이 국산 농산물의 품질과 안전성을 신뢰하고, 자신의 소비가 지역농가에 도움을 준다는 믿음이 새로운 식문화 트렌드를 만들어냈다. 최근 식품업계에서 주목하는 지역(Local)과 경제(Economy)의 합성어, ‘로코노미(Loconomy)’ 열풍이 지역농가와 식품업계의 상생협력에서부터 시작된 것이다.

지역농산물의 새로운 판로가 열리면서 계약생산이 가능해졌고, 이는 작물의 재배면적 결정, 파종과 출하에서 가격 위험을 줄이는 순기능으로 작용했다. 농업 분야의 고질적 문제로 지적되던 농산물 가격의 큰 변동성, 수급 관리의 불균형을 완화하는 새로운 상생의 유통채널이 열린 것이다. 무엇보다 흔한 지역농산물로도 시장에서 얼마든지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고, 히트 상품을 만들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지역농산물의 사례를 보면 국민이 일상에서 즐겨 먹는 식품과 음료에서 상품화가 이뤄졌다는 공통점이 있다. 전국에서 생산되는 다양한 수산물로는 이런 성공적인 가공·상품화가 불가능한 것일까? 가격 변동성이 크고, 수시로 수급 조절에 어려움을 겪는 양식수산물, 예를 들어 광어, 우럭, 전복, 굴, 홍합, 해조류 등을 이용한 간편식과 베이커리 제품의 개발은 농산물과 비교해도 너무 더딘 것 같아 아쉬움이 크다.

그렇다고 해서 지역수산물의 상품화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식품기업 농심은 40년이 넘게 완도 다시마를 ‘너구리’ 라면 생산에 이용하고 있다. 또한 수산물 주산지를 중심으로 광어버거, 전복빵, 굴스낵, 멸치과자, 해초라떼 등의 다양한 신제품 개발이 시도되고 있다. 이러한 산발적 노력이 시도로 끝나지 않고, 식품기업의 자원, 기술력과 결합해 남녀노소 모두가 좋아하는 ‘국민 씨푸드’로 재탄생했으면 한다.

식품기업에서 지역수산물을 활용한 가공·상품화가 이뤄지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생산자가 정시, 정량, 정가, 정품질의 4정(定) 조건을 맞출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지속적인 거래가 가능하고, 식품기업도 안정적으로 제품 생산에 주력할 수 있다.

이를 위해 해양수산부와 수산물 주산지 지자체에서는 생산자단체와 식품기업의 상생협력이 보다 활성화될 수 있도록 관련 정책지원을 강화했으면 한다. 수산식품산업 육성에 있어서 수출 확대도 중요하지만, 일상에서 국민이 즐겨 먹는 수산식품을 개발하고, 탄탄한 내수 기반을 구축하는 것이 더 의미 있고, 시급한 일인지도 모른다. 앞으로 카페, 빵집, 온라인 쇼핑몰에서 지역수산물을 활용한 다양한 히트 상품을 구매할 날이 오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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