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개발 예산 삭감에 대한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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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개발 예산 삭감에 대한 우려
  • 탁희업 기자
  • 승인 2023.09.04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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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개발(R&D)에 투입되는 정부 예산은 국가의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고 산업 발전을 이끄는 마중물 역할을 한다. 기업이 사활을 걸고 신수종 사업을 키우듯 정부 역시 성장동력 육성에 막대한 지원을 한다.

그러나 정부가 발표한 내년도 예산안을 보면 우려가 크다. R&D 예산이 16.6%나 깎여 편성됐다. 정부의 긴축재정 기조에 따른 것이라고 하지만 기술 패권 경쟁이 가속화되고 있는 국제사회의 환경에 역행하는 처사라며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1% 초반의 저성장을 맞은 현재 상황에서 과도한 긴축이 경기 회복에 부정적이며, 신성장동력 발굴을 위한 예산이 삭감되고 신규 사업 역시 눈에 띄지 않는다.

윤석열 대통령은 선심성 퍼주기 예산을 최대한 억제해 긴축재정 기조를 유지하겠다면서 재정 만능주의를 배격하고 건전재정 기조로 확실히 전환하겠다며 내년도 예산 편성 방향을 밝혔다.

이러한 예산 편성 기조 변화에 따라 직격탄을 맞게 된 분야가 R&D 분야와 보조금 예산이다. R&D 사업은 당장의 성과가 나오기 어렵고 일부 나눠먹기라는 비판이 불거지기도 했으며, 보조금 분야 역시 관행적 지원 증가로 누수 요인이 컸다는 지적이 높았다.

이에 내년도 R&D 예산은 사상 초유로 31조1000억 원에서 25조9000억 원으로 대폭 줄었다. 16% 이상 감소된 것이다. 매년 10% 이상 증액돼온 것과 비교하면 체감 감소분은 30% 이상에 달한다.

해양수산 분야 전체 예산에서도 R&D 사업이 많은 물류 등 기타 부문이 9.9% 줄었고 과학기술 연구 지원 부문도 6.6% 감소했다.

정부 예산은 법에 정해진 의무 지출이 절반 이상인 53% 정도다. 이 때문에 정부가 조정에 제한이 있는 예산을 제외하면 특정 분야 예산이 대규모로 삭감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것이 미래 성장동력과 산업 발전의 근간이 될 수 있는 R&D 예산이라는 데 우려와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내년도 예산안 편성이 논의되면서 수산 관련 국가 연구기관은 물론 준정부기관, 공공기관 등은 기본 삭감 규모를 10% 수준으로 기준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 따라 평균 10%씩 증가돼온 R&D 예산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긴 했다.

하지만 일부 보조금 형태와 비슷한 사업이나 논란이 됐던 사업을 중심으로 최대 40% 까지 줄어들면서 일부 R&D 담당 기관은 멘붕 상태에 빠져 있다.

현재 진행 중인 사업 과제를 조정하고 대체방안을 마련한 기관은 그나마 10% 삭감으로 선방했다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다. 미래 성장동력 발굴과 개발을 담당하는 R&D 사업은 연속성과 지속성, 과감성이 있어야 한다. 정부나 담당자의 성향에 따라 정책이 달라져서는 안 된다.

당장의 성과보다는 수년, 수십년간 꾸준히 수행돼야 하며, 필요할 경우 대폭적이고 과감한 지원이 따라야 한다.

한데 정부의 긴축재정 기조라는 명분에 따라 그동안 진행해온 미래 성장동력 발굴과 개발을 중단해야 하는 위기를 맞게 된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소비, 투자, 수출이 모두 좋지 않은 상황에서 고금리 장기화와 중국 경제 악화라는 악재를 떠안고 있다. 여기에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가 시작돼 수산업계는 좌초 위기에 직면해 있다.

해양수산부는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에 대응해 내년에 7380억 원의 예산을 책정했다. 올해보다 40% 증가된 수준이다. 이러한 증액 예산은 어업인의 경영 안정과 소비 촉진, 수산물 방사능 검사 등에 투입될 예정이다. 

하지만 긴축재정 유지 기조에서 40% 예산 증액이 그리 반갑지 않는 이유는 국가의 미래 생존 전략을 마련할 R&D 사업의 축소 또는 포기 때문이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는 최소 30년 이상 지속될 장기 악재 중의 악재다. 우리 후손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문제다. 일본의 방침에 우리 정부가 반박하지 않는 이유는 과학적인 검증이라는 논리 때문이다.

방류수에 대한 지속적인 감시와 영향 분석, 현재 진행되는 행위에 대한 미래 결과 등에 대한 연구가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소비를 촉진하고 방사능 검사를 확대하는 정책보다는 현재보다 훨씬 높아진 과학적인 기술을 개발해야 국민들의 안전을 지킬 수 있으며 수산업·어촌의 미래도 보장할 수 있을 것이다. R&D 예산의 증액이 필요한 까닭이다.

정부 예산안은 국회의 심의 과정을 거쳐 확정된다. 심사 과정에서 불요불급한 예산과 미래 성장동력이 될 R&D 예산이 제자리를 찾을 수 있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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