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사회적 재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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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사회적 재난이다
  • 한국수산경제
  • 승인 2023.09.04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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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정곤 한국수산회 수산정책연구소 소장
류정곤 한국수산회 수산정책연구소 소장

요즘 우리 수산업계는 한여름의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심정이다. 지난 8월 24일 일본 도쿄전력이 다핵종 제거설비(ALPS)로 처리해서 수조에 보관하던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를 바다로 방류했기 때문이다. 바다를 생업 터전으로 삼고 있는 어업인 입장에서 바다에 오염수를 버린다는 것 자체를 용납할 수 없는 일인데, 그 때문에 수산물 소비가 위축돼 당장 생업이 어려워진다니 억장이 무너질 지경이다.

이번에 방류한 오염수는 그 양이 현재 제1원자력발전소에만 약 134만 톤이 있다고 하고, 원전이 완전히 폐쇄될 때까지 지속적으로 발생한다고 한다.

수산인들은 묻고 있다. 왜 오염된 물, 특히 우리 인간이 가장 위험하다고 생각하는 방사능 오염수를 바다에 버리는가? 여러 장치를 이용해 처리했기 때문에 과학적으로 안전하다고 하지만 과연 소비자들이 안심하다고 느끼고 있는가?

현재 우리나라 수산물 소비 상황을 보면 과학적 안전보다는 체감적 안심에 소비자들이 더 무게를 두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안전하다고 하지만 뭔가 께름칙한데 구태여 수산물을 먹어야 하는가라는 생각을 가진 소비자들이 많아서 수산물 소비가 크게 위축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수산물은 주식이 아닌 부식으로 소비되고 있고 대체재가 존재하기 때문에 아주 사소한 안전문제만 발생해도 소비를 기피하는 경향이 강하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로 야기된 수산물 소비 위축이 일시적 현상으로 끝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현상이 장기화되거나 수산물 소비 형태 및 구조가 바뀌게 된다면 우리 수산업은 엄청난 위기에 빠지게 될 것이다. 수산물을 직접 생산하는 어업·양식업은 말할 것도 없고, 수산물 유통·가공업, 횟집 등 음식업계와 어촌 지역 관광업에 이르기까지 그 파급효과는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이다.

따라서 현재 정부의 시책으로 추진하고 있는 소비 촉진이나 수매 정도의 대책만으로는 그 실효성이 매우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좀 더 근본적이고 체계적인 국가 차원의 대책이 수립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 대안으로 거론되는 것이 방사능 오염을 사회적 재난으로 규정해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에는 재난을 국민의 생명, 신체, 재산과 국가에 피해를 주거나 줄 수 있는 것으로서 자연적 재난과 사회적 재난을 규정하고 있다.

특히 사회재난은 화재, 붕괴, 폭발, 교통사고, 화생방사고, 환경오염사고, 감염병, 가축전염병, 미세먼지만을 규정하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로 수산업계와 어촌이 받을 피해는 명백히 사회적 재난에 기인한 것이다. 그럼에도 법적으로 재난으로 분류되지 않아 대책 마련에 한계가 존재하고 있다.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수산물 소비 촉진 등 수산업계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국가 예산이 대폭 증액된 점은 매우 다행스럽다. 하지만 국가적으로 좀 더 근본적이고도 구조적인 대책을 수립하고 대응하기 위해서는 법률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정부와 국회는 이번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가칭)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에 따른 수산업·어촌 피해 대책 특별법’을 제정할 것을 제안한다. 중·장기적으로는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의 사회적 재난에 방사능 오염을 추가하고, ‘농어업재해대책법’에 방사능 오염에 관한 피해 지원 및 대책에 관한 구체적인 규정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의 정당성과 안전성에 대해서는 다양한 관점에서 논의될 수 있다. 우리 수산업계가 지금 필요로 하는 것은 단기 대책이 아닌 근본적이고 실질적인 국가 대책이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사회적 재난으로 규정하고 대책을 마련해달라는 수산계의 요구는 너무도 당연하며 겸허히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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