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룡 시인의 ‘어느 날 걸망을 메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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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룡 시인의 ‘어느 날 걸망을 메고’
  • 이승룡
  • 승인 2023.09.04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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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잠 스님 부도(浮屠) 앞에서

오색단풍 만수산 자락
노랗게 익은 감나무 밑에는
이끼 짙은 부도(浮屠) 홀로
세월의 흔적 읊조리고

뉘엿뉘엿 황혼에 물드는
무량사 극락전 앞 단풍은
설잠 스님 얼이 서려
더더욱 붉은빛 발하는가

약관(弱冠)의 젊은 나이
모든 벼슬 팽개치고 떠날 만큼
그렇게도 세상이 싫더이까
썩은 냄새 진동하는 칙간통에
미친 듯 소리치며 몸 던질 만큼
그리도 세상이 더럽더이까
긴긴 방랑 생활 속에서도
끝내 지키고 싶던 그 절개
하늘에 태양이 둘이 아니듯
죽어서도 오직 한길
임 계신 그곳에서
진흙 속 연꽃으로 다시 피어나소서


「부여 만수산 무량사에서」

 

시인 이승룡

·제주 출생
·제주대학교 행정학과 졸업
·건국대학교 행정학 석사
·2018년 계간 <서울문학> 
시 부문 ‘신인상’으로 등단
·前 수협중앙회 준법감시실장
·現 (주)수협유통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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