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복 산지 가격 폭락, 소비 확대방안 마련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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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복 산지 가격 폭락, 소비 확대방안 마련해야
  • 탁희업 기자
  • 승인 2023.08.14 08: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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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복 산지 출하가격이 작년의 반값 수준으로 폭락했다. 가격 하락의 가장 큰 원인으로 지적되는 것은 재고 물량이다. 지난 2월 설날이후 전복을 찾는 수요량이 줄었음에도 불구하고 산지에서는 출하를 하려는 양식장이 많아 가격 하락세가 나타났다. 일부 전복 양식장은 4월 이후 출하를 중단하기도 했으나 고수온기 폐사를 우려한 양식장에서 출하량을 늘리면서 가격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전복 산지 출하가격이 전년 대비 반값 수준으로 하락한 데는 소비 감소가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출하량이 늘어난 이유도 있지만 소비자들이 전복을 찾지 않는 것이 가격 폭락의 원인이라는 것이다.

시장 가격은 수요와 공급에 따라 변화하지만 현재와 같은 특수한 상황이 발생할 경우 이례적인 변화를 나타낸다. 여기에 최근에는 수입산과의 경쟁력 역시 가격 변동에 큰 영향을 미친다. 국내 가격이 높을 경우 수입량이 늘어나고, 생산량이 부족해도 수입산이 그 자리를 메우고 있다.

이러한 주변 환경과 함께 국내 생산 여건이 악화될 경우 가격 유지는 더욱 힘들어진다. 손해를 줄이거나 만회하려고 생산자들이 출하 물량을 한꺼번에 늘릴 경우 폭락 사태가 초래될 수 있다.

가격 하락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소비를 확대하거나 새로운 소비시장을 만들어야 한다. 수산물을 더 많이 접할 수 있도록 다양한 요리나 가공품을 개발하고 수산물을 선호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얼마 전 생산자단체를 중심으로 군납 수산물에 대한 설문조사가 진행됐다. 설문조사를 시행하게 된 것은 군대를 다녀온 젊은 층들이 수산물을 싫어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기 때문으로 알려지고 있다. 단체급식에서도 수산물 선호도는 높지 않은 편이다.

최근 조승환 해양수산부 장관이 대한상공회의소를 찾아 국내 기업과 수산업계 간 수산물 소비 상생·협력방안에 대해 논의하고 국내산 수산물 공급 확대, 여름휴가와 가을 여행철 국내 어촌 관광지 방문 장려, 기념품·명절 선물을 수산물로 하는 것 등을 대한상의 측에 요청했다.

그러나 소비자들이 원하는 제품이나 상품이 공급되지 않으면 수요 확대는 달성하기 쉽지 않다. 소비자들이 직접 요구하거나 찾을 수 있는 제품을 생산해 공급해야 한다. 안정적인 수요가 확보된다면 생산자들의 공급 체제도 달라질 수 있다.

해양수산부의 수산정보포털에 따르면 국내 연어 수입량은 7만2000여 톤이며 이 중 노르웨이에서 수입된 연어가 3만2000여 톤 정도로 수입량이 2020년 이후 지속적인 증가세다. 태국,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와 에콰도르, 멕시코 등 중남미에서 수입된 새우는 구이용부터 각종 음식 재료로 활용돼 수입량이 매년 크게 증가하고 있다.

이들 품종은 국내에서 생산되지 않거나 생산량이 아주 적어 시장 점유율이 80% 이상을 넘어서고 있다. 노르웨이 연어는 수입 초창기에는 냉동품만 들여왔으나 최근에는 신선 냉장 제품까지 다양하게 수입되고 있다.

젊은이들의 입맛에 맞는 다양한 요리를 개발하고 전문점까지 늘어나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새우 역시 국내산과 차별화된 제품과 요리로 소비자들의 수요에 맞춰나가고 있다. 이러한 수입품들과의 경쟁은 앞으로 더욱 심화될 것이다. 국내 산업을 보호해야 하지만 국제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소비자들로부터 외면받을 수밖에 없다.

이러한 시장 상황을 파악하고 소비시장 변화에 맞는 상품이 나올 수 있도록 정책을 개발해야 한다. 시장에 선보이는 상품이 소비자들의 취향이나 요구사항을 충족시키지 못하면 살아남을 수 없다.

생산자들 역시 시장의 변화에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는 생산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인력 부족이나 자재비 등의 상승으로 생산원가가 높아져도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대응방안을 스스로 찾아야 한다.

정부의 지원이나 정책에 의지하는 산업은 지속 가능성을 상실할 우려가 높다. 생산량부터 출하 시기, 소비자들의 기호에 따른 제품 생산도 생산자들이 주도적으로 결정해야 한다. 전복의 경우 크기별 가격 차이가 큰 편이다. 소비 대상을 겨냥한 생산방법을 선택해야 한다. 삼계탕이나 된장찌개 등 다량 소비를 목적으로 하거나 횟감용이나 수출용 등에 맞는 제품 생산 체제를 만들어야 한다.

전복 가격은 9월 추석 이후 수요량 증가로 회복될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광어나 돔 등 양식어류의 가격 역시 바닥세를 벗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하지만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의 해양 방류, 국제 유가 상승, 고금리 등 수요 확대를 가로막는 악재들도 여전히 많다. 반토막 난 가격을 회복하는 방안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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