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산물 한마당 잔치판 열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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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산물 한마당 잔치판 열어보자!
  • 탁희업 기자
  • 승인 2023.07.24 08: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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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철을 맞아 관광객들의 발길이 몰려들 것으로 예상했던 바닷가 횟집들이 파리만 날리고 있다. 서울 최대 수산물 유통시장인 노량진수산시장에도 관광객들 보기가 쉽지 않다. 호객 행위가 없더라도 밀려드는 손님들로 붐비던 예전의 노량진수산시장 모습과는 차이가 크다. 노량진수산시장 소매장 일부는 ‘7월 한 달간 휴가’라는 팻말을 내걸고 아예 불이 꺼져 있다.

수도권 소비시장의 활어 80% 정도를 담당하고 있는 인천활어유통업계도 한산하기는 마찬가지다. 인천연안여객터미널 인근에 자리 잡은 인천활어유통단지에는 예전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활어차들이 오갈 뿐이다. 새우, 오징어, 명태, 낙지를 수입하는 업체들 역시 수요가 없어 수입량이 크게 줄었다고 입을 모은다.

이러한 소비 위축 또는 감소는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라는 악재가 불거지면서 더욱 심화되는 분위기다. 세계 경기 침체 영향으로 국내 생산 활동과 경기가 둔화되고 고금리로 국민들의 지갑이 여유가 없어졌다. 여기에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라는 심리적인 악재까지 겹치면서 수산물 소비는 끝없는 나락으로 떨어지는 모양새다. 

하지만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문제가 정쟁의 도구가 되면서 찬반 논란이 가중되고 있고 이것이 수산물 소비 위축과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새로운 수산물 소비시장을 개척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악재가 길어질 경우 수산업과 어업인의 미래는 장담하기 어렵다. 수산물에 대한 이미지를 지금 바로잡지 않으면 우리 식탁에서 수산물이 사라질지도 모를 일이다. 이러한 분위기를 새롭게 전환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소비시장이나 수요자들을 발굴하고 확대해야 한다.

수산물 소비 둔화 또는 감소 분위기는 연초부터 조금씩 나타나기 시작했다. 국내 양식산업의 가장 중요한 품종 중 하나인 전복은 올해 초 설날 성수기를 지나면서 불황을 체감했다. 4월경에는 출하가 중단되고 거래처들의 요구도 줄어 현장의 출하작업이 대부분 정지됐다. 가격이 하락하고 kg당 10개 이하 대(大)전복 생산이 늘어났다. 전복 재고량이 늘어남에 따라 생산 현장은 새로운 수요처 발굴에 나서고 있지만 시장에서의 수요는 좀처럼 반전되지 못하고 있다.

군납이나 학교급식 등 대량 수요처에 대한 대응 부재도 큰 원인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얼마 전 정부는 군납수산물에 대한 수요조사를 실시한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이것은 군 장병들의 수산물 기피현상이 위험상황이라는 소문이 사실인지를 확인하기 위한 것이다. 수산물을 즐겨 먹던 젊은이들이 군 복무기간 동안 오히려 수산물을 더욱 멀리하게 된다는 소문도 파다하다.

미래 주요 고객들이 단체급식이나 군 급식을 통해 친근감을 높이기보다는 멀어지게 할 만큼 군의 식자재에 문제가 있다는 방증이다.

주부들 역시 생물 상태의 수산물을 기피하고 있다. 손질하기도 어렵고 뒤처리도 복잡하기 때문에 생물 수산물을 즐겨 찾지는 않고 있다. 냉동이나 신선 상태의 수산물보다는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 가정간편식이나 손질 제품만을 찾고 있다. 수산물 소비 확대 또는 창출이 어려운 이유이기도 하다.

노르웨이산 연어나 고등어, 베트남산 새우 수요가 증가하는 이유는 맛이 뛰어난 것도 있지만 쉽게 조리해서 먹을 수 있는 식품 형태로 공급되기 때문이다.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가 임박해지면서 정부는 “우리 수산물은 안전하다. 국민들의 건강을 위한 대책을 마련하겠다”며 수산물 소비 촉진, 반값판매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반짝 관심을 보이던 소비자들의 마음을 완전히 돌리기에는 역부족이다.

심리적인 불안감에 더해 정쟁의 도구로 전락한 수산물을 수렁에서 건져낼 수 있는 실질적인 행동이 시급하다.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가 시작되기 전에 국민들의 신뢰를 굳건히 해야 한다. 소규모 일회성 행사로는 한계가 있다. 당장의 위기를 모면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전체 국민들의 관심을 모으고, 장기적인 수산물 소비층으로 흡수하기에는 추진동력이 턱없이 부족하다.

우리 수산물에 대한 신뢰가 최우선인 시점에서 근거 없는 주장이 확산돼 수산업계는 전례없는 위기를 맞고 있다. 피해 어업인들은 대책 마련과 수산업계 안정화를 원하고 있다.

수산물 소비 촉진을 위한 한마당 잔치판을 열어보면 어떨까? 서울 한복판에서 대규모 축제의 장이 펼쳐진다면 어업인들에게는 생산물을 대량으로 판매할 수 있는 기회가 되고 안전한 수산물을 어업인들이 책임지고 공급하고 있다는 신뢰감도 줄 수 있다. 국민들은 어업인들을 믿고 쉽게 다가와 수산물을 구매해갈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한마당 축제는 극한으로 내몰리는 수산물에 대한 심리적인 불안감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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