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룡 시인의 ‘어느 날 걸망을 메고’
상태바
이승룡 시인의 ‘어느 날 걸망을 메고’
  • 이승룡
  • 승인 2023.07.24 08:5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보탑사의 오후

가슴 저미도록 짙푸른 가을 하늘
보련산 기슭에 내려앉아
만발한 꽃들과 수다를 떠는 오후

절 마당 한복판에
버티고 선 웅장한 삼층 목탑
애절한 감로수(甘露水)에 목마른
길손을 사자후(獅子吼)로 부르시네

뜨거운 두 손 곱게 모아
목탑 금방 사방불(四方佛)을 돌고 돌며
자애로운 모습에 고개 숙인 불자여

임의 품에 이미 안겨
내가 네가 되고 네가 내가 되니
둘이 아닌 불이(不二)런가

보탑사의 오후는
석가모니 부처님도
약사여래 부처님도
비로자나 부처님도
아미타 부처님까지도
그리 자비로이 미소 지었나보다

「진천 보련산 보탑사에서」

 

시인 이승룡

·제주 출생
·제주대학교 행정학과 졸업
·2018년 계간 <서울문학> 시 부문 ‘신인상’으로 등단
·전 수협중앙회 준법감시실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