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룡 시인의 ‘어느 날 걸망을 메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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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룡 시인의 ‘어느 날 걸망을 메고’
  • 이승룡
  • 승인 2023.07.17 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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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석사 무량수전(無量壽殿)

탱글탱글 익어가는 청포도밭
일주문 숲길 걸어
안양루 돌계단에 다다르면
팔각석등 호위 아래 천년 나이 무량수전(無量壽殿)
차라리 빛바래어 더 수려하다

독경 소리 새어 나오는 문틈 사이
서쪽 편 가부좌를 틀고 앉은
무량수전 아미타부처님 미소에서
다 내어주고도 줄 것 없어 안쓰러운
늙은 어미의 마음 같은 자비심을 배운다

애초에 의상대사 절 지을 적
조사당 꽂아놓은 지팡이는
태백의 정기 받아 뿌리를 내렸는가
한껏 가지 돋고 잎이 자라
숱한 세월 이겨온 신비한 생명력
정녕 무량수불 가피는 아닐는지

어느 시인의 노래처럼
배흘림기둥에 기대어 서면
발아래로 펼쳐진 산맥 능선들에서도
높으면 높을수록
자신을 낮추는 겸허함을 또다시 배운다


「영주 태백산 부석사에서」

 

시인 이승룡

·제주 출생
·제주대학교 행정학과 졸업
·2018년 계간 <서울문학> 시 부문 ‘신인상’으로 등단
·전 수협중앙회 준법감시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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