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강이 슬프게 흐르는 사연
겨울바람 속 동강이
이토록 슬프게 흐르는 이유를
단종 임금 넋이 잠든
영월 장릉(莊陵)에 가서 물어보아라
영일곱 살 꽃다운 나이
사약 받고 내버려진 애달픈 넋
수백 년 세월 몰래 암장된 채
숨죽여 왔던 한 많은 사연을
영월 호장(戶長) 엄흥도가 들려줄 것이리
능을 향해 절하듯 고개 숙인 노송들
삼백 리 밖 사릉(思陵)에 잠들고도
한평생 지아비 향해 절 올리는
정순왕후 모습은 아닐는지
도포 입고 백마 탄 단종 진영 속
충신 추익한 머루 다래 진상하듯
근심에 찬 임의 표정
조금이라도 녹여 주고 싶거든
보덕사 산신각 찾아
한 번이라도 참배해 볼 일이다
얼음 속 동강이
이다지도 슬프게 흐르는 사연을
영월 장릉 묵묵히 지켜주는
태백산 보덕사를 찾아가 물어보아라
「영월 장릉 보덕사에서」
시인 이승룡
·제주 출생
·제주대학교 행정학과 졸업
·2018년 계간 <서울문학> 시 부문 ‘신인상’으로 등단
·전 수협중앙회 준법감시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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