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업과 인공지능 기술에 대한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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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업과 인공지능 기술에 대한 단상
  • 한국수산경제
  • 승인 2023.06.19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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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선희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수산식품·신산업연구실 부연구위원
엄선희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수산식품·신산업연구실 부연구위원

챗GPT(Generative Pre-trained Transformer)의 등장으로 전 세계가 인공지능(AI) 기술에 대한 뉴스로 떠들썩하다. 챗GPT는 이용자가 질문을 하면 그 의미와 맥락을 이해하고 실시간으로 학습을 하면서 대화를 통해 이용자들에게 정보와 지식을 제공하는 인공지능 기술이다.

매일 신기술에 대한 뉴스의 홍수에 점차 피곤해지고 있었는데 인공지능에 대한 뉴스는 꽤나 신선해서 그 근원을 찾다 보니 어업의 현실이 떠올랐다. 어업 관련 뉴스는 어선 사고 아니면 어업인구 감소와 고령화, 노동력 부족, 기후변화, 자원 감소, 해양환경 오염 등으로 어업 경영이 계속 어려워지고 있으니 정부에서 이러한 문제를 빨리 해결해야 한다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이에 많은 수산 관련 전문가들이 해결 방향을 제시하고 있지만 문제들이 개선되는 조짐이 뚜렷하게 보이지 않는 것을 보면 어업의 문제는 구조적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것 같다.

그런데 이러한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데 인공지능 기술이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면서 참신한 기술의 출현이 반가웠다. 과학기술 발전이 많은 사회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데 결정적으로 도움이 됐던 근현대사의 경험 사례를 통해 인공지능 기술이 어업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겠다는 기대도 생겼다.

인공지능이란 컴퓨터 시스템을 통해 인간의 지능을 모방하거나 대체할 수 있는 기술을 뜻한다. 인공지능이라는 용어는 미국의 인지심리학자이자 컴퓨터과학자인 존 매카시가 1956년 다트머스 학회에서 처음으로 사용했는데 이 학회에서 인공지능 기술이 공식적인 학문으로 간주 되고 관련 연구도 처음으로 시작됐다.

이후 수많은 전문가들이 정보(데이터) 처리 기술을 발전시키면서 인공지능 기술은 비약적으로 진보하게 됐다. 현재는 단순 반복 작업에 있어서는 인공지능이 사람을 뛰어넘을 정도가 됐는데 이는 인간과 달리 인공지능은 단순 반복 작업을 수행하는 데 지치지 않고 예상하지 못한 실수 등이 거의 발생하지 않기 때문이다.

자동차의 네비게이션, 음성인식 비서, 자율주행 자동차, 넷플릭스의 영화 추천, 바둑챔피언 알파고(AlphaGo), 스마트 가전제품 등 인공지능 기술이 생활필수품이 되고 있다. 물론 기계가 세상을 지배하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지만 인공지능 기술이 우리의 생활을 더욱 편리하고 효율적으로 만들어줄 수 있다는 점에는 이의가 없는 것 같다.

어업에서 인공지능 기술을 적용하는 연구는 이미 시작됐다. 인공지능 기술을 기반으로 한 어선 설계 플랫폼 개발과 인공지능이 적용된 어선을 개발하는 연구가 진행 중이다. 전자는 어선 설계를 위해 검토해야 하는 많은 양의 다양한 데이터를 인공지능으로 처리해서 표준 어선을 설계하는 것이다. 후자는 어선의 운항과 조업 활동에 인공지능을 활용하는 것이다. 관련 전문가들이 다수 참여한 공동연구로 추진되고 있어서 성공적인 결과를 낙관하지만 우려되는 점이 없지 않다. 인공지능 기술이 적용되기까지는 반드시 거쳐야 할 기술적 진보의 과정이 있는데 어업에서는 그러한 준비가 아직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인공지능 기술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적용 대상 분야의 정보와 지식이 디지털화된 데이터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자율주행 자동차 개발은 자동차, 도로, 지형, 운전자, 기상 등 자동차 주행과 관련된 엄청난 디지털 데이터와 이를 처리할 수 있는 기술 발달을 전제로 하고 있다.

이러한 원리를 어업에 적용해보면 인공지능을 적용한 어선 설계와 개발을 위해서는 운항 정보와 어로기술(어획 기술과 어로 시스템)에 대한 디지털화된 데이터와 이를 처리할 수 있는 기술이 필요하다. 쉽게 말해서 매우 상세한 전자 조업 데이터와 이를 처리할 수 있는 기술 기반 구축이 전제돼야 한다.

이미 전자 어획 보고 시스템이 운영되고 있지만 일부 업종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고 데이터의 정확도도 아직은 완전하지 못하다. 현재의 데이터 관리 및 처리 수준으로는 기대하는 수준으로 인공지능이 적용된 어업 시스템의 개발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인공지능 기술을 어업에 적용해서 어업의 구조적인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데이터 관리에 대해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적어도 어획보고 대상 업종의 확대와 데이터의 정확도를 높이는 방안은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그리고 정부가 데이터 관리·감독의 주체가 돼 해양경찰청이나 수협 등에서 부분적으로 관리하는 조업 정보 등을 통합해서 관리하고 처리할 수 있는 시스템과 조직을 신설하고 예산도 확보해야 한다.

아무쪼록 인공지능과 같은 첨단 기술 개발이 속도감 있게 진행될 수 있는 기술과 정책 기반이 시급히 마련돼서 우리나라 어업이 힘들고 어려운 현실에서 하루빨리 벗어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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