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푸드의 미래, 식생활교육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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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푸드의 미래, 식생활교육에 달렸다
  • 한국수산경제
  • 승인 2023.06.12 0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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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헌동 부경대학교 해양수산경영경제학부 교수
이헌동 부경대학교 해양수산경영경제학부 교수

최근 수산물이 ‘블루푸드’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그 가치가 재조명되고 있다. 시푸드(Seafood)는 알겠는데, 블루푸드(Blue food)는 뭐지? 처음 듣는 사람들은 이 두 용어가 개념적으로 어떤 차이가 있는지 궁금할 것이다.

관련 자료를 찾아보니 블루푸드는 수산물을 의미하는 시푸드를 넘어 지속 가능한 식량생산, 해양생태계 보전, 건강에 좋은 영양 공급원으로서 좀 더 넓게 정의된다. 사실 평소에 먹던 수산물과 다를 바 없으나, 블루푸드라는 용어는 우리가 잘 알지 못했던 수산물의 가치뿐만 아니라 식량안보, 환경문제 등 다양한 규범적 이슈까지 담고 있다. 이에 따라 유엔을 중심으로 국제사회는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달성을 위한 푸드시스템 전환에 있어 블루푸드를 주요 의제로 다루고 있다.

블루푸드의 가치는 우리가 알던 것보다 훨씬 더 크다. 권위있는 학술지 'Nature'에 2021년 게재된 Christopher Golden의 연구에서는 3753개 수생동물의 영양소 함량에 대한 데이터를 수집하여 부어류, 패류, 연어류를 포함한 7개 그룹의 영양 수준을 평가하였다.

그 결과 쇠고기, 돼지고기, 닭고기보다 수산물의 영양적 기여가 더 크다는 결론을 제시했다. 더불어 수산물 생산의 환경적 가치도 주목받고 있는데, 수산물은 축산물에 비해 온실가스 배출이 적고, 토지와 수자원을 덜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세계 식량생산에서 환경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적음에 따라 수산물이야말로 기후변화, 탄소중립 시대에 지속가능한 식품인 것이다.

이같이 국제사회에서 블루푸드는 인류의 소중한 식량자원으로서 그 중요성과 역할이 강조되고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아직까지 일부 전문가들의 학술적 영역에서만 논의가 이뤄질 뿐, 국민들에게 블루푸드의 가치가 충분히 전달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자라나는 어린이, 청소년들에게 건강, 환경, 식문화의 관점에서 왜 수산물을 섭취해야 하고, 나아가 수산업, 수산물의 가치가 무엇인지를 가르쳐야 하는데 이러한 논의가 대단히 미흡한 것이 현실이다.

얼마 전 필자가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의 연구를 수행하면서 전국 초·중·고교에 재직 중인 영양교사 415명을 대상으로 수산물 식생활교육 실태에 대한 설문조사를 한 적이 있다. 2022년 한 해 동안 전국의 학교에서는 급식과 연계한 다양한 식생활교육이 이뤄졌는데 교육시간을 조사한 결과, 연간 21~30시간의 교육을 실시한 학교가 많았다.

그런데 수산물을 주제로 한 식생활교육에 대해 ‘교육이 없었다(0시간)’는 학교가 전체의 67%, ‘1~2시간만 실시했다’는 학교가 26%로 나타났다. 이를 보고 20~30년 후 우리 수산업의 암울한 미래가 보이는 것 같았다고 말하는 것이 과연 지나친 것일까? 이 조사는 일선 학교현장에서 직접 식생활교육을 담당하는 교사들이 응답한 결과라는 점에서 열악한 수산물 식생활교육의 현주소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실제로 우리나라 식생활교육은 농식품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초·중·고교 교과과정뿐만 아니라 학교 외 과정에서의 식생활교육 프로그램을 조사해보면 대부분 농업, 농산물, 텃밭체험 위주다. 수산업(어업), 수산물, 어촌체험을 소재로 한 교육 프로그램은 많지 않고, 실제로 찾기도 어렵다.

영양교사들에게 수산물 식생활교육이 왜 제대로 수행되지 못하는지를 재차 질문했는데, ‘학생들이 수산물 교육에 관심이 없어서’, ‘수산물에 대한 영양·식생활교육 교재·교구가 부족해서’라는 응답이 많았다. 학생들의 관심이 없는 것도 문제지만 교육에 필요한 교재와 교구조차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다니. 

어린이, 청소년들이 가정과 학교에서 수산물을 안 먹는 문제는 비단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우리나라의 수산물 소비가 세계 최고 수준이라 자랑하지만 정작 미래의 수산물 고객이 소비를 기피하고, 식생활교육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은 대단히 심각한 문제다. 우리 수산계가 지속 가능한 수산물 소비를 말하고 있으나, 이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과 방법이 무엇인지를 진지하게 논의한 적이 있었던가 생각해볼 일이다.

국제사회가 수산물을 블루푸드로 치켜세우며 재조명하는 현 시점에서 더 늦기 전에 수산물에 대한 식생활교육을 제대로 시작해보자. 우선 해양수산부에 ‘블루푸드소비정책과’를 만들어 식생활교육 인프라를 구축하고, 수산물 소비 전반의 정책과 지원사업을 더욱 체계적으로 추진했으면 한다.

이를 통해 어린이, 청소년뿐만 아니라 국민 모두에게 블루푸드의 올바른 가치를 심어줄 수 있는, 수산물 소비에 있어서의 새로운 전환점이 마련돼야 한다. 블루푸드의 미래, 우리 수산업과 수산물에 대한 식생활교육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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