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어업인이 어획한 수산물 판매는 불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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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어업인이 어획한 수산물 판매는 불법이다
  • 탁희업 기자
  • 승인 2023.06.05 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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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시인이 잡은 어획물을 판매하는 것이 불법일까? 아닐까?

몇 년 전 해양수산부 내 공무원들 사이에서 발생했던 논란이 종지부를 찍게 됐다. 애매모호했던 규정 탓에 업무를 담당하는 해양수산부 공무원들조차 결론을 내리지 못했던 논란도 사그러들 전망이다. 논란 끝에 나온 다수 의견은 관련 규정이 없기 때문에 낚시인들이 잡은 어획물을 횟집 등에 팔아도 불법이 아니라는 쪽이었다.

비어업인의 수산자원 포획·채취기준과 포획·채취한 수산자원을 판매할 목적으로 저장·운반·진열하는 것을 금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수산자원관리법 일부개정 법률안이 최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개정안은 비어업인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방법, 수량, 어구의 종류 등 포획·채취기준을 위반해 수산자원을 포획·채취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레저동호인이나 낚시인들이 어업인들과의 갈등을 유발한 해루질 문제가 개정안 통과로 해소될 전망이다.

최근 레저인구 등의 증가로 레저인이나 낚시인 등 비어업인들의 불법 해루질이 기승을 부려 어업인들과의 갈등·대립이 심화되고 몸싸움, 고소, 고발 등 일촉즉발의 사태가 빈번하게 발생했다. 바다에서 맨손으로 수산물 등을 채취하는 행위를 일컫는 ‘해루질’은 순수한 레저의 수준을 넘어 수중드론, 스쿠버 장비, 작살 등을 이용한 불법이 난무하고, 해삼, 소라 등을 키우는 마을어장까지 침범해 지역 어업인들과 몸싸움 일보 직전까지 가는 사태도 발생했다. 취미나 오락 목적에서 전문화, 상업화로 변질되는 상황이 이어져오고 있다.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이번 법 개정으로 비어업인과 어업인들 간의 갈등은 물론 수산자원의 남획, 불법어업 조장 등의 문제를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그러나 법과 제도가 정착하고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현장에서 법이 잘 지켜지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해루질은 대부분 밤에 이뤄지기 때문에 단속이 쉽지 않다. 마을어장 내에서 관리하는 어종이 아닐 경우 해루질을 막지 못한다. 특정 어종의 주 어획 시기에 몰려든 낚시인들을 감시할 수 없다. 주꾸미나 갈치, 고등어, 한치 등을 얼마나 어획하는지 파악조차 힘든 지경이다. 이들이 잡은 어획물을 팔지 못하게 할 방법이 없다. 불법 해루질에 대해 3년 이상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규정하고 있지만 단속의 손길이 미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어업인들은 어업 허가를 받기 때문에 금어기, 금어구, 포획금지체장 제한, 총허용어획량(TAC) 등 다양한 규제를 받는다. 위반할 경우 생계를 이어가지 못하는 경우도 생긴다. 바다 이용자에 대한 법적 책임과 의무가 주어진다.

하지만 비어업인들은 레저활동이라는 핑계로 법망을 피할 수 있고, 단속조차도 쉽지 않다. 더 큰 문제는 바다와 친숙해지고, 다양한 여가를 즐기고 싶은 비어업인들이 바다와 어업인들에게서 등을 돌리는 일이다. 무주물인 수산자원을 어업인들에게만 이용하게 한다는 수산자원 이용에 대한 형평성 지적도 나올 수 있다. 이번 법 개정으로 비어업인이 포획·채취한 어획물을 판매하는 것은 명백한 불법어업으로 규정됐다. 하지만 개정된 규정이 비어업인들의 정당한 바다 이용과 활동을 저해해서는 안 된다.

이 때문에 비어업인들이 마음껏 바다를 즐길 수 있는 공간과 여지를 마련해줘야 한다. 가족과 함께 갯벌을 찾고 방파제와 해수욕장, 연안 바위 틈에서 수산물을 채취하는 등 다양한 참여의 길을 열어줘야 한다. 자유로운 행동을 규제하는 바다를 누가 찾겠는가?

낚시인들 역시 규칙을 정하고 규정 내에서 자유롭게 레저활동을 할 수 있도록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 전문낚시어선업은 최근 10년새 크게 증가해 과당경쟁까지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낚시어선어업자의 경영은 계속 악화되고 일부 낚시인은 전문화, 사업화 등 소위 낚시꾼으로 변질돼가고 있다. 특정 어종에 대해서는 레저활동을 넘어 조직적인 어업행위까지 발생하고 있다. 비어업인들도 바다이용자로서 법적 책임과 의무를 다할 수 있도록 낚시허가제 등의 규정을 신속하게 마련해야 한다.

바다는 공유재이며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하지만 무분별한 해루질은 엄연한 불법이며, 마을어업권은 국가의 보호를 받는 사유재산이기 때문에 공유재인 바다 자원 이용에 배타적, 독점적 권리가 부여된다는 점을 비어업인들에게 알려야 한다. 비어업인들 역시 자유롭게 바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제도적인 허용 범위를 규정해야 한다.

규정된 제도가 정착하려면 실행할 수 있는 후속조치가 필요하며,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관리·감독을 강화하고 적극적인 홍보와 교육 등 다양한 지원활동도 펼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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