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국가중요어업유산 세계유산 등재 초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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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국가중요어업유산 세계유산 등재 초읽기
  • 한국수산경제
  • 승인 2023.06.05 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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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정곤 한국수산회 수산정책연구소장

지난 4월 30일부터 5월 3일은 우리나라 국가중요어업유산 역사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해양수산부가 2015년 국가중요어업유산 제도를 도입한 이후 처음으로 FAO 세계중요농업유산(GIAHS : Globally Important Agricultural Heritage System) 등재를 위한 현장 실사와 컨설팅이 있던 날이기 때문이다. 세계중요농업유산 등재를 위해서는 각국에서 GIAHS 사무국에 등재 신청서를 제출하고 GIAHS의 과학자문위원회(Scientific Advisory Group)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 

등재 심의 중 중요한 절차가 심사위원이 직접 현장을 방문하는 것인데, GIAHS SAG 위원인 노부유키 야기 도쿄대학교 교수가 2020년에 신청한 섬진강 재첩잡이 손틀어업 실사와 2019년 신청한 제주 해녀어업유산에 대한 컨설팅을 했다. 이번 실사를 기초로 세계유산 등재 여부가 결정되기 때문에 해양수산부, 지자체, 업계, 유관기관과 많은 전문가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해 대응했다.  

세계중요농업유산은 농업과 어업, 임업 및 축산업을 통해 경관뿐만 아니라 농어촌 지역의 생계를 유지하면서 생물다양성, 회복력 있는 생태계, 전통과 혁신을 독특한 방식으로 결합하면서 발전해온 유산이다. 따라서 유네스코의 문화유산이나 자연유산과는 달리 단순한 전통의 보전이 아니라 실제 생업을 하면서 유구한 역사 속에서 살아남았고, 현재도 존재하며, 미래에도 살아남을 ‘살아 있는 유산’이다.

세계중요농업유산은 2010년 최초 지정한 이후 2023년 현재 25개 국가에 74개가 지정돼 있고, 5개 국가에서 13개를 신청해 심의 중에 있다. 심의 중인 유산 중에 우리나라 섬진강 재첩잡이 손틀어업과 제주 해녀어업이 포함돼 있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농업유산과 어업유산이 분리돼 있다. 담당부처가 농림축산식품부와 해양수산부로 나눠진 것이 가장 큰 원인이기는 하지만 실제로 다양한 어업유산들이 존재하고 있어서 특별한 관심을 가지고 보전해야 하는 이유가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우리나라 국가중요농업유산은 2013년부터 현재까지 18개가 지정됐고 이 중 5개는 세계중요농업유산에 지정돼 있다. 국가중요어업유산은 2015년 3개(제주 해녀어업, 보성 뻘배어업, 남해 죽방렴어업)를 지정한 이후 2022년까지 총 12개가 지정됐고, 세계농업유산에는 아직 한 개도 지정되지 않은 상황이다.

그러나 이번 실사를 계기로 섬진강 재첩잡이 손틀어업과 제주 해녀어업이 세계중요농업유산으로 등재된다면 세계에서 완전한 어업유산만을 가지고 세계중요농업유산에 등재하는 쾌거를 이룰 수 있을 것이다.

필자는 2015년부터 국가중요어업유산 자문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우리나라 어업유산의 보전 필요성을 너무도 절실하게 느꼈다. 우리나라는 동·서·남해라는 다른 해양 특성과 국민들의 다양한 수산물 소비문화 때문에 어업 또한 독특함과 다양성을 내포하면서 발전해왔다. 그러나 산업사회 발전으로 상대적으로 어업은 쇠퇴하고 있고 인구소멸은 어촌지역 소멸로 이어지면서 전통어업의 유지가 어려워지고 있다. 

어업유산의 지정만이 결코 전통어업을 지키는 것은 아니지만, 국가 또는 세계가 인정한 유산으로 지정될 때 그 보전 가능성은 높아질 것이다. 유산 지정을 통해 어업인과 지역민들의 자긍심이 높아지고 상품으로서의 가치 또한 높아지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국가중요어업유산이 더 많이 지정되고 세계유산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유산 지정에만 관심을 가질 것이 아니라 지정 후 보전과 활용을 위한 투자와 거버넌스의 구축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현재 어업, 소금생산업, 양식업에 한정된 어업유산자원의 범위를 전통적인 가공업으로 확대해 다양한 유산들을 발굴하고 보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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