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룡 시인의 ‘어느 날 걸망을 메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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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룡 시인의 ‘어느 날 걸망을 메고’
  • 이승룡
  • 승인 2023.05.30 0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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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걸망을 메고

살면서 가끔은
일상의 껍데기 벗어놓고
어디론가 훌쩍 떠나볼 일이다

흙 내음 풀 내음 들꽃 내음 속
인생사 근심 다 접어놓고
마냥 짙푸른 숲길 걸어볼 일이다

발길이 데려간 곳으로
혼자서라도 좋다
때론 소중한 인연과 함께라도 좋다

부질없는 세상사
하염없이 눈물 쏟아질 때면
그저 고요한 산사 한번 찾아볼 일이다

담쟁이 어우러진 물푸레나무 아래서
향 짙은 솔잎차 한잔 마셔도 좋다
잠시 머무른 바람과 얘기 나눠도 좋다

새소리 물소리 풀벌레 소리
서로 어우러져 하나인 이들에게
그리 살아가는 법을 배워볼 일이다

살면서 가끔은
삶의 언저리를 채워가는 몸부림
이제 후회 없이 거기에 빠져볼 일이다


「순천 조계산 선암사에서」

 

시인 이승룡

·제주 출생
·제주대학교 행정학과 졸업
·2018년 계간 <서울문학> 시 부문 ‘신인상’으로 등단
·전 수협중앙회 준법감시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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