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룡 시인의 ‘어느 날 걸망을 메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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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룡 시인의 ‘어느 날 걸망을 메고’
  • 이승룡
  • 승인 2023.05.22 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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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2

선인들이 걸었던 성지(聖地)
한라산 지계(持戒)의 길 따라
말없이 석굴을 지키는
자그마한 암자 한 칸

굴속 깊이 하나둘
가지런히 줄지어 선 하얀 마음
바람에 흔들릴까
누가 지켜 서지 않아도
하염없이 제 몸 불사르고

가슴 깊은 곳까지
나란히 늘어선 노오란 눈망울
처음처럼 그 마음 변할까
낮이나 밤이나
쉴 새 없이 어둠 밀쳐내누나

누구를 향한 간절함이요
누구를 위한 몸부림인가

촛불 하나 부둥켜안고
선인들이 걸었던 그 길 따라
나도 마냥 걷고 싶다


「제주 한라산 구암굴사에서」

 

시인 이승룡

·제주 출생
·제주대학교 행정학과 졸업
·2018년 계간 <서울문학> 시 부문 ‘신인상’으로 등단
·전 수협중앙회 준법감시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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