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2
선인들이 걸었던 성지(聖地)
한라산 지계(持戒)의 길 따라
말없이 석굴을 지키는
자그마한 암자 한 칸
굴속 깊이 하나둘
가지런히 줄지어 선 하얀 마음
바람에 흔들릴까
누가 지켜 서지 않아도
하염없이 제 몸 불사르고
가슴 깊은 곳까지
나란히 늘어선 노오란 눈망울
처음처럼 그 마음 변할까
낮이나 밤이나
쉴 새 없이 어둠 밀쳐내누나
누구를 향한 간절함이요
누구를 위한 몸부림인가
촛불 하나 부둥켜안고
선인들이 걸었던 그 길 따라
나도 마냥 걷고 싶다
「제주 한라산 구암굴사에서」
시인 이승룡
·제주 출생
·제주대학교 행정학과 졸업
·2018년 계간 <서울문학> 시 부문 ‘신인상’으로 등단
·전 수협중앙회 준법감시실장
저작권자 © 한국수산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