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산물은 왜 학교급식에서 배제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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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산물은 왜 학교급식에서 배제될까
  • 한국수산경제
  • 승인 2023.05.15 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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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 광주전남연구원 지역공동체연구실 책임연구위원
김준 광주전남연구원 지역공동체연구실 책임연구위원

농수산물에서 생산보다 중요한 것이 유통이다. 심지어 소비가 생산을 결정한다고 말한다. 이렇게 소비가 생산에 큰 영향을 미치기에 ‘슬로푸드운동’에서는 소비자를 ‘공동생산자’라고 정의한다. 슬로푸드가 강조하는 ‘좋은(Good), 깨끗한(Clean), 공정한(Fair)’ 먹을거리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생산자만 아니라 소비자의 역할이 그만큼 크다. 

최근 공산품은 물론 농산품도 유통과 소비의 주체에 따라 생산물의 모양과 형태가 달라지고 있다. 한 조사에서는 수산물은 ‘먹기 불편하고’, ‘비린내가 나서’ 기피한다고 했다. 물론 수산물은 농산물에 비해 이러한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몇 년 전 서울시 먹거리 정책에 참여하는 분들을 만났다. 그분은 요즘 젊은 학부모들은 학교급식에서 수산물을 빼달라는 말을 많이 한다고 했다. 역시 아이들이 먹다 가시에 걸릴까 걱정이고, 비린내를 싫어한다는 것이다. 아이들 생각이 아니라 아이를 위한다는 학부모 생각이다. 그런데 정말 아이를 위하는 일일까.

서울시의 학교급식 식재료 계약현황을 보면(2022년 9월 기준), 공산품이 41%로 가장 높고 이어 농산물 22%, 축산 19%, 기타 10%, 수산물은 8%에 불과하다. 원물 식재료보다는 식품회사의 공산품을 구매하는 것이 대부분이며, 양질의 단백질 공급원인 수산물은 외면받고 있다. 심각한 것은 10년 전에 비해 공산품은 8%포인트 증가하고, 수산물은 9%포인트나 줄었다는 것이다(푸드투데이, 2202.10.31). 결론적으로 학교급식이 급속하게 패스트푸드화되고 있다는 증거다. 

우리 수산물이 아이들 입맛에서 멀어질 때 우리 어촌과 어업의 미래는 암울할 수밖에 없다. 소비되지 않는 수산물은 어업은 물론 어촌의 지속도 위협한다. 어업이 없는 어촌은 개발하기 좋은 부동산으로 전락할 우려도 있다.

너무 많이 나간 것은 아닌지 모르겠지만 학교급식에서 수산물이 배제되는 것은 단순하게 급식이나 어업만의 문제가 아니다. 어촌문화의 붕괴로 이어진다. 청년이 돌아오는 어촌이나 어업은 밥상머리에서 시작돼야 한다. 특히 수도권의 학교급식에서 시작돼야 한다. 

얼마 전 일본 규슈의 북쪽 작은 섬을 방문해 확인한 것이 있다. 그 섬은 아마(해녀)들이 채취한 자연산 미역과 톳 등 해조류를 지역학교에 공급하고 있다. 놀라운 것은 지역 교육청에서 공무원들이 섬을 방문해 해조류를 급식재료로 납품해달라는 요청을 했다는 점이다.

섬 주민 8명은 안정적인 공급처가 만들어지자 조합을 만들었다. 그리고 10여 명의 아마들이 채취한 자연산 미역을 염장해 학교급식으로 공급하고 있다. 그 일이 무려 10여 년 동안 지속되고 있다. 가공공장과 설비시설도 갖췄다. 채취는 아마가, 포장은 섬의 고령의 어머니들이 맡으면서 자연스럽게 일자리도 만들어졌다. 이 일은 계절어업이기에 시즌이 지나면 다른 생산활동을 할 수 있다.

이 조합이 얻는 순소득은 우리 돈으로 1억 원 수준이다. 이 소득으로는 조합을 운영해야 할 명분을 찾기 어렵지만, 대신에 어촌 커뮤니티가 지속되는 효과를 얻고 있다. 그리고 조합원들은 행복해한다. 또 문어, 소라, 낙지 등 신선한 해산물을 밀키트로 만들어 공급하는 주민도 있다. 

최근 수산물은 ‘블루푸드(Blue Food)’로 미국과 유럽에서는 ‘건강한 식단(healthy diet)’ 구성에 포함시키고 있다. 블루푸드는 동물성 단백질원에 비해 영양학 가치뿐만 아니라 낮은 온실가스 배출과 환경파괴 최소화 등 미래 세대와 미래 인류의 ‘지속 가능한 식생활’로 주목을 받고 있다. 

하지만 우리 수산물의 유통과 공급은 소비자가 중시하는 식품구매요건인 신선도, 안전성, 맛, 가격 측면에 부합하지 못하고 있다. 단순하게 ‘어식백세’로 수산물 소비를 권하는 것으로 접근해야 할 부분이 아니다. 좀 더 적극적으로 소비자의 구매요건에 맞는 유통과 공급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또 소비자의 건강뿐만 아니라 어촌의 지속성과 지구의 미래까지 고려하는 사회적 가치의 실현을 학교급식의 밥상머리에서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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