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오염수 방류와 소비 감소 겹쳐 생산 현장 붕괴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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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오염수 방류와 소비 감소 겹쳐 생산 현장 붕괴 위기
  • 탁희업 기자
  • 승인 2023.04.24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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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게 주생산지인 경남 통영, 거제지역은 2월에서 6월에 제철을 맞지만 출하량은 예년대비 40%가량 줄었다. 최근 일본산 멍게 수입 여부가 뜨거운 논쟁으로 번지면서 소비자들이 구매를 꺼리기 때문이다.

일본 원전 오염수 해상 방류가 시작되기도 전이지만 소비자들의 반응은 벌써 차가워졌다. 일본에서 수입된 수산물에 대한 거부감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일본 원전 오염수 방류 결정이 멍게뿐만 아니라 가리비와 전복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전남 해남지역 전복양식업계는 현재 가격으로는 채산성이 없어 많은 양식어가가 파산할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4월 중순 현재 kg당 양식장 출하 가격은 6∼9마리 대(大) 크기가 3만2000원, 10마리가 2만8000원 수준으로 파악되고 있다. 사상 유례없는 낮은 수준이지만 유통상인들은 수익성이 없는 10마리 이상 크기는 쳐다보지도 않는다.

이 때문에 양식장 적체 물량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가격 하락에 출하도 큰 폭으로 줄어들고 있다. 최근 생산량이 증가된 가리비도 수입산 물량까지 늘어나면서 가격이 큰폭으로 하락했다.

올해 들어 수산물 소비 감소는 여러 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직접적인 영향이라고는 정확하게 말하지 못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일본의 원전 오염수 해상 방류 결정과 연결되고 있다. 멍게와 전복 양식장에서 위험 신호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여기에 일본 원전 오염수 방류가 현실화된다면 생산 현장이 삽시간에 붕괴될 수도 있다.

일본은 원전 오염수 해상 방류를 결정한 이후 방류 시점을 봄∼여름으로 발표했다. 언제인지는 확정되지 않았지만 방류 시기가 다가올수록 소비자들의 관심은 수산물의 안전에 쏠리게 된다. 

이 같은 생산 현장의 붕괴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음에도 정부 정책은 생산자와 소비자들 모두에게서 멀어지는 듯한 느낌이다.

최근 생산자단체인 수산업경영인들을 대상으로 한 간담회에서 송상근 해양수산부 차관은 과학적으로 우리 수산물이 안전하다는 것을 입증해 홍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소비가 줄어들지 않도록 비축 예산도 늘려 확보해놓은 상태로 이에 대한 관심을 갖고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여기에 연근해어업 구조개혁과 더불어 양식업도 개혁을 통해 수산업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되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현장과 한참 괴리된 이러한 정부 정책으로 피해는 고스란히 어업인들에게 전해지고 있다. 소비가 급격히 줄어들고 현장 출하도 감소했는데, 정부는 수입수산물에 대한 안전성 검사, 원산지 증명, 유통이력관리 등 그동안 실시해온 정책만을 확대 또는 강화하겠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는 것이다. 소비 감소의 원인 규명이나 회복방안이 먼저 나와야 하지만 딴소리만 나오니 현장의 한숨이 더욱 깊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일본 원전 오염수가 방류되지도 않았는데 생산 현장이 붕괴 직전으로 내몰리고 있는 원인을 먼저 찾아야 한다. 해양수산부의 지금 정책은 언제 목숨이 끊어질지 모르는 중환자에게 안전한 약이 준비될 수 있게 하겠다는 처방을 내미는 것과 같다. 위험에 처한 환자를 소생시킬 수 있는 처방전을 만들고 이 처방전에 따라 조치를 취해야 한다. 국민들과 소비자들이 외면하는데 안전한 수산물이라고 홍보한들 효과가 미미할 것이다.

국민들이 수산물을 스스로 찾을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생산자들은 물론 유통인, 소비자들이 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 귀를 기울여야 한다. 대형마트나 백화점을 통한 특별전, 할인전 등의 행사로는 소비자들의 발길을 돌려세울 수 없다. 생산자들의 요구사항이 적합한지를 파악하려면 직접 현장을 둘러봐야 한다.

수산물 소비 안정과 확대는 생산자들의 책임이 크다. 적정 규모의 생산량을 유지하면서 시장이 원하는 제품을 생산해내는 것이 중요하다. 유통에 의한 불만과 피해도 있지만 생산자 스스로 경쟁에서 살아남는 방법을 세워야 한다. 정책 당국자들도 위기감을 느껴야 한다. 책상머리에서 나온 대책이 효과가 없고 한계에 직면했다는 것도 인지해야 한다. 먹거리 안전에 대한 정책 방향보다 소비 확대에 대한 실질적인 정책이 필요한 때다.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시점은 점점 다가오고 있다. 우리 정부도 일본의 이러한 행위를 막을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다. ‘국내 수산물은 문제가 없다’, ‘일본 수입수산물에 대한 검사 강화와 안전 관리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는 정도로는 소비자들의 외면을 막지 못한다. 붕괴 직전으로 내몰리고 있는 생산 현장을 회생시킬 수 있는 응급조치라도 취해야 한다. 원전 오염수 해상 방류가 시작되면 끔찍한 일이 현실화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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