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정책은 정확한 통계에서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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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정책은 정확한 통계에서 시작한다
  • 한국수산경제
  • 승인 2023.04.24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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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성우 한국수산자원공단 어선어업진흥실장 
구성우 한국수산자원공단 어선어업진흥실장 

통계(統計, statistics)는 어떤 현상을 종합적으로 한눈에 알아보기 쉽게 숫자로 나타내는 것으로 연구자의 연구 활동에서부터 정부의 정책 수립 등에 광범위하게 활용되는 기초자료이다. 
우리 수산업에서 다뤄지는 통계 중 어업생산동향조사는 연근해, 해면양식, 내수면, 원양에서 생산(어획)되는 수산물의 생산량과 생산금액을 매월 조사·공표하는 것으로 수산정책의 수립과 어업활동에 있어 근간이 되는 조사 통계이다. 이 중 연근해어업 생산량은 근해·연안·구획·정치망어업, 어촌계의 어업생산량(kg, 톤)과 생산금액(원)을 조사하는 것으로 어업정책 수립의 알파이자 오메가와 같은 자료이다. 

1상자, 1망, 1대야, 1마리는 얼마라는 걸까?

연근해어업 생산 통계는 통계청에서 수협위판장 및 공동어시장 등을 통한 계통판매 현황(전수조사)과 유통업자 등에 직접 판매한 비계통판매 현황(표본조사)을 조사해 공표하고 있다.
그렇다면 여기에서 첫 번째 질문. 소위 사매매라고 불리는 비계통판매에 대한 조사 결과에 대해 우리는 과연 얼마나 신뢰할 수 있을까? 3만7000척에 달하는 연안어선들은 상당수가 어획물을 사매매를 통해 판매하고 있고 이들의 생산량에 대해서 표본을 뽑아 조사하고 있는데, 과연 그 값들이 실제 어획생산량과 얼마나 유사할까? 그리고 두 번째 질문. 수협위판장 또는 공동어시장에서 거래되는 어획물의 양을 조사한 계통판매 현황은 그 조사값이 얼마나 정확할까? 앞서 어업생산량의 단위는 kg 또는 톤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오늘 전국 위판장에서 거래된 어획물은 몇 톤이나 될까? 대형선망 7선단이 부산공동어시장에 고등어, 전갱이 등 7만 상자를 위판했다고 한다. 그래서 몇 톤이라는 걸까? 아마도 1260톤으로 생산량이 보고될 것이다. 이는 상자당 18kg으로 공동어시장에서 시스템으로 정해놓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1260톤으로 실제로 측정한 것이 아니라 7만 상자가 위판됐으니 1260톤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실제 고등어 1상자가 18kg이 아니라면 어떻게 될까? 실제 수산자원조사원과 함께 수년에 걸쳐 조사한 고등어 1상자당 무게는 22~25kg에 달했다. 여기에 얼음무게(1~2kg)를 뺀다 하더라도 1상자당 실측무게와 2~5kg의 차이가 있는 것이다. 비단 공동어시장뿐만 아니라 전국의 많은 수협위판장에서 지금 현재도 어획량을 상자, 망, 대야, 마리 등의 단위로 기록하고 있다.  

현상 파악 정확해야 개선대책도 정교

지난 2월 통계청은 2022년 연근해어업 생산량이 88만7000톤으로 전년(94만3000톤) 대비 5만6000톤(5.9%), 최근 5년(94만5000톤) 대비 5만8000톤(6.2%)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이 통계에 대해 전문가들과 언론에서는 어업생산량 감소의 이유로 자원량의 감소, 중국 어선의 불법조업부터 과도한 정부의 규제에 이르기까지 각자의 입장에서 그 이유를 말하고 있다. 필요한 사항이다. 그러나 어업생산량 88만 톤이라는 그 양이 정확한지에 대해서는 우리는 질문하지 않는다. 88만 톤 외에 생산됐지만 카운팅되지 않는 어획물은 없는지 현실을 있는 그대로 정확하게 파악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첫째 어업인에게 부과된 어획량 보고 의무를 전담기관에서 꼼꼼히 챙겨보아야 한다. 둘째 위판장에서 사용되는 어획량의 도량을 모두 중량 단위로 변경해 실측해야 한다. 셋째 사매매를 통한 어획물의 유통에 대한 실태조사와 표본조사 강화를 통해 비계통판매량에 대한 신뢰도를 높여야 한다. 우리 어업의 생산 현황을 정확하게 파악해야 현상에 대한 문제점을 찾아내고 정교한 개선대책을 마련할 수 있다.  
좋은 어업정책은 정확한 어업통계에서 시작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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