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강에도 지금, 봄이 익고 있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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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강에도 지금, 봄이 익고 있겠네
  • 한국수산경제
  • 승인 2023.04.24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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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정선군 덕천리 소사마을. 동강을 사이에 두고 다리 하나를 건너면 연포마을이다. 병풍처럼 둘러쳐진 기암절벽 아래 주민들은 옹기종기 모여 산다. 거대한 뼝대(바위로 된 높고 큰 낭떠러지) 아래로 물안개 헤치고 동강이 유유히 흐르는 풍경 앞에서 ‘우리나라에 이렇게 아름다운 곳이 있었나?’ 감탄이 절로 나온다.

물레재 넘어 펼쳐진 동강

여행길의 시작점은 인적 뜸하고 소박한 예미역이 적당하다. 무인역으로 운영되는 예미역은 청량리역을 출발한 무궁화호 열차가 하루 다섯 번 정차한다. 

예미교차로에서 유문동·동강 방면으로 직진하면 산비탈에 너른 밭이 펼쳐진 유문동이 나온다. 몇 가구가 드문드문 모여 있고, 슬레이트 지붕 위 굴뚝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는 풍경이 영락없는 오지 마을 같다. 정자가 있는 곳에 ‘동강 가는 길’ 이정표가 발걸음을 재촉한다.

유문동에서 구불구불 이어진 고성리재를 오르는데, 터널이 있다. 고성터널은 1985년 고성리재 아래로 수도관을 묻으며 생긴 도수 터널(물이 일정한 방향으로 흐르도록 산을 뚫어 만든 길)이다. 내부는 차 한 대가 간신히 지날 만큼 좁고 어둡지만 지름길이라 주민들이 이용한다. 

길을 잇다 보면 구불구불 물레재로 오르는 도로가 보이고, 그 옆에 동강 일대 최고봉 백운산이 장수처럼 버티고 섰다. 물레재 정상에는 솔숲이 우거지고, 서낭당이 자리한다. 물레재는 옛날 고갯마루에 실을 뽑는 물레가 걸려 있었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연포마을과 소사마을 사람들이 장에 가려면 물레재를 넘어야 했다. 도로가 없을 때는 걸어서 험한 고개를 넘었다. 

연포분교는 캠핑장을 꾸미면서 많이 변했지만, 학교 건물은 옛 모습 그대로다. 오지 캠핑 장소로 마니아 사이에 인기다. 연포분교는 영화 ‘선생 김봉두’ 촬영장으로도 유명하다. 옛 분교의 아름다운 모습이 영화에 오롯이 남았다. 연포분교 캠핑장 마당에서 뼝대 세 봉우리가 잘 보인다. 주민들은 칼봉, 둥근봉, 큰봉이라 불렀다. 연포마을에는 달이 세 번 뜬다는 말이 있다. 달이 세 봉우리에 가렸다가 나타나기를 반복하기 때문이다. 

동강 주변에 펼쳐진 명소

연포마을에서 나와 동강 주변의 명소를 둘러보자. 다시 물레재를 넘어 원덕천마을 입구 삼거리에서 왼쪽 도로를 따르면 제장마을 입구다. 마을로 건너가는 다리 아래로 시원하게 흐르는 동강과 백운산이 어우러진 모습이 장관이다.

고성리에는 걸출한 전망대가 두 개 있다. 정선고성리산성(강원기념물)과 동강전망자연휴양림이다. 해발 425m 능선을 따라 돌로 쌓은 산성은 삼국시대 성으로 추정된다. 주차장에서 출발해 산성을 한 바퀴 도는 데 넉넉히 한 시간쯤 걸리다. 동강과 주변 산세를 감상하면서 느긋하게 산책하기 좋다.

동강전망자연휴양림은 당당하게 ‘전망’이란 이름을 사용한다. 그만큼 동강 조망이 탁 트인 곳에 들어섰다. 이름은 휴양림이지만, 숙소가 없는 캠핑장이다. 휴양림에서 가장 돋보이는 장소가 전망대다. 널찍한 전망대에 서면 백운산 아래 흐르는 동강 풍경이 압도한다. 명당으로 알려진 1·2번 데크에는 평일인데도 사람들이 텐트를 치고 있다. 휴양림은 전기 시설을 갖춰 사계절 캠핑이 가능하다. 캠핑하지 않더라도 휴양림에 자리한 카페의 커다란 유리창으로 동강을 볼 수 있다.

휴양림에서 내려오면 가수리까지 동강을 끼고 달린다. 야트막한 언덕에 나리소전망대가 있다. 동강이 백운산 아래로 흐르다가 작은 소에 에메랄드빛으로 담겨 백사장과 어우러진 모습이 일품이다. 

다시 동강을 끼고 한동안 달리면 가탄마을을 거쳐 가수리에 닿는다. 예미초등학교 앞 언덕에는 수령 570년이 넘은 느티나무가 우뚝 섰다. 느티나무 아래 평상은 주민들의 사랑방이다. 평상에 앉아 평화로운 동강을 바라보며 여행을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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