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근해어업 선진화’ 토론회, 비공개로 해야 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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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근해어업 선진화’ 토론회, 비공개로 해야 했나?
  • 탁희업 기자
  • 승인 2023.04.17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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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5년 만의 대변혁, 5년간의 담대한 도전’이라는 부제를 달고 추진하고 있는 해양수산부의 ‘연근해어업 선진화 추진전략’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규제 폭탄이 쏟아지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마저 나오고 있다.

해양수산부가 지난 12일 부산에서 개최한 ‘연근해어업 선진화 및 규제혁신 정책토론회’에는 조승환 해양수산부 장관이 직접 주재하고, 수산 분야 단체장, 관련 공공기관장, 학계 등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이 자리는 현행 제도의 한계를 직시하고 원점(제로 베이스)에서 제도를 재설계하겠다는 계획으로 장관이 직접 회의를 주재하며 해양수산부가 준비한 연근해어업 선진화방안에 대해 참석자들과 격의 없이 논의하는 자리였다. 일방적인 계획 발표가 아닌 수산업계 전체와 향후 추진 방향에 대해 의견을 주고받기 위해 해양수산부가 마련한 자리이기도 했다.

한데 장관의 인사말이 끝난 후 회의는 비공개로 진행됐다. 115년 만의 대변혁을 추진한다면서 문을 걸어 잠그고 밀실 논의에 들어간 것이다. 작년 10월부터 12월까지 운영된 ‘수산자원 정책혁신 현장발굴단’ 권고안의 정책 반영 계획에 이어 해양수산부가 마련한 연근해어업 선진화 추진전략과 어업 규제혁신 방안에 대한 발표를 굳이 비공개로 한 이유가 궁금해진다.

오는 5월경 정부 차원의 규제혁신 전략회의를 통해 대외 발표를 준비하고 있어, 최종 단계의 계획이 아니기 때문에 사전 자료 유출을 방지하려는 뜻은 이해할 수 있다. ITQ 등 민감한 부분에 대한 세부 계획과 조직, 예산 확보방안 등 후속 조치가 필요한 것도 이해할 수 있다. 확정되지 않은 단계의 내용이 알려질 경우에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함인 것도 받아들일 수 있다.

하지만 5년간의 담대한 도전에 나서려면 폭넓은 의견 수렴과 보완이 필요하다. 부실한 계획을 만들지 않기 위해 시간에 구애받지 않아야 한다. 특히 현장의 의견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설계 단계에서부터 방향 설정이 잘못된다면 5년간 허송세월을 보내야 한다.

조승환 장관은 취임 당시부터 연근해어업의 혁신을 선언하고 사상 처음으로 민관으로 구성된 정책혁신 발굴단을 운영했다. 현장에서 쏟아진 제도 개선과 규제 개혁 요구는 연근해어업 전반에 대한 불만으로 가득했다. 제도 개선이나 보완으로는 선진화가 어렵다는 판단이 들 정도였다.

해양수산부는 이번 규제혁신 방안을 마련하면서 기존의 어업관리정책은 한정된 수산자원을 보호하기 위한 투입규제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어업인들이 조업에 불편을 겪어왔기 때문에, 현행 관리방식의 비효율성을 극복하는 근본적인 어업관리제도의 혁신을 추진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더더욱 계획안을 만천하에 공개하는 것이 옳다. 비효율적인 관리방식을 혁신하려면 어업인들의 의견을 먼저 들어야 한다. 계획단계이기 때문에 수정과 보완이 훨씬 쉽다. 비공개의 숨은 이유가 의심되는 부분이다.

참석자들에게만 제공됐다 회수된 자료에 따르면 ‘연근해어업 관리제도 선진화’ 방안의 주요 골자는 2027년까지 총허용어획량(TAC) 제도 적용 대상을 연근해 모든 어선으로 확대하고 어획증명서가 있는 수산물만을 유통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또 TAC 등 관계 법령에서 정한 제도를 준수해 어획된 수산물에만 어획증명서를 발급하고, 증명서가 있는 수산물만 유통되도록 해 불법어업 수산물의 어획·유통을 철저히 차단한다는 것이다.

15개 어종, 17개 업종이 참여하는 TAC 제도는 낮은 실효성과 신뢰도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돼왔다. 근해업종 위주의 참여로 자원관리 효과가 반감되고 참여어업인 역차별이라는 지적도 많았다. 이러한 부정적인 평가에도 불구하고 5년 내에 전체 어선에 대해 TAC를 확대한다는 것이다. 당연히 구체적인 내용이 없는 속빈 강정이라는 비판이 이날 토론회에서 제기됐다. TAC가 만능이라는 개념은 위험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어획증명서 발급을 어떻게 할 것이며, 불법어업(IUU) 등으로 어획된 수산물의 수입을 어떻게 구별해낼 것이냐도 관건이다.

해양수산부가 파악하고 있는 것과 같이 수산업계는 기후변화, 자원 남획 등에 따른 어업생산량 감소, 유류비 등 경비 증가, 어선 인력 부족 등으로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이 때문에 장관이 직접 나서 추진하고 있는 연근해어업 선진화가 성공되길 바란다.

하지만 어업정책 혁신의 새로운 전환점이 되기를 바란다는 장관의 말이 무색하게 토론회를 비공개로 진행한 것은 당사자인 어업인들의 반발과 반대를 고려한 것은 아닐까 의심된다. 정책을 일시에 바꾸기는 어렵고 해당 어업인이 참여하는 정책만이 성공할 수 있다는 토론회 참석자의 지적을 다시 한번 명심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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