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원전 오염수 방류에 따른 수산업계 피해대책 특별법 마련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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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원전 오염수 방류에 따른 수산업계 피해대책 특별법 마련해야
  • 탁희업 기자
  • 승인 2023.04.10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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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예고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상 방류 시기가 다가오면서 수산물과 수산업계가 뜨거운 정쟁의 한가운데에 서 있다. ‘후쿠시마산 수산물이 국내로 들어올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는 대통령실과 외교부의 거듭된 해명에도 불구하고 논란은 더욱 격해지고 있다.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 반대 및 대일 굴욕외교 규탄대회에 이어 주한 일본대사관을 찾아 우려를 전달한 반면 여당인 국민의힘은 거짓 선동 정치를 하고 있다고 밝히는 등 정치권에서도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주무부처인 해양수산부의 소극적인 대응이 도마에 오르고 있기도 하다. 원전 오염수 방류가 현실화될 경우 수산물 소비 위축 등 수산업과 관련 산업의 피해가 심각할 것이라는 분석과 주장이 제기됨에도 불구하고 해양수산부는 수산물의 안전성과 국민의 건강을 지키는 데 주력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바다 관련 산업을 지키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해양수산부가 뒷짐을 지고 있는 듯 비치고 있는 것이다.

해양수산부는 올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대응을 위해 3693억 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하지만 수산물 비축, 민간 수매 지원, 판로 확보, 소비 활성화 등 소비 감소를 대비한 예산은 2904억 원에 불과하다. 이 정도 예산은 적극적인 홍보에 나설 경우 겨우 한두 달 정도 견딜 수 있는 수준으로 평가되고 있다. 광우병 파동으로 불거진 소비 격감이 8개월 이상 지속된 것을 감안하면 시늉만 낼 정도에 불과하다.

당초 일본 정부가 예고했던 해상 방류 시점은 봄∼여름이다. 길게 봐도 4개월 남짓이면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게 된다. 원전 오염수가 바다에 방류되는 순간 수산물 소비는 급격하게 줄어들고 수산업계는 심각한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 인력난, 고령화로 갈수록 위축되고 있는 수산업과 어촌사회가 존폐의 기로에 놓일 수도 있다.

지금이라도 해양수산부가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야 한다. 해양수산부는 일본 원전 오염수 방류가 가시화되는 최근 정책에 변화를 보였다. 방류 절대 반대에서 수산물 소비 감소 방지와 이를 위한 대국민 홍보, 수입되는 일본 수산물에 대한 검사·검역 강화로 돌아선 것이다.

우선 수산업 생산뿐만 아니라 유통, 가공 등 수산업과 관련 산업 전반에 대한 피해 규모를 파악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올해 정부의 대책 예산 규모는 실효성 측면에서 미흡하고 아쉬운 부분이 많다고 지적되고 있다. 이미 지난해 8월 방류 설비공사에 착수하면서부터 원전 오염수 방류가 예고됐음에도 설마 실행되겠냐는 안일함이 작용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수산 분야의 피해 규모조차 정확히 산정하지 못했던 것도 해양수산부의 실책이라고 지적된다. 예상되는 피해 규모나 대상을 정확히 파악했다면 정부의 예산 확보도 용이했을 것이다. 이미 한미 FTA 협상 당시 소고기가 최대 현안으로 떠올라 수산 분야는 뒷전으로 밀려 피해 규모는 물론 지원대책에서도 소외됐다. 본격적인 피해 지원대책이 실시됨에 따라 일부 피해 지원이 가능했을 정도다.

수입 수산물 중 가리비와 멍게는 대부분 일본산이다, 국내 시장 점유율도 무시 못 할 정도다. 하지만 원산지 증명이나 생산이력제는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 참돔 등 일본산 수입 활어 역시 검사나 검역 문제가 지적되고 있다. 일본산 수입수산물에 대해 전수검사를 실시할 수 있도록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 수출 전 단계에서 방사능 등의 유해물질이 검출되지 않았다는 일본 정부의 증명서 첨부를 의무화하고 국내에서 다시 검사와 검역을 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또한 품목별, 어업별, 생산단체별로 의견 수렴에 나서 피해 규모를 조사하고 대응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일회성 판촉활동이나 지원은 수산업과 어촌사회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피해 규모 산정과 이에 따른 대책 마련을 위해서는 특별법 제정도 적극 추진해야 한다.
최근 국회 입법조사처에서는 특별법 제정이 필요하다는 보고서를 내놨다. 이 보고서는 수산업 생산뿐만 아니라 유통과 가공 등 수산업 전 분야에 대한 피해대책을 위해서는 별도의 특별법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우리 정부는 일본 측에 방사능 오염수 해양 방류와 관련된 자료의 투명한 공개와 협의체계 구축 등 검증 강화를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세계적인 이목이 쏠린 원전 오염수의 해양 방류를 강행할 수밖에 없는 일본이 우리 요구를 순순히 들어줄 리 만무하다.

이 때문에 피해 규모 파악과 대책 마련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현재 추진 중인 정책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수용해 정책의 실효성을 높이는 한편 수산업과 어촌사회의 미래를 담보할 수 있는 특별법 제정도 신속하게 추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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