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양식산업발전법 개정안 시행에 즈음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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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양식산업발전법 개정안 시행에 즈음하여
  • 한국수산경제
  • 승인 2023.04.10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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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순택 (전)한국어촌어항공단 귀어귀촌종합센터 전문위원 
홍순택 (전)한국어촌어항공단 귀어귀촌종합센터 전문위원 

기존에 청년, 귀어업인 등 신규인력이 양식업 창업을 통해 어촌사회로 진입하는 데에는 단기간에 어촌공동체와의 유대 형성이 어렵고, 창업 시 수억 원에 달하는 비용이 소요된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었다.

이에 해양수산부에서 공공기관이 양식장을 확보해 신규인력에게 우선해 다시 임대할 수 있도록 양식산업발전법을 개정(2023년 6월 28일 시행)했고, 후속 조치로 임대차 절차와 방법 등을 구체적으로 정하는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일부 개정했다(2023년 1월 12일 시행).

이는 어촌지역 활성화대책과 함께 제1차 후계·청년어업인 육성기본계획(2023~2027년)을 실행함에 있어 정책을 집행하거나 지원하는 이들은 물론 양식업 창업을 꿈꾸는 청년, 귀어업인에게 구체적인 지원방법과 행정절차가 마련됐다는 점에서 기대가 크다. 

양식산업발전법 개정시행령을 보면 양식업권의 임대차 목적을 신규인력 진입 확대 등으로 정하고, 신규인력(‘귀농어귀촌법’ 제2조 제3호의 귀어업인, ‘후계청년농어업인법’ 제2조 제1호의 후계어업인, 같은 법 제2조 제2호의 청년어업인)에게 양식업권을 우선해 임대하도록 했다. 

후계·청년어업인의 양식 창업을 지원하기 위해 법을 개정하고, 수산업경영인 육성자금의 지원규모를 확대하고 지원조건을 개선하는 행정정책만으로 양식 창업의 성공과 안정적인 어촌 정착을 보장할 수 있을까?

양식 창업의 성공은 첫째, 수요시장의 불확실성을 배제할 수 있느냐의 문제일 것이다. 1차산업에서 사업타당성 평가를 어렵게 하는 가장 큰 요소는 생산 환경과 시장 수요의 변화에 따라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이  자주 발생함으로써 유통구조가 왜곡되고 시장가격이 불규칙하게 변동되고 있는 점이다. 양식수산물의 연도별, 월별 생산량과 출하가격 통계정보를 보면 계절별 생산량이나 출하량의 변동으로 출하가격의 변화 폭이 크고 장기적일 수밖에 없다. 

최근에는 식품안전성 문제(세균 감염, 중금속 축적, 항생제 잔류, 기생충 등)까지 대중매체에 수시로 노출되면서 수산물에 대한 소비자의 선호도와 인식이 바뀌고 있다. 따라서 소비자의 인식변화에 따른 수요시장의 변화도 양식방법과 양식대상종 선택에 중요한 고려사항이 돼야 한다.

둘째는 위생적으로 안전한 제품을 지속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는 경영환경과 인적 능력을 갖추고 있거나 갖출 수 있느냐의 문제이다.

셋째는 타 업종에 비해 생산기간이 길면서 다양한 불확실성을 배제하기 위한 인프라 투자가 상대적으로 크고, 이에 따라 창업 초기 투자비용과 간접생산비(자본제비용, 감가상각비)가 증가돼 창업 후 손익분기점까지 도달하는 기간이 길어진다는 문제점이 있다. 간접생산비 증가에 의한 생산원가 상승요인을 최소화하면서도 지속 가능한 상품생산의 안전성과 안정성을 보증할 수 있어야 한다.

넷째는 코로나19 발생 전후 소비시장의 변화와 수산식품 소비패턴의 변화(가정간편식 수산식품의 급속한 증가 등)에 대응하기 위해 식품안전성이 검증된 제품군을 시장이 요구하는 적기에 공급하기 위한 인프라 설비는 물론 효율적인 판매조직과 유통구조를 구축할 수 있느냐의 문제이다.

이상과 같은 고려사항을 충족시키기 위해 부담스러운 창업투자를 하고도 이후 얼마나 빠른 기간 내에 손익분기점에 도달할 수 있겠느냐가 결국 창업계획의 사업타당성을 결정하는 우선적인 요소이면서 가장 어려운 과제가 아닐까? 하지만 상기의 1차산업이 가지는 불확실성을 배제할 준비가 돼 있고, 독점적이거나 비교 우위의 경쟁력(제품력, 원가경쟁력, 영업능력)을 가지고 시장 지향적 경영전략이 있다면 생산자 중심의 시장가격을 선도할 수 있다는 1차산업의 강점이 창업 성공의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흔하게 ‘위기는 곧 기회다’라는 말이 있다. 1차산업의 단점으로 위기 상황에서의 경쟁력은 안정적인 매출과 타 업종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영업이익률의 창출은 물론 경쟁력이 낮은 경쟁자가 도태될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양식 창업의 성공은 안정적, 지속적으로 매출과 영업이익을 확대하면서 6차산업화를 통한 비즈니스 모델의 개발과 함께 수익을 창출하는 차별화된 고객 지향의 경영전략을 실현해 사업을 확장하면서 어촌사회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면 임대양식장을 확보해서 신규인력에게 우선해 재임대하는 공공기관이 청년, 귀어업인의 성공적인 창업을 위해 좀 더 구체적이고 적극적인 지원을 위해 고려해야 할 사항은 무엇일까?

성공적인 양식을 위해서는 양식대상종과 양식방법에 따라 최선의 환경조건을 찾아 최소의 비용으로 시설과 관련 인프라 시설·설비를 갖춰 단위기간당, 단위시설면적당, 단위시설비당, 최대의 생산량(매출액)을 지속적으로 올려야 한다. 이를 위한 적지로서의 환경 요구조건과 시설·설비 투자비용 사이에서 합리적인 접점을 찾아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최적의 적지를 확보한다는 것은 시설·설비 투자비용뿐 아니라 직접생산비를 절감할 수 있어 지속적인 생산원가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중요한 창업 성공 요소이다. 무조건 재임대를 위한 임대양식장을 확보하기보다는 양식장의 해양환경과 생산시설 적지 요구조건, 인프라 구축 여건, 불확실성 발생요소(이상기후, 이상해황, 자연재해, 해적생물 등) 등을 조사·분석해 최적의 적지를 선택해야 한다.

필자의 생각이지만 양식대상종별과 양식방법별로 특화된 지역(해역)을 선정해 양식산업단지로 지정(시행령 24조 4항)한 후 가족경영 규모로는 투자가 어려운 인프라 시설·설비(예: 접근어항 인근에 수확, 출하, 1차 가공을 위한 공동작업 시설·설비 등)의 지원과 함께 창업계획과 양식 경영에 필요한 창업 인큐베이팅 프로그램(예: 창업기술교육, 마케팅교육, 양식대상종별 창업컨설턴트 운용, 일대일 맞춤형 창업 지원 등)을 지원한다면 단순하게 양식어업권을 저렴하게 재임대해주는 정책보다는 더 높은 창업성공률을 기대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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