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겨운 마을 길 따라 삶의 쉼표를 찍는, 예산 슬로시티대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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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겨운 마을 길 따라 삶의 쉼표를 찍는, 예산 슬로시티대흥
  • 한국수산경제
  • 승인 2023.03.20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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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예산군 대흥면에 자리한 슬로시티대흥은 교촌리와 동서리, 상중리 등 예당호 주변 마을을 아우른다. 슬로시티답게 자연과 문화, 역사적인 요소를 두루 갖췄다. 2009년 9월 국제슬로시티연맹이 슬로시티로 공식 인증했다. 이는 우리나라에서 6번째, 세계에서 121번째다.

3개 코스를 따라 걷는 이야기 길

슬로시티대흥 여행은 복잡할 것 없다. 마을길을 따라 걷다 보면 웬만한 명소는 다 가볼 수 있다. 마을 곳곳을 잇는 ‘느린꼬부랑길’은 3개 코스로 나뉜다. 방문자센터에서 얻은 지도를 참고해 걷고 싶은 길을 택하면 된다. 

1코스(옛이야깃길)는 5.1km로, 90분 정도 걸린다. 처음 만나는 곳은 ‘배 맨 나무’다. 당나라 장수 소정방이 나당 연합군과 백제 부흥군을 공격하러 왔다가 배를 묶은 나무라고 해서 이렇게 부른다. 수령 1000년이 넘은 느티나무다. 여기서 봉수산자연휴양림과 애기폭포 등을 지나 대흥동헌으로 내려온다.

2코스(느림길)는 4.6km로, 약 60분이 걸린다. 애기폭포, 대흥동헌이 1코스와 겹친다. 대흥동헌(충남유형문화재)은 예산군에 유일하게 남은 관아 건물이며, 1914~1979년에는 대흥면사무소로 쓰였다. 대흥동헌 건너편에 자리한 달팽이미술관은 대흥보건지소 건물을 개조했다. 슬로시티대흥에 대해 알아보고, 느린 생활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다.

애기폭포를 지나면 야트막한 언덕을 걷는 ‘사색의 길’이다. 사색의 길 뒤에는 한때 보부상이 다녔다는 ‘보부상 길’이 나온다. 예산은 조선 후기 보부상의 근거지인데, 이 길을 따라 보부상이 홍성과 예산을 오갔다고 한다. 보부상 길을 지나 쭉 내려오면 대흥향교에 닿는다. 대흥향교(충남기념물)는 3코스(사랑길)와 겹친다. 대흥향교 앞 은행나무는 수령이 600년이 넘고, ‘사랑나무’라는 애칭이 있다. 약 150년 전, 은행나무 몸속에 느티나무가 뿌리를 내렸고 지금은 한 몸으로 살고 있기 때문이다. 

3코스는 3.3km로, 50분 정도 걸린다. 교촌리 들녘 사이로 난 논두렁길을 지나며, 가을에 특히 운치 있다. 느린꼬부랑길은 어느 코스나 60~90분이면 걷기 충분하고, 전체를 돌아보는 데 3시간 남짓 소요된다.

마을에서 소원 모빌 만들어 달기, 제기 만들기, 팽이치기 등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방문 전에 대흥슬로시티 홈페이지(www.slowcitydh.com)를 확인하자.

예산을 대표하는 관광지

마을 건너편은 예당평야에 물을 대기 위해 만든 예당호다. 1963년 완공했으며, 둘레가 40km에 달한다. 호숫가를 걷는 약 5.2km ‘느린호수길’이 있다. 호수 위로 난 나무 데크를 따라가며 드넓게 자리 잡은 호수의 정취를 느껴보자. 고즈넉한 호수 가운데 띄엄띄엄 떠 있는 낚시 좌대가 비현실적인 풍경을 빚어낸다. 2019년 개통한 예당호출렁다리, 예당호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예당호조각공원도 들러볼 만하다.

예산에는 추사 김정희가 태어난 고택이 있다. 조선시대 전형적인 대갓집 형태인 ‘ㅁ자’ 집인데, 방 어디선가 추사의 칼칼한 헛기침 소리가 들릴 것만 같다. 고택 왼쪽에 추사의 묘소가 있다. 경기도 과천에 있던 것을 1930년대에 이장했다고 한다. 그 옆으로 추사기념관이 자리한다.

예산 여행에서 내포 지역을 대표하는 고찰, 수덕사를 빠뜨릴 수 없다. 수덕사 대웅전(국보)의 배흘림기둥은 보는 이에게 아, 하는 탄성을 절로 불러일으킨다. 장식 하나 없는 문살은 그 앞에 선 이의 마음을 지그시 눌러준다. 대웅전 옆으로 돌아가면 수덕사 대웅전이 지닌 아름다움의 극치를 만난다. 맞배지붕의 멋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측면은 군더더기를 배제한 단순미의 정수다.

수덕사 아래 수덕여관이 있다. 지금은 수리차 휴관 중인 수덕여관(충남기념물)은 가수 윤심덕과 함께 한말 3대 신여성으로 불리던 문인 김일엽, 화가 나혜석의 자취가 있고, 고암 이응로 화백이 1958년 프랑스로 유학 가기 전까지 살던 곳이다. 수덕여관 앞의 바위 조각은 고암이 남긴 암각화다. 동백림 사건으로 귀국했을 때 새겼으며, 글자 같기도 하고 사람 모양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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