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공유지의 비극을 극복하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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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공유지의 비극을 극복하기 위해
  • 한국수산경제
  • 승인 2023.03.13 0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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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선희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수산식품·신산업연구실 부연구위원
엄선희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수산식품·신산업연구실 부연구위원

정부와 어업인들의 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어업에서 ‘공유지의 비극’은 계속되고 있다. 비극을 극복하기 위해 이제는 새로운 변화가 필요하다. 공익에 대한 어업인 인식 변화와 어업관리의 과학적 기반 구축에 집중해야 한다.

미국의 생물학자 개릿 하딘은 1968년 사이언스(Science)지에 ‘공유지의 비극’을 발표했다. 마을에서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목초지에서 목축업자들은 자신의 소들에게 더 많은 풀을 먹이려고 하고 그 결과 목초지는 파괴된다는 예시를 통해 ‘공유지의 비극’ 개념을 소개했다.

그는 공유자원 이용에 대해 시장기능에만 맡겨두면 개인들은 자신들의 이익 추구라는 합리적인 선택을 하지만 결국 자원은 남용돼 고갈되기 때문에 반드시 관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구체적인 관리 방법으로 정부 또는 국가의 직접 규제를 제시했다. 이후 경제학자들은 정부의 규제보다는 시장기능의 도입이나 사유화를 대안으로 강조했다.

그러나 이러한 대안들이 기대만큼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했다. 왜냐하면 이러한 대안들은 정부가 시장 상황에 대해 완벽하게 알고 있거나 모든 관련 정보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전제를 바탕으로 했기 때문이다.

한편 현실에서는 공동체 구성원들이 협력해 자체적으로 공유자원 이용을 관리함으로써 자원을 지속 가능하게 이용한 사례가 있다. 교육이나 문화 등을 통해 구성원 개개인의 이익이 공동체의 이익과 동일하다는 의식을 바탕으로 공유지의 비극이 극복 가능하다는 것이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엘리노어 오스트럼은 이러한 사례 연구를 통해 ‘공유지의 비극’을 극복할 수 있는 개념을 정확하게 보여줬다.

물론 급변하는 현대 산업 사회에서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있지만 구성원들 사이에 공유의식이 존재하고 소통이 가능하면 공유지 비극은 극복 가능하다는 걸 입증했다는 점에서 오스트럼의 주장은 긍정적으로 평가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어업은 ‘공유지의 비극’이 발생하는 대표적인 사례로 손꼽힌다. 개방된 어장에서 경쟁적인 어업은 남획으로 이어져 결국 수산자원은 고갈되어 어장을 더 이상 이용할 수 없게 된 사례는 과거 전 세계가 경험한 일이기 때문이다. 어장의 규모나 수산자원의 재생산 기간 등을 고려하지 않는 과도한 어획 활동은 결국 ‘공유지의 비극’을 초래했다.

우리나라 어업도 예외가 아니다. 성장 중심의 경제 정책에 편승해 증산이 목표였던 어업정책은 수산자원과 소득이 감소하는 결과를 낳았다. 어업생산량이 급감하기 시작한 1990년대 이후 우리나라 어업정책은 ‘공유지의 비극’을 극복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하고 있다.

수산자원 보호구역을 설정하고 어업허가정수를 도입했다. 어선톤수(선복량) 제한을 포함한 어획노력량을 제한했고 최근에는 TAC 등 총어획량을 관리하고 있다. 또한 어업인들도 공동체를 만들고 협동하여 자율적으로 어업을 관리하는 자율관리어업을 도입했다. 정부와 어업인이 할 수 있는 대안은 모두 채택한 것이다.

하지만 그 결과는 아직 시원치가 않다. 수산자원 감소세는 멈추지 않고 어업소득도 감소하고 있다. 정부와 어업인의 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기대에 못 미치는 결과는 무엇보다 어업정보의 부족과 골든아워(golden hour)를 놓친 데 기인할 가능성이 있다.

어업에서 정보의 부족은 오래된 문제 중의 하나이다. 공유자원인 수산자원을 이용하는 어업인들은 어업관련 정보를 공유했다가 자신이 손해 볼 수 있다는 생각 때문에 정보 공개나 공유를 매우 꺼려한다. 따라서 정보의 부족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정보 공유에 대한 어업인들의 의식 개선이 매우 중요하다.

이는 오스트럼이 주장한 것처럼 어업인의 사익과 공동체의 공익이 동일하다는 인식 개선을 위해 어업인 단체나 공동체 차원에서 자율적인 교육과 문화 프로그램 마련이 매우 시급하다. 그리고 정부는 이를 적극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어업관리의 골든아워는 어업관리의 성패를 가르는 매우 중요한 시간이다. 골든아워를 놓치면 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어업관리에 실패하거나 더 많은 비용을 투입해야 하기 때문이다. 어업관리의 골든아워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과학적 데이터 축적이 전제돼야 한다.

어획 장소, 어종, 어획량 등 조업 정보를 포함해 자원 분포, 생태 특성, 자원 추정량 등에 대해 과학적 데이터가 요구된다. 따라서 어업의 과학적 기반 구축은 과학연구 기관뿐 아니라 어업인과 어선·어로 시스템을 중심으로 한 어업 인프라 구축을 바탕으로 해야 한다. 그리고 이를 위한 혁신적인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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