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식수산물의 가격과 가치에 대한 단상(斷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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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식수산물의 가격과 가치에 대한 단상(斷想)
  • 한국수산경제
  • 승인 2023.03.06 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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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헌동 부경대학교 해양수산경영경제학부 교수
이헌동 부경대학교 해양수산경영경제학부 교수

얼마 전 양식수산물 산지가격에 대한 통계를 만지작거리다 국내 어류양식업이 풀어야 할 숙제를 하나 발견했다. 거창하게 ‘발견’이라는 호들갑을 떨어도 될지 모르겠으나, 이는 어류양식업의 지속 가능한 발전과 해양수산부 양식산업 정책에도 중요한 문제라 판단된다. 

뭐냐면 광어와 우럭, 2개 어종의 산지가격이 통계가 제공되는 2006년부터 최근까지 “추세적으로 상승해왔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것이었다. 상승이면 상승이지, ‘추세적으로 상승’이라는 말은 도대체 뭔 소린가 의아해할 분들도 많을 것 같다. 지난 십수 년 동안의 산지가격을 그래프로 그려보면, 가격이 오른 시기도 있었지만, 내린 시기도 있었다.

단순히 숫자, 그래프만 봐서는 오른 시기가 더 많았는지, 내린 시기가 더 많았는지, 그 경향이 어떠한지 100% 자신 있게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가격의 장기적 변화 속에서 상승 또는 하락의 추세가 존재하는지 여부는 학술적 관점에서 접근할 문제이며, 계량경제학 기법을 이용한 통계적 검정의 영역에 속한다.

필자가 분석한 결과, 결론적으로 광어, 우럭의 산지가격은 지난 17년 동안 추세적으로 상승하지 않았다. 가격 추이 그래프를 보면 최근에 약간 오른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자료의 전 기간에 걸쳐 통계적 유의성을 검정한 결과에서는 가격이 상승했다고 말할 수 없었다. 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쉽게 생각해보자. 수산물의 가격이야 시장의 수급에 따라 날마다 변하므로 지나치게 급등하거나 급락하지만 않으면 오르고 내리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도 경제 전반의 물가가 꾸준히 상승해온 것을 감안하면, 한두 해도 아니고 무려 17년 동안 양식어류 가격이 추세적으로 오르지 않았다는 것은 참 심각한 문제다. 이에 반해 인건비, 사료비, 종자비, 전기료 등 양식 경영에 투입되는 생산비는 속 시원하게 떨어졌다는 뉴스를 본 적이 없다. 즉 생산비는 계속 올랐는데 산지가격은 오르지 않았다면, 이는 양식어가의 채산성이 날이 갈수록 악화돼왔다는 것을 방증한다.

이러한 사실과 마주하며 다음과 같은 질문들이 꼬리를 물기 시작했다. 현재 어류양식 생산자들은 안정적인 어업경영이 가능한 수준에서 적정한 이윤을 보장받고 있는가? 생산비는 오르는데 산지가격이 기대보다 낮게 형성되고 변동성도 커짐에 따라 생산자들은 너도나도 출하물량 확대를 통해 이윤을 보전하려 하고, 이것이 수시로 반복되는 가격 급등락의 원인은 아닐까? 다른 한편으로는 양식활어 유통구조 상에서 생산자들의 거래교섭력이 얼마나 낮기에 이토록 오랫동안 제자리걸음 하는 가격을 받고 있는가? 등등...

단언컨대, 국내 양식어류 가격은 투입되는 생산요소 가격 상승에 부합할 만큼 점진적으로 더 비싸져야 한다. 물가상승률에 비례해 생산물 가격도 올라야 안정적인 어업경영, 나아가 양식산업의 지속성을 담보할 수 있다. 

정부 차원에서 지나친 물가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최근 해양수산부도 수산물 물가 안정을 위해 다양한 대책을 발표했다. 물론 이런 단기적 처방도 필요하다. 하지만 물가 안정이 산업경쟁력 제고, 어업경영의 안정화보다 우선하는 상위 목표가 될 수는 없다.

참고로 더 글로벌이코노미(The GlobalEconomy)란 해외 조사기관에서는 전 세계 167개국의 식품 가격을 비교해 국가별 순위를 매긴 자료를 제공하고 있다. 이 자료를 보고 깜짝 놀랐는데, 축산물 가격은 한국이 전 세계에서 1위로 가장 비쌌던 반면에 수산물은 한국이 44위로 주요 선진국보다 한참 낮은 위치에 있었다. 이 순위를 보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지금까지 우리나라 국민들이 어업인들의 수고에 비해 너무 값싼 수산물을 먹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양식수산물의 가격안정화가 중요한 정책과제임은 재론할 필요도 없다. 다만 가격(price)과 가치(value)를 혼동해서는 안 된다. 단기적으로는 시장 수급의 불확실성과 변동성을 줄여 가격의 안정화를 도모하되, 장기적으로는 생산물의 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한 세련된 전략 마련이 필요하다.

양식어류의 가치 혁신으로 생산자 수취가격은 높이고, 소비자들은 좀 더 저렴하게 먹을 수 있는 상생의 양식·유통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우리 수산업계가 지혜를 모아보자. 17년 동안 제자리걸음하고 있는 양식어류 가격, 정말 이래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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